보완대체의학 연구 주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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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대체의학 연구 주체가 없다
  • 승인 2005.01.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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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법·제도 정비 임박, 체계적 연구 시급

보완대체의학회에 대한 양의계의 연구와 임상응용이 날로 체계화되어 가는데 비해 한의계는 개별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역전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양의계의 보완대체의학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개별적인 수준에서 진행돼 오다 작년 9월 보완대체의학회(이사장 이성재 회장 윤방부)를 발족시킨 데 이어 12월에는 제1차 학술 심포지움을 여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보완대체의학회는 이 심포지움에서 보완대체의학 분야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 관련 분야의 전문 연수 교육,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한 제도화 등을 목표로 하는 7개 분야를 다뤘다. 이 중에는 치료 보조제의 검증 및 등급화 기준과 질환별 치료 보조제의 검증 및 등급화 결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학회는 보완대체의학 인정의(CAM M.D.) 제도를 도입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대한의학회 산하 보완대체의학(CAM) 프로젝트 위원회(위원장 김건상)도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 5월에 열릴 31차 의협 종합학술대회에서 보완의학의 정의, 등급화, 그리고 분류체계 등을 포괄하는 표준화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의계는 특히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한의사 CT기기 사용 합법화 판결이후 침과 한약의 사용을 통한 의료일원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으로 있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양의계의 관심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도 보완대체의학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정의작업을 의뢰한 바 있어 머지 않은 장래에 보완대체의학의 정의, 성격, 법률적 권한, 제도정비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의지와 양의계의 준비가 일치하는 시점에서 법·제도 정비가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한의계는 양의계가 관심 갖기 훨씬 이전부터 소위 보완대체의학을 연구해온 것이 사실이나 체계적 논의는 지난해 12월 대한한의학회 주최의 기획세미나로 열린 ‘한국에서의 대체의학’이 처음으로, 이것마저도 대체의학과 한의학의 정의에 관한 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체의학에 대한 한의계의 낮은 인식으로 인해 치료효과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늦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의학에 대한 한의사의 권위도 인정받지 못해 간혹 양의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한의대나 한의분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양의사 대체의학 전문가 초빙이 끊이지 않는 것도 한의계의 연구가 부진하다는 단면으로 지적된다.

양의계의 보완대체의학 연구는 포천중문의대와 가천의대가 주도하고 있다. 양의사 전문가들이 이들 대학에 교수로 임명되어 대체의학의 정의, 분류작업을 주도하고, 나아가서는 임상과 교육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장기적으로 한·양방 모두 대체의학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조호군(서울 조호군한의원) 원장은 “한방이나 양방이나 아직은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한방과 양방의 접근방법에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평가했다. 양방이 조직적으로 매뉴얼식 보완대체의학에 강하다면 한방은 이론적으로 접근이 용이하다고 보았다. 다만 한의사는 영어해독능력의 부족으로 영어서적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국내적으로도 수술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낮은 인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희(경희대 한의대 사상체질의학과) 교수는 “대체의학에 대한 양의계의 관심은 아카데믹한 면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 항간의 우려를 불식코자 했다. 낮은 보험수가 등으로 인한 병원경영 위기를 돌파할 수단으로 보완대체의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관심을 갖는 대학이 주로 마이너대학인 것도 튀어야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를 테면 보완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구조가 양의계내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한의계가 보완대체의학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관심있는 한의사가 추나학회, 한방재활의학과학회, 한의자연요법학회 등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모여 차츰 체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순서상 맞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한창호 대한한의학회 제도이사는 “어렵더라도 연구의 주체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경우 유연성이 부족한 한국 대학의 특성으로 대학이 주도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통서양의학을 제치고 주류의학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 개념정의부터 연구주체의 정립까지 다양한 접근방법을 한의계가 어떻게 아울러서 정리해내느냐에 따라 미래한의학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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