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금융시장에서의 계급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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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금융시장에서의 계급상승
  • 승인 2023.03.1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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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효

이현효

mjmedi@mjmedi.com


도서비평┃금융시장의 포식자들

피식자가 있기에 포식자가 존재한다. 피식자가 잃는 돈에는 늘 사연이 있다. 딸의 결혼자금, 전세보증금, 아들의 대학등록금, 가불받은 퇴직금, 영끌한 마이너스 통장. 욕심과 무지에 사로잡힌 이들은 현금도 투자종목이라는 말을 무시한 채 가진 돈 모두를 건다. 포식자들은 그런 피식자들 덕분에 수익을 낸다. 바보들은 끊임없이 금융시장에 공급된다.

책은 금융시장의 포식자인 대기업, 외국인과 기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대체 가능한 인력일수록 노조에 목을 맨다. 투자자의 노후는 불안한데, 노조는 착실히 밥그릇을 챙긴다. 기업의 가장 큰 죄는 부도덕이 아니라 이윤을 못 내는 것이다. 포식자 행세하는 피식자, 노조. 참 불편한 워딩들이 이어진다.

장지웅 지음, 여의도책방 펴냄

단타치는 기관들이 왜 밖에서는 장기투자를 추천할까? 운용사들은 리밸런싱하면서 종목을 갈아탄다. 그들은 장기투자하지 않는다. 금융전문가라는 이들도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한다. 어떤 한 시점, 한 기회에 돈을 던지는 것이다. 결국 그들도 단타 내지는 중기투자다. 그러면서 대중 앞에서 장기투자를 권한다. 단기적 손실을 오래 시간으로 희석시킬 수 있고, 손실에 대해 발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ESG가 회자되고 있다. 기업이 추구해야할 숭고한 가치처럼 보이는 ESG는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클린디젤을 앞세워 모두를 속인 디젤 게이트의 주범인 폭스바겐 그룹이 속한 유럽이 앞장서서 ESG를 외치고 있다. ESG는 친환경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을 견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정의의 가면을 쓰고 글로벌 기준을 내세우며 후발주자를 용납하지 않는 것. 패권을 내려놓기 싫어하는 모습, 정의 뒤에 숨은 그들의 민낯이다.

마윈이 상장하려고 했던 앤트그룹은 핀테크로 포장되었지만 실상은 고도화된 소액사채다. 순이익도 낮고, 신경만 쓰이는 쇼핑몰 사업에서 손을 뗀 이유도 중국의 금융황제가 되려는 첫걸음이었다. 중국의 포식자인 공산당이 부동산과 현금흐름을 통제해야 하는데, 마윈이 여기에 도전했다가 밉보여 숙청당했다.

일본은 애초에 계급 사다리라는 게 존재하지 않던 계급사회다. 거기에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잃어버린 30년 속에서 사토리 세대가 등장하며 일본의 젊은이들은 욕망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모든 창조적 발명은 불편에서 나온다. 불편함을 느껴야 개선방안을 찾고 욕망이 들끓어야만 솔루션을 구한다. 한국은 계급이동의 사다리가 부러졌다고 헬조선이라 세상을 욕하면서도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욕망이 강하다. 나는 뼈 빠지게 고생했지만 내 아이는 공부시켜서 나와 다른 길을 걷고 싶게 하고 싶다는 부모가 우리사회는 많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은 비집고 올라갈 틈이 있는지도 모른다. 특정사안을 도덕이나 감정의 흐름으로 읽지 않고, 돈의 흐름과 방향으로 읽는다는 것. 저자는 그것을 금융시작 포식자의 뷰라고 했다. 우울증의 일본과 조증의 중국 사이에 낀 화병의 대한민국. 돌이켜 보면 우리의 역사도 피식자의 역사였다. 다시 피식자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도 한번쯤은 포식자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현효 /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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