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행동이 있어야 삶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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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행동이 있어야 삶이 움직인다
  • 승인 2023.04.21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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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애

김린애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의 가르침’은 필명을 ‘Say no’라고 지은 사업가가 2000년부터 인생에 대해 돈과 삶에 대한 의견과 경험을 풀어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칼럼과 카페에 기고해온 글을 모은 자기계발서이다. 5년 전 이 글들을 감명 깊게 읽은 친구가 추천해주어서 몇 편 읽어봤었다. 자수성가한 사람답다고 해야 할지 자기 확신이 강하게 느껴지는 어조, 욕설이 자주 등장하는 글투가 껄끄러웠다. 자본주의가 묻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넘쳐흐르는 세계관도 피로하게 느껴졌다. 난 경영자가 아니니 적용되지 않는다고, 딱히 큰 부자가 아니라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핑계로 이렇게나 껄끄러운 글은 읽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추천에 결국은 혹해서 책을 다운받았다(불법으로 받은 게 아니라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세이노 지음, 데이원 펴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자꾸 글에서 밀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욕하지 않고는 전달이 안 되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 건 뭐람. 하지만 껄끄러움에 눈을 감고 내용 자체, 저자의 행동에만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자 저자의 행동과 관점 중에 내 행동이, 관점이 된다면 좋을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일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첫째, 반복적으로 하는 일에 대한 개선점을 찾는다. 둘째, 행동하기 전에 그 일에 필요한 지식을 반드시 흡수하고, 전문가를 섣불리 찾거나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 셋째, 실수하지 않는다. 그를 위해서 자만하지 않는다. 넷째,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지식을 쌓는다. 다섯째, 먼저 해본 이들의 의견을 듣는다.

허드렛일부터 제대로 한다. 커피를 탄다고 해도 커피를 어떻게 타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커피를 선호하는지, 어떤 음료가 어떻게 얼마나 소모되는지 등을 이해하고 정리하고 개선방안까지 세워 ‘제대로’ 한다면 이건 경영이다. 팩스를 보낼 때 어떻게 보내는지 기능을 이해하고 어떤 형태로 상대방이 받게 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이다.

책을 잘 읽기 위한 지침도 현실적이고 도움이 된다. 최대한 쉬운 책부터, 실전을 다룬 책부터, 같은 부류를 여러 권 읽을 것, 외우려고 하지 말 것, 짧은 기간에 한 분야에 대해 몰아 읽을 것, 자기 생각과 다른 책도 찾아 읽을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구체적이다. 판타지나 무협같이 너무 화끈한 책은 멀리하고(뜨끔하다) 고전을 너무 믿지는 말 것.

‘좋은 의사를 만나는 법’에 대한 글은 내가 속해 있는 집단에 대한 글이니만큼 목차에서 제목을 보고 건너뛰어 먼저 읽었다. 특정 환경이나 특성을 가진 의료인은 경영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하려 할 수 있다, 자기만의 비법이 있다는 의료인은 위험하다, 의료인에게 많이 물어봐야 좋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병이라면 반드시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듣는 것이 좋다. 의료인 입장에서야 너무 당연한 조언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구체적이고 좋은 도움이다. 이 글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 시설이나 집기가 좋은 병원을 피해야 한다거나 디스크를 자가 치료했다는 내용, 전공의 매뉴얼을 환자가 스스로 공부하라 등-은 “비의료인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는 시선을 알려주었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법’에 대한 글도 ‘좋은 의사를 만나는 법’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쓴 글이라고 생각하면 신뢰가 간다.

이 외에도 공인중개사나 공무원이나 영업사원, 거래처, 상조회사 등 여러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기 입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한다. 공인중개사는 거래가가 높을수록 이득이다. 비행사의 이익 중 절반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서 온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내게 제안할 때 정말 좋은 제안인지 속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다.”라는 말이 떠올라서 씁쓸하지만, 늑대에게 물리는 것보단 낫겠다.

이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의 ‘행동’으로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영업에 관한 글에서 ‘미인계’를 수단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2022년 덧붙인 글에서는 그 행동이 사회의 계층구조 상부에 있는 사람이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해도 문제없는 사회로 유지하는 셈이었다고 회고한다. 내가 저자였다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이가 있지 않고서야 ‘과거에 썼던 글이 적절치 못한 글이었기에 송구한 마음으로 내렸다.’ 정도로 넘어갔을 것 같다. 굳이 과거의 글을 그대로 두고 거기에 붉은 펜으로 첨삭하듯 자기 잘못을 새겨둘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내 변화의 씨앗일 수도 있다.

 

김린애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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