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만과 고혈압 그리고 태음인-세 번째 이야기-
상태바
[기고] 비만과 고혈압 그리고 태음인-세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4.28 0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54)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비만과 태음인

많은 연구에서 비만 환자는 태음인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보고에 따르면 BMI가 25 이상인 35세에서 55세 사이의 중년 여성 총 31명 중에서 체질을 감별한 결과 태음인이 25명이었으며 태양인 1명, 소양인 3명, 소음인 2명 등으로 나타나 태음인이 81%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비만환자 중에서 태음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임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

체질의학 관련 연구들을 보면, 태음인이 비만 환자가 많은 것은 呼散之氣에 비해서 吸聚之氣가 많은 태음인 생리의 체질적 특징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태음인은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살이 잘 찐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태음인 생리에서 말하는 吸聚之氣란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을 말할 것이며, 呼散之氣란 에너지를 소비하려는 경향을 말할 것이다. 물질대사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吸聚之氣란 동화작용을 의미하고 呼散之氣는 이화작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총 에너지 소비량 = 생산된 내부 열 + 수행한 외적인 일 + 저장된 에너지

만약에 태음인이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고 한다면 태음인은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이 강한 체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성이 강한 체질’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의 반대가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이라고 해야겠지만, 인체는 일정 이상의 체중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살이 잘 빠진다는 표현은 이상하다. 대신에 태양인은 에너지 소비에 능한 체질 정도로 가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태양인은 ‘에너지 소비에 능한 체질’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다만 필자는 태양인을 감별 및 투약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임상례를 통해서 확인한 사실은 아님을 밝혀둔다.

○ 태음인 ~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이 강한 체질

○ 태양인 ~ 에너지 소비에 능한 체질

 

폐와 간

동의수세보원 사단론에 보면 사상체질의학에서 바라보는 장부의 개념이 명확하게 나와 있다.

肺以呼 肝以吸 肝肺者 呼吸氣液之門戶也

脾以納 腎以出 腎脾者 出納水穀之府庫也

이는 肺와 肝은 氣液을 호흡하는 통로라는 뜻이고 脾와 腎은 수곡을 출납하는 곳간이라는 뜻이다. 氣液을 호흡하는데 있어 肺는 呼를 담당하고 肝은 吸을 담당한다. 水穀을 出納하는데 있어 脾는 納을 담당하고 腎은 出을 담당한다. 그래서 소양인과 소음인은 上下升降이 생리병리의 핵심이 되고, 태양인과 태음인은 內外緩速이 생리병리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소음인 소양인의 생리병리와 태음인 태양인의 생리병리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놀라운 사실은 간이 동화작용을 담당하고 그에 대응해서 폐가 이화작용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폐가 스스로 이화작용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체의 가장 중요한 이화작용은 세포호흡이며 이는 산소가 매개된 반응이다. 이화작용이 잘 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산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 예컨대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해서 산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다면 폐기능 역시 그에 상응해서 더 커지게 될 것이다.

 

태음인, 비만 그리고 肝大肺小

태음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 보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 같다. 첫째 태음인은 식사를 많이 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살찌기 쉬운 체질이다. 그래서 비만인 경우가 많고 비만으로 인해서 대사증후군이 되기 쉽다. 둘째 배가 나와서 상대적으로 흉곽은 좁아 보인다. 실제로 비만환자의 경우 지방간으로 인해서 간종대가 되기 쉬우며, 비만 성인에서는 횡경막이 다소 위쪽에 위치함으로써 기능성 잔기 폐활량(functional residual capacity : FRC) 및 호기성 폐저류량(expiratory reserve volume : ERV)도 감소한다고 하였다. 肝大肺小를 글자 그대로 장부의 크기를 지칭한다고 하면 비만한 사람의 경우 간이 크고 폐가 작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또한 다음의 두 가지 근거들은 태음인의 생리병리가 소음인과 소양인의 생리병리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첫째, 비만으로 인해서 생긴 고혈압이나 당뇨의 경우 비만이 해결이 되면 호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른 사람의 고혈압이나 당뇨 치료와는 접근이 다소 다르다. 이러한 사실은 태음인의 생리병리가 소음인이나 소양인과 다르다는 이제마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 둘째, 태음인 처방인 태음조위탕의 경우 같은 비만 환자일지라도 태음인에게만 유독 부작용이 적고 소양인이나 소음인으로 감별된 환자들에게는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렇게 태음인 약물이나 처방이 특정 태음인에게 부작용이 적고 잘 맞는다는 사실 또한 태음인의 독특한 생리병리와 처방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는 것 같다.

 

비만 고혈압 그리고 태음인

지금까지 전부하와 비만 고혈압 그리고 태음인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았다. 전부하 증가로 인한 비만 고혈압은 비만이 치료가 되어야 더 효과적으로 고혈압이 치료될 수 있기 때문에 비만을 어떻게 치료할 것이냐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 임상을 해보면 비만치료가 아니더라도 태음인으로 판단되면 불면증이나 두통, 소화불량, 비염과 같은 다른 질환들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태음인 처방들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그러므로 한의학적으로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을 치료하고자 할 경우 역시 태음인 처방들을 활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마황이 들어간 태음인 처방들은 비만치료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고혈압 치료에 활용하는데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 참고문헌 1) 임진희 외, 중년비만여성의 사상체질별 특성에 관한 연구, 사상체질의학회지, 2004. 2) 박석원 외, 소아에서 비만이 운동 전후의 폐활량에 미치는 영향, 소아과, 200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