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해설] CT 관련 판결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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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해설] CT 관련 판결에 담긴 뜻
  • 승인 2004.12.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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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에 경계 없다는 사실 재확인
한의계 영향력 고려, 정체성 재점검해야

지난해 12월 21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CT 관련 재판결과는 매우 큰 의미를 던져줘 향후 의료계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판부는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의료계의 해묵은 논란이 해소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재판부는 현대의료장비가 의료인의 望·問·聞·切에 의한 진단을 좀더 객관화하는 수단이므로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료인에게 진단기기의 사용은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도구이므로 모든 의료인에게 부여된 환자의 진찰의 범주에서 보아야지 양의사, 한의사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관점에서 판단의 근거를 구한 것이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뭐라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의계도 법리적으로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입장 표명을 유보,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한의계 일부에서는 1심 선고가 유지될 경우 한의사는 한의원에서 진단장비인 초음파, 엑스레이,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의료용 진단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 등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양의계가 이번 판결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1심이 그대로 확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아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그러나 의협은 벌써부터 논리적 한계를 드러냈다. 자신들은 의대에 한의학교실을 개설해 침과 한약을 배워 한의학을 흡수·통합 하겠다고 벼르면서 한의사가 진단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양의계는 현대과학이 만들어낸 기계를 지금까지 독점해온 것만으로 부끄러워해야 하는데도 논점을 이탈한 의료일원화론으로 사태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계도 이번 판결결과를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과대평가해서도 안될 것이다.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오래 전부터 정부가 의료도구의 한방 양방 구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의 유권해석을 법적으로 재확인해줬다. 시대적으로도 의료의 패러다임은 의료인의 독점을 인정하기보다 누가 더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느냐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한의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하는 국민의 보이지 않는 지지가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보인다.

이런 점에서 한의계는 한의학에 거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 의료인으로서의 자세를 확립하는 데 한층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계에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면밀히 고려하여 한의협과 한의대, 한의학회는 내부적 폭발력을 제어하는 슬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양방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국면에서 정체성을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적절한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상급심 재판은 물론이고 한의학의 발전 측면에서도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음을 한의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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