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의신정(14) 빅데이터로 본 화병, 우울증,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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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동의신정(14) 빅데이터로 본 화병, 우울증, 자살
  • 승인 2023.05.1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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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오늘날 인터넷을 매개로 전세계 사람들이 연결되고, 인터넷을 통해 타인과 의사소통하거나 관심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일상화됨에 따라,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인간의 행동(건강행동 포함)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Google에서의 검색 빈도를 통해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건강 분야에서도 이러한 연구방법이 지속적으로 도입되어 왔는데, 이미 2014년 PLOS ONE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Google Trends를 사용한 연구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7배 증가했으며, 다양한 주제 영역에서 인간의 건강 현상을 연구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0.1371/journal.pone.0109583)

 

그리고 PubMed에서 Google Trends를 검색해보면,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그 연구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에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Google Trends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발생 데이터와의 유의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고, 코로나19의 유행을 예측함으로써 의료자원을 할당하고,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한 연구도 존재한다. (10.1038/s41598-020-77275-9)

물론 데이터의 신뢰성에 한계가 지적되고 있지만, 설문조사 등의 연구로 수집하기 어려운 거대한 표본의 데이터를 접한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건강행동을 평가하는 매력적인 데이터원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필자는 최근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3년 34권 1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외 데이터베이스로는 Google Trends (2016.01-2022.12)를, 국내 데이터베이스로는 네이버 Data Lab (2016.01-2022.12)을 사용하여, 평소 관심 주제였던 화병, 우울증, 그리고 자살 검색어의 상관관계의 지역 및 성별에 따른 검색량 차이를 분석해보았다.

권찬영, 김원일. 빅데이터를 활용한 화병, 우울증, 자살의 검색 상관관계 분석: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3;34(1):13-21.

 

먼저, 이 연구에서 화병, 우울증, 자살을 검색어로 삼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화병과 우울증은 증상이 상당히 중첩되고, 공병률이 높으며, 일부 임상의들은 화병이 우울증의 아형(subtype)이라고도 할 만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자살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여겨지는 우울증과는 상반되게, 화병 환자에서 자살 위험성은 조사되지 않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존 선행연구들에서 분노나 정서적 억제가 자살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있기 때문에, 화병과 자살 간의 관련성 또는 분노 정서와 자살 간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 연구에서는 우울증 검색결과를 참고치로 삼았다.

이 연구에서 시행한 분석들 중에는 화병, 우울증, 자살의 시간별 검색 인기도 변화에서 상관계수를 구하기 위해 Correl 함수를 사용한 것이 포함된다. 이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강한 부적 상관관계,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정적 상관관계, 그리고 0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검색어 우울증과 자살 간의 상관계수는 Google Trends의 경우 0.3969, 네이버 Data Lab에서 0.4459로 모두 뚜렷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반해, 화병과 우울증 검색결과 간의 상관관계 (Google Trends: -0.0062, 네이버 Data Lab: 0.0227), 그리고 화병과 자살 검색결과 간의 상관관계 (Google Trends: 0.0814, 네이버 Data Lab: -0.0149)는 미미했다는 점이다.

한편, 네이버 Data Lab의 경우, 성별에 따른 검색결과를 구분하여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 결과, 화병과 우울증의 검색결과 상관계수는 남성에서 0.0502, 여성에서 0.1489로, 화병과 자살의 검색결과 상관계수는 남성에서 0.0535, 여성에서 0.2550으로, 남성에서는 그 상관관계가 미미했으나 여성에서는 남성에 비해 3∼5배 더 높은 상관계수를 보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지역별 분석의 경우, 우울증과 자살은 지역 간의 검색 인기도 점수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화병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이번 칼럼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Google Trends나 네이버 Data Lab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를 해석하는 것에는 데이터의 제한된 신뢰도, 검색한 개인이 해당 질환을 앓고 있음이 담보되지 않음, 지역 또는 연령 등에 따른 디지털리터러시의 차이로 인한 비뚤림 등 많은 한계점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털사이트인 Google과 네이버의 검색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 대중에서 화병, 우울증, 자살의 검색결과 간의 관련성을 조사한 첫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이 연구에서 발견된 일부 상관관계를 바로 보건학적 또는 임상적으로 해석하고 그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은 어렵지만, 향후 높은 한국의 자살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병 환자에 대한 연구, 그리고 화병을 치료하는 임상 한의사의 잠재적 역할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기를 희망하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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