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포부를 말하기도 하고, 자기의 지난 일과 앞으로 겪을 일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리고 고승에게 일일이 그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고승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손님의 찻잔에 차를 따르기만 했다.
차가 가득 찼는데도 자꾸자꾸 따르기만 했다.
당황한 그가 고승의 손을 부여잡고 물었다.
“잔이 가득 찼는데 어째서 자꾸 따르십니까”
고승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 찻잔과 마찬가지로 당신은 지금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선 먼저 당신의 잔부터 비우십시오.”
<이어령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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