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51> - 『加減痘新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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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51> - 『加減痘新方』②
  • 승인 2023.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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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今文으로 구별한 새로운 치료법

  『時種通編』의 未定稿이자 이종사본이라 할 수 있는 ‘두편요람’ 권미에서 새로 등장한 ‘가감두신방’이란 사본은 1817년 이종인의 『시종통편』과 함께 종두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다양한 경험과 치료기법을 담고 있기에 매우 흥미로운 자료이다.

 ◇ 『가감두신방』
 ◇ 『가감두신방』

  첫머리 포천선생의 말을 인용한 서설에 이어 안면부위와 오장소속 관계를 언급했는데, 두창과 같은 전염성 질환에도 여전히 오장변증법을 적용해 이론적 결구를 시도했던 것을 볼 수 있다. 또 두창의 시원과 두창치료 대강을 기술했는데, 『언해두창집요』의 ‘痘瘡源委’로부터 지속되어 온 것이기에 그다지 새로울 건 없다.

  본론의 문장은 몹시 간결하고 축약해서 구사했기에 간혹 의미가 모호한 경우가 있으며, 약명도 대개 약칭(單稱)을 사용해 열거했다. 이것은 『시종통편』‘藥稱辨疑’에서 제시된 축약어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두창의 전변과 경과증상, 이에 따른 예후와 대처법들을 장장 7면에 걸쳐 기재해 놓았는데, 이 내용들은 기존 전변단계별 두창치법의 대강, 즉 범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작 이 고본의 주요 골자는 그 다음부터인데, 소제에 ‘今文發熱’이라고 제시되어있다. 내용은 함축적으로 기술되어 있기에 명료하게 이해하기 어려우나 단계별 이상증상의 발생과 이에 따른 조처법, 기준처방, 가감용약법 등의 사항을 조목별로 기재하였다.

  간혹 항목의 첫머리에 ‘中終日~’이나 ‘中終及見初~’, ‘終日及見初~’이란 구절로 문장이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전변단계에 따라 발열중이거나 발열이 그치고 見點이 나타나는 초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시종통편』에서 구분한 두창의 전변단계를 염두에 둔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용법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화법은 뒤이은 今文見點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初日, 中日, 終日이라거나 또는 初中日, 中終日, 終及起初 등과 같은 낯선 표현이 보인다. 하지만 앞의 방식대로 전변단계에 따른 표현으로 추리해 본다면, 뜻밖에 간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

  3번째 장은 현점에 이어 今文氣脹이다. 이같이 『시종통편』에서 제시된 전변단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으면서 굳이 ‘今文’이란 수식어를 머리맡에 붙인 것은 분명 또 다른 이유가 있을 터이다. 필자는 이것이 전호에서 말했던 바, ‘時種統編→ 時種統篇→ 時種通論→ 時種通編’으로 제호가 바뀌면서 본문이 수정 보완되는 과정에서 얻어진 새로운 견해와 임상경험을 담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채택한 표지라고 본다. 금문은 곧 새로 깨친 치료법인 것이다.

  따라서 각 조항에 보이는 ‘○歲兒~’로 시작하는 문구들은 모두 낱낱이 두창과 접종 치료사례에서 얻어진 임상치험 결과를 모아서 귀결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 今文 痘瘡新方에 기록한 경험치료법은 그야말로 생생한 역병 치료경험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장표현 역시 현장을 연상시키며 생동감이 넘치는 것들이며, 변증별로 구분해 상세하게 기재하였다.

  몹시 안타까운 점은 아쉽게도 이 『가감두신방』의 기록이 今文氣脹의 첫 면이 시작하고 나서 그 다음 장부터 잘려나가 결락된 채로 남겨졌다는 점이다. 두창 현증의 변화에 따라 發熱, 見點, 氣脹, 灌漿, 收靨의 차례로 전변단계를 설정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뒤쪽 태반이 소실된 셈이다. 남겨진 잔흔만 보아도 찢겨져 나간 문면이 수십 장에 이를 것으로 보여 200여 년 전 역병과 벌였던 처절한 사투의 기록이 사라지고 말아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역병은 언제나 우리에게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섰고 그에 대응해 의학 역시 늘 새로운 치료법을 추구해 왔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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