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神經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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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神經方
  • 승인 2023.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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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_74

우리의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1) 온 우주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감히 표현하기 어렵고 가늠하기도 곤란한 거대한 기운이 우주를 돌린다. 우주가 돌아가는 질서를 바라보면 그 주재자로서 신2)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1929년에 미국 뉴욕의 유대교 랍비인 골드슈타인이 아인슈타인3)에게 전신으로,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50단어로 답해 주십시오.”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이 질문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답변이다.4)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법칙적 조화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은 믿지만, 인류의 운명과 행동에 관여하는 신은 믿지 않습니다.”5)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독일 철학자 에릭 구트킨드6)와 논쟁하면서 1954년에 그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적었다.7)두 종류의 신이 있다. 우리는 굉장히 과학적이어야 하고 정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만약 신이 우리와 함께 하는 인격적 신이라면, 그리고 바닷물을 가르고 기적을 보이는 신이라면, 나는 그러한 신은 믿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 자전거를 사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시는 신, 이런저런 소원을 들어주시는 신이라면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질서와 조화, 아름다음과 단순함 그리고 고상함의 신을 믿는다. 나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왜냐하면 이 우주는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스피노자는 우주는 신이다라고 말했다.”

 

8체질론에서는 생명의 기운을 불()이라고 했다.8) 이것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빛()과 열() 그리고 힘()을 통해서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권도원 선생의 8체질론은 기독교적 세계관9)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주원인화를 창조신으로 보고 그로부터 수많은 단계를 거쳐서 생명의 기운이 태양을 지나 지구에 도달했다. 그리고 지구 위에 생명체가 생겼다.

8체질론을 공부하고 8체질의학을 임상에 활용하기 위해서 꼭 기독교인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권도원 사상(思想)의 바탕이 무엇인지 알아야 체질침의 체계를 이해하기 쉽다. 물론 한자문화권의 천(), 우리말의 하늘에도 절대자 주재자란 개념이 들어 있다. 인류에게는 머리 위의 하늘에 대한 경외심이 공통적으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이다.

8체질론에서 생명활동의 주인공은 자화(自火)와 상화(相火)이다. 자화란 생명체 자체에 있는 불이고 상화는 생명체 밖에 있는 불이다.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은 자화와 상화가 연결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자화와 상화

동의보감잡병편」 〈화문에는 화()에 관하여 논의한 세 의가의 중요한 논점이 있다.10) 동원은, 화에는 두 가지 성질이 있는데 군화는 인화요 상화는 천화라고 했다. 하간은, 사람의 몸에 두 가지 화가 있는데 군화는 인화요 상화는 용화라고 했다. 단계는, 군화는 심과 소장의 기로, 상화는 심포와 삼초의 기로 작용한다고 하였다.

권도원 선생은 이 세 의가의 논의를 그대로 가져왔다. 군화와 인화는 자화이고, 천화와 용화는 상화이다. 그리고 단계의 아이디어에 따라 이것을 네 화경락(火經絡)과 자율신경에 연결했다. 심경과 소장경은 자화를 심포경과 삼초경은 상화를 표상한다. 자화의 명령은 부교감신경을 통하고 상화의 명령은 교감신경을 통해서 모든 장기에 전달된다.

동의수세보원사단론에서 심()을 태극(太極)으로 규정한 것11)이 또 다른 근거가 되었다. 여기에서 심의 개념은 폐비간신보다 상위구조로 마치 자율신경 같은 역할인 것이다.

 

자율신경조절법

권도원 선생이 체질침을 고안했을 때 기본은 체질즉 동무 이제마의 사상인론이다. 나아가 폐비간신과 심소장심포삼초가 갖고 있는 길항적인 관계의 구조이다. 이런 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암도인의 장부허실보사법이 차용되었다. 그리고 이 길항관계를 오행적인 원리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폐비간신의 구조에 심의 위치를 정해서 넣는 조치가 필요했다. 그 아이디어는 확충론에 있었다. 치료법의 체계를 구성하면서 동의보감화문동의수세보원사단론을 참고했다고 짐작한다. 사암정오행에 나오는 군화방과 상화방, 그 적응증12)도 보았을 것이다. 그런 결과물이 체질침에서 독창적인 자율신경조절법이다.

196297일에 탈고된 62 논문13)의 말미에 나오는 표.7체질관리표로 이 논문이 제시하는 치료체계를 총 정리한 것이다. 사상인을 1증과 2증으로 나누고, 각각 주증과 부증의 증상(특징)과 치료처방이 별도로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서 부증 치료처방은 심경과 소장경 그리고 심포경과 삼초경을 이용하는 자율신경조절방14)이다. 주증의 증상 이외에 부증에 해당하는 징후가 있을 때 부증 치료처방이 추가되는 것인데, 그 징후들은 불안, 발한과다, 심계항진, 말초냉증, 호흡곤란, 흉민, 수장열 등 통상적으로 자율신경실조증상이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처방의 연결

62 논문에서 주증에 대한 치료처방이 제시되었고 부증을 목표로 하는 치료처방도 있다. 장부방과 자율신경조절방의 체계가 별도로 존재했던 것이다.15) 그리고 이 두 종류의 처방을 결합해서 운용할 수도 있다고 하였으므로 두 가지의 개별적인 처방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는 체질침의 탄생 시기부터 함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이를테면 2단방이고 현재의 치료체계로 보면 2단방인 정신방16)과 비슷하다.

키노시타 하루토(木下晴都)가 남긴 자료17)로 유추해 보면, 권도원 선생은 62 논문이후에 장부방을 여러 개 연결하고 거기에 자율신경조절법을 결합하는 시도를 했던 것 같다. 아마도 난치병에 대한 치료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19739월에 2차 논문으로 2단방의 체계를 보고하기 이전부터, 대원한의원의 진료실에서는 다양한 단계의 처방들이 실험18)되었다는 것이다.

 

3단방

1973년은 체질침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외형적으로는 2차 논문9월에 발표했다. 그런데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다. 두 번째의 내장구조 변화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수혈(受穴) 두 개로만 이루어진 신경방19)3단에 오는 체질침 3단방이 이때 처음 성립한 것이다. 3단방은 기본방, 치료목표방, 신경방으로 구성된다. 비유한다면 기본방은 전구, 치료목표방은 갓, 신경방은 전기이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는 우주의 큰 불과 늘 연결되어 있다. 그것을 체질침에서 구현하는 것이 바로 신경방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L’essentiel est invisible pour les yeux.” 《Le Petit Prince》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

2) “우주원인화(Cosmoetiopyr) : 우주에 편재하는 전 우주화(宇宙火)의 존재 원인이 되는 본체로 창조신의 절대자존을 상징하는 명칭이다.” 「화리」

3) Albert Einstein(1879. 3. 14.~1955. 4. 18.)

4) 아인슈타인은 신을 믿었을까? 전보로 답했다, 『NOW news』 2016. 12. 15.

5) “Ich glaube an Spinozas Gott, der sich in der gesetzlichen Harmonie des Seienden offenbart, nicht an einen Gott, der sich mit Schicksalen und Handlungen der Menschen abgibt.”

6)  Eric Gutkind(1877~1965)

7)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나약함의 산물, 『BBC NEWS 코리아』 2018. 12. 5.
   과학과 신앙 간의 관계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가톨릭신문』 〈제3288호〉 2022. 4. 3. 

8) 권도원, 「화리」 『과학사상』 범양사 1999.

9) 창조론(창세기)과 종말론(요한계시록)이다. 

10) 火有君相之二〉
    五行各一其性 惟火有二 曰君火人火也 曰相火天火也 〈東垣〉
    君火者 乃眞心小腸之氣所爲也 相火者 乃心包絡三焦之氣所爲也 〈丹心〉
    〈火爲元氣之賊〉
    人身有二火 曰君火猶人火也 曰相火猶龍火也 〈河間〉

11) 五臟之心 中央之太極也 五臟之肺脾肝腎 四維之四象也

12)  狂症

13) Dowon Gwon,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 1962. 9. 7.

14) 「62 논문」에서는 사상인에서 심장부(心臟腑)가 모두 차강(次强) 또는 차약(次弱)의 위치이므로 심장과 소장을 직접 조절하려고 했다. 

15)  이후에 8체질의 내장구조가 두 번 변화를 겪으면서 장부방 체계는 크게 두 번 변했다. 장부방 체계의 변화와 별개로 자율신경조절법도 변화했다. 

16) 기본방 + 정신부방

17) ‘韓國의 鍼灸’ 木下晴都, 『日本鍼灸治療學會誌』 21권 1호 1972. 1. 15.

18) 이런 실험의 성과와 실패를 통해서 내장구조의 변화에 대한 깨달음도 함께 얻었을 것이다. 

19) 자율신경조절방은 송혈(送穴)은 없이 수혈(受穴) 두 개로만 구성되는 처방이다. 심경과 소장경으로 자화를, 심포경과 삼초경으로 상화를 조절하는 처방으로 신경방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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