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우리 엄마의 본업은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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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우리 엄마의 본업은 킬러
  • 승인 2023.04.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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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길복순
감독 : 변성현출연 :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감독 : 변성현
출연 :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안녕하세요~ 전도연이예요”라는 인사말은 매우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배우 전도연 특유의 콧소리와 코 주름이 더해지면 유행어 아닌 유행어로 바뀌게 되면서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성대모사를 하곤 했다. 배우 전도연은 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영화계의 디바로 등극하였고,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까지 하며 월드스타로서도 자리매김 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 속에 각양각색의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훔치기도 했던 그녀가 2023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5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후 이젠 전무후무한 레전드 킬러 역할로 액션 영화에 도전하며 무한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다.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에 소속된 킬러 길복순(전도연)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김시아)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싱글맘이기에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그러나 MK ENT의 대표인 차민규(설경구)는 길복순에게 작품을 의뢰하게 되고 그녀는 재계약 제안의 답을 미룬 채, 마지막 작품에 들어간다.

사람 죽이는 것보다 아이 키우는 것이 더 힘들다는 워킹맘 킬러인 길복순을 주인공으로 하는 <길복순>은 변성현 감독이 처음부터 전도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했을 정도로 전도연에 의한, 전도연을 위한 영화이다. 특히 중년 여성의 액션이라는 것이 매우 신박한 기획이지만 자칫 배우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있을 수도 있지만 역시 전도연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액션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되었고, <킹 메이커>로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변성현 감독이 <길복순>에서도 킬러들이 모여있는 회사라는 독특한 컨셉과 함께 살인이 난무하는 현장을 기존 영화와는 다른 자신만의 미장센으로 표현하면서 시각적인 재미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길복순>은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절절한 로맨스를 선보였던 황정민과 전도연이 피 튀기는 액션으로 맞부딪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등 처음부터 큰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그녀를 둘러 싼 이야기들이 겉돌면서 매우 쿨한 영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또한 살인 청부 업자 대표인 설경구를 비롯한 주변 이야기들까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며 점점 뒤로 갈수록 텐션이 떨어지며 137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아무리 뛰어난 킬러라고 해도 남성 여러 명이 여성 킬러에게 당하는 장면 등이 조금 더 개연성 있게 연출되고, 구태의연한 내용 대신 요즘 세대에 걸맞게 접근했다면 더욱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하튼 <길복순>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영화들이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배우 전도연의 액션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으니 스트레스 해소를 원한다면 한 번 쯤 봐도 좋을 것 같다. <넷플릭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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