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129) 나,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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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129) 나,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 승인 2023.06.0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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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doodis@hanmail.net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김영호
한의사

세계적인 가수 빌리 조엘(Billy Joel)의 1977년 발표 곡 Just the Way You Are는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의 후렴구로 유명하다. 하지만 멜로디만 익숙할 뿐 그 가사의 뜻이 ‘그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라고 음미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가사이지 않은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다는 말, 이보다 더 따뜻한 위로의 말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끝이 없는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다.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애쓴다.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며 겸손한 사람은 칭송하고 잘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격려와 인정은 흔치 않다. 수많은 수험생이 들어가고자 하는 의학계열 대학에 들어가서도 더 나은 학점을 받고 더 나은 전공을 선택하여 명성과 부(富), 훌륭한 배우자와 뛰어난 자녀를 두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대한민국을 이 정도까지 성장 시킨 끝없는 노력은 물론 훌륭한 미덕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한 개인의 삶은 조금 슬프지 않은가. 만족이 어색한 그들의 눈에 부족한 부분은 잘 보이지만 만족스런 부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미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칭찬과 격려 역시 낯설다. 타인과 자신에게 항상 엄격한 완벽주의자가 대한민국에는 참 많다.

그런데 여러분과 나, 우리 정도면 꽤 괜찮지 않은가. 전쟁과 가난으로 고생하는 국가가 아닌 선진국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다수의 독자이신 한의사 선생님들과 같이 꽤 괜찮은 직업을 가졌으며, 저녁엔 아이들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고, 주말엔 여행도 가고, 대형마트에 가서 장도 보며 가끔 휴가도 갈 수 있는 정도면 꽤 근사하지 않은가.

지난 몇 년 간 여러 순탄치 않은 일들이 나를 지나갔지만 지금의 나는 부족하거나 잃어버린 것들에 초점을 두지 않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다행스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 개원하고 있던 시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지만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그나마 지금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만약 부족한 것들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면 지금 나의 생활엔 부족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나는 삶 속 꽤 괜찮은 부분에 시선을 고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분들일수록 결핍에 민감하다. 주변 동료들에 비해 무엇이 부족한지 빠르게 캐치하고 그것을 보완하여 더 완벽한 삶을 추구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행복은 소외되기 십상이다. 만족보다는 불만족에 포커스를 두어야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고 그것을 삶의 원동력 삼아 더 나은 삶, 더 높은 삶을 추구하기에 만족이란 마치 안일하고 게으른 삶처럼 느껴진다.

자기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살아온 사람은 자기에게 가혹한 만큼 자녀나 타인에게도 완벽을 요구하기 쉽다. 그 과정에 기대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들과의 관계도 나빠지고 그들이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남들이 바라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서도 이루지 못한 자녀의 성적이나 몇 가지 목표로 인해 일상은 행복하지 못하다. 하지만 동기들처럼 큰 병원과 좋은 아파트, 뛰어난 성적을 가진 자녀들이 없다고 해도 지금 가진 것만으로 충분히 괜찮은 삶 아닌가.

우리는 이미 존재만으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된다. 엄청나게 훌륭한 목표를 달성해야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는 세상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그리고 내 안의 괜찮은 부분을 적어보기도 하고 떠올려 볼 때도 있다. 부족하거나 잘못한 부분은 스스로 변명도 해주고, 어쩔 수 없었다며 변호해주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고생을 자초했을 땐 내 인생에 꼭 필요한 피할 수 없는 교육과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위로해주고 인정해주며 때로는 변호해줄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 밖에 없다. 지금 여러분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우리 모두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위로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곳을 벗어나 더 나은 곳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남들이 나에게 부러워할만한 점, 스스로 생각해봐도 참 괜찮은 장점들을 쭉 한번 적어보자. 어떤가? 생각보다 살면서 이루어 놓은 것들이 꽤 많지 않은가? 자존감이 약해질수록 자존심이 강해진다. 최근에 부쩍 예민하고 짜증이 많아졌다면 자존감이 약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을 위한 칭찬과 격려 그리고 변호를 아끼지 말자. 한 번 뿐인 소중한 내 인생이니까. 양 귀를 막고 내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말해보자. “그래도 이만하면 나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그지? ♬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

김영호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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