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정책 비주류인 한의학…대학에서 한의학 보건전문가 양성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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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정책 비주류인 한의학…대학에서 한의학 보건전문가 양성하고파”
  • 승인 2023.05.0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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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박민정 서울디지털대 보건의료행정 교수

8년 간 한의약진흥원서 정책연구 수행…환경 보건 및 보건프로그램 기획 등 강의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 8년 간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근무했던 박민정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이 지난 3월부터 서울디지털대학교의 보건의료행정 전공 교수로 임용됐다. 한의학 정책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비한의사인 학생들에게 보건학을 가르치게 된 박민정 교수에게 한의학과 보건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한의약진흥원에서 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 등의 업무에 앞장서며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으로 근무해왔는데, 그동안의 소회가 궁금하다.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호주 방문연구원 생활을 제외하고는, 첫 직장이 바로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이었다. 그 동안 ‘보건정책관리’라는 전공 특성 때문에 정책연구 위주로 참여해 오다가 ‘R&D 관리와 지원’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되었고, 어느덧 8년의 시간을 이 업무에 집중하며 지내왔다. 중간에 새로운 후속 R&D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기존의 임상진료지침 개발보다 넓은 영역의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을 개시할 수 있었고 현재까지 정말 보람을 느끼며 해당 업무를 해 왔다.

한의약 R&D 관리와 지원 업무를 해왔던 사람으로서의 소회를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참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한의약의 국가 R&D 관리 업무는 학술적 성과 뿐만 아니라, 해당 성과들이 정책, 제도와 연계되어 한의약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하고, 산업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기도 해야 한다. 또 의학 분야에서 끊임없이 분화하고 있는 다양한 R&D 추진 경향에 대한 통찰, 다양한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다양한 분야별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의 도움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R&D 관리뿐만 아니라, 한의약 관련 모든 공공 영역은, 심지어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 조차, 적은 인력으로 많은 분야를 다루는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많은 업무량에 비해 변화는 매우 느리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왔고, 추후 훌륭한 연구 성과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더 훌륭한 분들이 많고 그분들에게 이임하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보건정책연구자로서 소회는, 한의학이라는 특수한 분야는 보건정책 주류 논의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정책 프로세스가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슬프지만, 보건정책연구자로서는 무궁무진한 연구거리가 있는 블루오션인데, 정책연구의 제안들이 실제로 채택 적용되려면 결국 전체 한의계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서울디지털대의 보건의료행정 전공 교수직을 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보건학 석사, 박사 과정을 선택한 것과 같은 이유가 될 것 같다. ‘시스템(제도)이 영혼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가진 현재의 보건의료시스템이 현재 한의학을 규정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건학과의 연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 비단 한의학이 아니더라도, 보건학은 임상의학이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학문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업단 업무를 하면서 그동안 배웠던 보건학적 지식들, 보건학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그 동안 알고 있던 보건학 관련 지식들을 업데이트하고, 미뤄뒀던 연구들도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미루면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있나.

현재는 역학과 환경보건 과목을 가르치고 있고, 2학기부터는 보건학, 보건프로그램 기획과 평가 같은 과목을 맡게 될 것 같다. 한의사라는 전공을 살려서 의학용어, 생리/병리, 보건의료법규 같은 과목들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롭게 강의교안을 만들고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 만만하지는 않지만, 정말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준비하고 있다. 강의를 준비하며 나의 지식들도 다시 한 번 다듬어짐을 느끼고, 어떻게 더 잘 이해되도록 전달할지 고민하는 과정들도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도 속칭 천재형(?) 교수님들 보다는 학생의 눈높이에서 차분히 강의를 진행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좋았고, 그렇게 되려고 매일 매일 노력하고 있다.

 

▶대학 교수로서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늘 그랬듯이 새로운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은, 더 이상 연구 관리자가 아니라 연구자로서 살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측면에서는 먼저 보건학 분야 연구자들과 연구를 기획하고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회가 되면 한의학 쪽 연구들에도 참여하게 될 것 같다.

교육자로서, 올 3월 임용이후 4월부터 전공주임으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전체 학과의 과목이나 강의들을 개발하거나 조율할 권한과 의무가 주어진 상태이다. 빨리 전체 과목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보건의료행정학과 학생들의 수요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가 될 것 같다.

추가로, 보건학-한의학의 연계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보건의료행정학과 학생 중에는 한의원, 한방병원 근무자도 많이 있고, 졸업 후에는 보건소나 심평원 등의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들인데, 한의학과 관련된 교육은 전혀 부재한 상태이다. 특히 의학용어나 생리/병리 수업에 한의학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거나, 추가로 특화된 과목을 개설하여 의학-한의학적 지식을 골고루 가진 보건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학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계가 가진 최대의 인프라는 우수한 인력들인 것 같다. 하지만 공공영역에서는 늘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한의학을 잘 아는 인력의 부족이 심하다. 한의대 졸업생들이 공공부문으로 진출해서 한의약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관리하며,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한의계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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