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인터뷰] 박병하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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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인터뷰] 박병하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
  • 승인 2004.12.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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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量的 팽창이 質的 성장으로 연결돼야”
한의학 정책연구소 설립 이론적 기반 갖춰야
무한한 가능성 불구 체계화·객관화 미비
한약 안전성 확보, 공공의료확대에 주력할 터
보험 급여 확대 위한 체계적 과학적 접근 필요
전문의 문제, ‘국민건강에 기여’ 전제돼야


약력 : △1952년 경기 이천 생, 육군사관학교 졸, 서울대 보건대학원(보건학 석사), 현 인제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 △1980년 보건복지부 사무관,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 총무과장, 국립의료원 사무국장, 국립보건원 질병조사감시부장 등 역임.


인구의 고령화 및 서양의학의 한계가 계속 노출되며 한의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의료시장 개방 등 의료제도에도 큰 변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새해를 맞아 朴炳夏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을 만나 한방의료에 관련된 정부의 계획과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대담=이제민 부장(본지 취재부) □

▲한방정책관으로 부임한지 만 11개월이 됐다. 이제까지 한방의료 정책을 이끌며 느낀 소감을 간단히 말해 달라.

=복지부에서 25년 넘게 일하면서 의료정책과 관련된 업무경험도 적지 않고 또 개인적으로도 의료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동안 한방정책관으로써 업무를 수행하면서 치료의학으로써 한의학, 그리고 미래산업으로써 한방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한의학의 체계화·객관화가 충분하지 못하고, 한방산업은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간 우리 모두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한의학 발전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 한의사협회나 학계를 비롯해 전체 한의계가 열린 마음으로 합심해 노력할 때만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안전·유효성 확보와 산업화

▲한의계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한의학의 발전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올해 한방정책관실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려는 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한방정책관실의 업무는 첫째, 한방의료서비스와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 국민이 안심하고 한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둘째, 한방의 개념과 원리 및 소재를 이용해 산업화를 촉진함으로써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추진하는 사업도 위 두 가지 기조에 기반하고 있다. 우선, 한약재와 한약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우수한약관리기준·품질인증제도·실명제를 도입하고, 규격품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한방의 체계화와 표준화를 위해 연구개발사업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한방이 좀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치료의학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공공의료로서 역할을 확대해 국민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방건강증진 HUB보건소사업을 실시하고, 이를 위한 보건소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한의학과 한방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한의사들이 법률적 장벽에 막혀 의료행위에 장애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료기사지도권 등 제도적인 문제점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무자격자에 의한 물리치료행위에 대한 처분이 늘고 있고, 또한 의사의 IMS에 대해 한의계가 반대하는 등 의료행위의 영역과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에,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 각각의 구분은 ‘학문이 근거하는 원리’라는 것이 지금까지 해석과 판례의 입장이다.
그러나 학문과 원리는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와 필요에 따라 발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의료기사지도권 문제 또한 마찬가지라 본다. 한의학에서 의료기사 특히 물리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이 필요한 만큼 학문적으로 정립되고 임상적으로 입증된다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한방공공의료 질적 발전 추구

▲공공의료의 확대 방침에 따라 보건소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한방의료는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발전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보건소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의사들 중 일부는 첩약이나 신기술 도입 등 질적인면에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공공보건분야에서 한의학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고, 이는 WHO의 알마타 선언 그리고 WPRO(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회원국에 대한 권고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공중보건한의사(공보의)가 배치되기 시작한 기간이 짧고, 또한 2002년도부터 갑자기 배치인원이 확대돼 공보의가 그 역할을 하는데 진료실, 보조인력, 숙소와 같은 하드웨어나 건강증진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과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 모두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2년도에 확대배치된 공보의가 2004년도에 3년차가 됨으로써 숫자는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2005년도 공보의의 급격한 증가는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간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소 한방장비 지원사업과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집중 개발 운영하는 건강증진HUB보건소사업을 내년도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일부에서 보건소에서 첩약 투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보건소는 기본적으로 진료보다는 질병예방이나 건강증진사업을 그 기본임무로 하고 있음도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민보건에 기여 ‘실증적’ 입증 필요

▲한방건강 보험은 전체 급여의 4%를 조금 넘은 수준에 불과하다. 한방의료가 국민의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급여의 확대가 필요하지 않은가.

=건강보험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것은 사실이나, 건강보험 시행초기와 비교해 상대적 비중이 급속하게 커진 것도 사실이다. 또 앞으로 상대적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의계의 급여확대 주장은 △한약제제 급여범위 확대 △복합제제 중심으로 급여개선 △본인부담금 산정기준 개정 △침술산정지침 개정 △한방물리요법 급여 등으로 요약된다. 최근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고, 한방의 상대적 비중 증가속도도 둔화된 상태에서 한방보험급여 확대주장은 일면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근간에 한방급여 범위 등에 변동이 없었고, 한방관련 수가체계 일부에 불리한 점이 있음을 고려할 때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다만, 가장 효과적인 급여확대 주장은 한방의 보험급여 확대가 국민건강의 보호와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한의계의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약 안전성 확보 공감 형성

▲지난해 한의계는 한약재 문제가 두 차례에 걸쳐 언론에 부각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연말 복지부 차원을 넘어 관계 부서 및 관련단체들로 구성된 협의체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각 단체의 대표격으로 나온 관계자들은 자신이 소속돼 있는 단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에 급급해 이렇다할 결론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협의체에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와 정책관이 생각하는 한약재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한약은 재배로부터 최종소비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단계가 복잡하고 많은 사람이 관련돼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약의 안전성 문제는 한약을 소비하는 사람이 환자라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 해결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단체의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 보고 있고,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만약 관련단체가 자기이해에만 집착해 국민적, 시대적 욕구에 부합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관련단체사이에 한약의 시장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약의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만큼 문제해결을 위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만큼 해결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전문의, 이해·합의 결여된 채 시행

▲한의계 내부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문의 문제다. 복지부에서는 한의계에 합의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도 합의안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문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이고, 그간 사연과 우여곡절이 많았던 문제이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한의사 전문의제도가 한의학 발전에 따른 학문적 분과와 임상적 분화의 필요성 즉, 내부 발전동기에 의해 오랜 준비 끝에 나온 제도라기보다 공중보건한의사제도 도입, 한방병원 인력충원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도입되면서 한의계의 충분한 이해와 합의가 결여된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문의 제도를 일류한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로 구분하는 것으로 보는 인식 또한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의사 전문의제도의 근본적 해결은 향후 한방의료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전문의제도가 한의학을 분화된 치료의학으로 육성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한의사전문의와 한의사는 어떻게 역할이 구분되는지, 한의원과 한방병원은 어떻게 다른지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전문의 제도가 한의학 발전을 통해 국민건강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본다.

‘젊은 한의학’ 이미지 구축 필요

▲끝으로, 연간 750명의 한의사가 새로 배출된다. 그러나 한의계는 양적 팽창을 감당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타 직역 단체에 비해 기획·정책력 등에서 뒤져있다는 것이다. 한의계의 발전을 위한 훈수 한마디를 부탁한다.

=한의사협회는 한약분쟁을 계기로 회원수나, 정치적·정책적·재정적 역량에 있어서 급속히 커졌다고 볼 수 있으나 지적한 대로 기획·정책적 역량에서 더 발전할 소지는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책연구에 보다 많이 지원을 하고, 가능하면 정책연구소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우 우호적인 전문가 집단을 확보할 수 있고, 이론적 기반과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갖게 되고, 풍부하고 정확한 자료가 뒷받침되는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한의사와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해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충실히 역할을 해 왔다 본다, 다만, 현안에 대해 일일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는 외형적 성장에 걸맞게 보다 의연한 자세로 국민적 시각에서 현안의 배경과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잡는 것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의료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인 대응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현재 11개 한의과 대학중 7개 대학은 80년대에, 2개 대학은 90년대에 신설되었다. 한의대생이 입학해 한의사 역할을 하는데 10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한의대 정원의 증가가 활동 한의사수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젊은 한의사의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져 갈 것이다. 한의사협회는 한의대의 양적 팽창이 한의학의 질적 성장으로 연결되도록 한의학 교육에 대한 문제를 비판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젊은 한의사의 목소리도 적절히 수용하고, 이를 통하여 ‘젊은 한의학’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글·사진 =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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