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29] 柳下神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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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29] 柳下神方
  • 승인 2005.01.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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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下에 심은 고상한 뜻을 기려

柳상은 이름자가 尙 혹은 相으로 통용되기도 하며, 1683년 進士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는 숙종 9년 임금의 痘患을 치료하여 명성을 떨쳤으며 그 공으로 인해 資級이 輔國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말과 御筆, 御帽, 奴婢, 田結을 받았으며, 영구히 知事(同知中樞府事)에 붙여졌다고 한다.

이 일에 관해서는 얼마나 극적이고 대단했던지 醫人傳에 다음과 같은 逸話가 전한다. 그가 왕의 부름을 받아 公服을 입고 대궐에 들어가는 도중에 구리개(銅峴)를 지나다가, 어떤 늙은이가 몹시 앓고 있는 어린애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말을 건네 보니 두창이 극심해 사경을 헤매었는데, 지나가는 老僧이 일러준 처방[枾체湯]을 받아 쾌차하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궁에 들어가 入侍해 보니 앞서 만난 아이의 증상과 비슷하여 같은 처방을 써서 주효했으므로 온 장안에 명성이 자자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길거리에 떠도는 얘기들을 모아놓은 옛 이야기 책인 『東野彙輯』, 『異鄕見聞錄』 등에 전해지고 있다.

『太醫院先生案』에 의하면, 그는 처음에 鍼醫가 되었으나 나중에 同參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또 여러 차례에 걸쳐 서산, 고양, 협천, 삭령 등지의 수령직을 제수받기도 하였다. 또 두창전문서로서 『古今經驗活幼方』 1권을 지었다고 했으나 실물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아마도 고금의 두창치료법을 모아 놓은 경험방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이 위의 『고금경험활유방』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유상이 지은이로 표시되어 있는 마진치료서로 필사본 1책으로 되어 있다.

본문 첫 장에는 저자의 서문을 대신한 臨症指南이란 편이 나오는데, 제목 아래 ‘柳知事尙’이라고 되어 있어 이것이 그의 경험록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주로 마진 즉, 홍역에 관한 모든 논의와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본문은 임증지남으로부터 시작하여 論疹出宜快병顔色輕重, 麻疹治法大略, 麻疹潮熱, 麻疹雜症出沒傷風, 汗渴飮水, 出沒煩燥, 出沒섬語, 出沒咳嗽, 咽喉失音, 嘔吐胸腹痛, 出後泄瀉, 出沒痢疾, 出血便血, 飮食瘡毒, 孕婦麻疹, 中惡, 麻疹逆症, 論痘癰疹毒不出로 이어진다. 전반부는 주로 병론, 증상, 치법과 治方으로 비교적 간략하게 논술되어 있지만 발생가능한 모든 병증과 치법을 조리정연하게 풀어놓았다.

그 뒤로는 약간 내용의 성격이 달라져 저자의 잡록, 후기의 성격을 띄고 있는데, 別症, 麻疹方, 麻疹諸藥合八十九方, 藥性, 龍醫別錄, 藥錄連上可考 등이 들어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부분은 별증으로 다음과 같은 저자의 경험이 담긴 醫案이 적혀 있다.

“올해의 홍진은 설사와 이질로 낭패를 본 경우가 많았다. 泄瀉가 있으면 升葛湯에 황연 1돈과 황금 3푼을 넣어 쓰고 痢疾에는 黃連解毒湯을 쓸 것이니 처방은 醫鑑(東醫寶鑑) 상한문을 보라.”고 되어 있다. 그 뒤에 다시 붙어 있는 麻疹方은 역대 고금방론을 추려 놓은 것으로 『醫學正傳』, 『醫學入門』, 『古今醫鑑』, 『丹溪附錄』을 인용하였다. 또 을미년 조선팔도에 크게 유행했던 홍역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는데, 葛根麥門冬散, 稷茶, 升葛湯 가미방 등이 써있고 『諺解痘瘡集要』에 등장하는 猪尾膏도 필수약으로 사용되었다.

알다시피 猪尾膏는 허준이 두창을 치료하는 특효방으로 내세웠던 우수 처방이다. 麻疹諸藥合八十九方에는 養榮湯, 化瘢湯 등의 경험처방을 열거하였고 藥性에는 마진치료방에 응용하는 약재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氣味에 따라 氣薄發泄之材, 氣厚發熱之材, 氣平脾胃之材로 나누어 門冬, 燈心 등 110여종의 약물을 나열해 놓았다.

이어 龍醫別錄도 매우 특색 있는 單味方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부제로 ‘單方可驗’이라 해 놓은 것을 보니 말 그대로 경험방을 모아둔 것이 분명하다. 자잘한 잔글씨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대단한 약은 아니니 먼저 경험한 분에게 質正을 구한다는 謙辭로 끝을 맺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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