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 동의신정(12) 정신건강 평가를 위해 유용한 기질-성격 축: 위험회피-자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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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 동의신정(12) 정신건강 평가를 위해 유용한 기질-성격 축: 위험회피-자율성
  • 승인 2023.03.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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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한의학은 심신 간의 상호연결성을 중시하는 의학으로, 한의 임상에서는 환자가 어떤 주소증으로 왔더라도, 심신 건강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치료계획 수립에 참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절차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음양이나 사상, 또는 오행으로 환자의 성격적 특성을 파악하거나, Big five 성격 또는 최근 대중에서 크게 유행한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를 활용하는 임상의도 있을 것이다. 그 중, 클로닌저(C. Robert Cloninger) 박사의 기질 및 성격검사(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TCI) 역시 한의 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성검사이다.

클로닌저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인성’은 개인 고유의 생물학적 기반을 토대로 하는 ‘기질(Temperament)’과 개인적 가치 체계와 성숙함을 반영하는 ‘성격(Character)’으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기질은 일종의 타고난 반응 경향성(정신병리의 위험요인)으로, 성격은 기질을 조절하는 인격적 성숙함(정신병리의 보호요인)으로, TCI에서는 기질과 성격의 조합을 통해 인간의 인성을 다면적으로 이해한다. (TCI의 구체적인 설명과 한의학적 또는 통합의학적 활용 방안은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14년 25권 3호에 발표되어 있으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진, C. Robert Cloninger, Kevin M. Cloninger, 채한. 기질 및 성격검사의 통합의학적 활용.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14;25(3):213-224.

 

TCI에서는 4가지 기질과 3가지 성격을 측정한다. 4가지 기질은 위험회피(Harm-Avoidance), 새로움 탐색 또는 자극추구(Novelty-Seeking), 보상의존 또는 사회적 민감성(Reward-Dependence), 그리고 인내력(Persistence)이다. 한편, 3가지 성격은 자율성(Self-Directedness), 연대감(Cooperativeness),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이다.

이 중, 기질인 위험회피는 처벌 혹은 보상의 박탈에 의해 행동이 억제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위험회피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쉽게 두려워하거나 비관적인, 또는 쉽게 지치는 특성을 보이며, 의존성, 회피성, 강박성 성격장애와 같은 C군 성격장애 환자들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격인 자율성은 자율적 개인으로서의 자아 개념을 의미하는데, 이 자율성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책임감 있고, 목적의식이 뚜렷하며, 자발적인 특성을 보인다.

위에 설명한 위험회피와 자율성은 정신병리와 특히 관련이 깊은 기질-성격 조합으로 관심을 받아왔는데, 예를 들어, 2012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한방신경정신과에 내원한 환자들의 특성을 TCI로 평가할 때, 전반적으로 위험회피가 높고 자율성이 낮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을 정도로, 위험회피와 자율성의 조합은 임상에서 직관적으로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질-성격 조합이다.

김상영, 송승연, 정선용, 김종우. 기질 및 성격검사(TCI)에 나타난 한방신경정신과 환자의 전반적 특성 및 화병 환자의 특성.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12;23(4):107-122.

 

그리고 최근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3권 3호에는 위험회피-자율성 프로파일의 추가 연구가 발표되었고, 그 결과도 매우 흥미로워 임상에 참고해볼만 하여 이번 칼럼으로 그 내용을 소개하는 바이다.

채한, 이수진. 클로닌저의 생리심리사회 모델에서 위험회피-자율성 프로파일에 따른 다면적 정신건강 특성.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2;33(3):259-266.

 

위 연구에서는 대학생 527명을 대상으로 위험회피-자율성 조합에 따른 ‘삶의 만족도 척도(SWLS)’,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척도(PANAS)’, ‘벡 우울 척도(BDI)’의 차이를 분석했다. 우선 위험회피-자율성 조합은 각 기질 또는 성격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음 4가지 조합으로 구분되었다. (소문자-낮음, 대문자-높음)

hS: 위험회피가 낮고(h), 자율성은 높음(S)

HS: 위험회피가 높고(H), 자율성도 높음(S)

hs: 위험회피가 낮고(h), 자율성도 낮음(s)

Hs: 위험회피가 높고(H), 자율성은 낮음(s)

이 중, 정신건강 위험요인인 위험회피가 높고(H), 정신건강 보호요인인 자율성은 낮은(s) Hs 유형은 정신건강 상의 취약성이 높고, 반대로 위험회피가 낮고(h), 자율성은 높은(S) hS 유형은 그 취약성이 낮을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이 연구에서도 그대로 관찰되었다.

HA: Harm-Avoidance, SD: Self-Directedness, SWLS: Satisfaction with Life Scale, PA: Positive Affect, NA: Negative Affect, BDI: Beck Depression Inventory, SC: Sum of Self-Directedness and Cooperativeness, HI: Happiness Index (PA-NA).

 

즉, hS→HS→hs→Hs 순으로 삶의 만족도, 긍정적 정서, 행복 수준은 적고, 반대로 부정적 정서와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외에, 자율성과 연대감을 합산한 점수인 SC의 경우, 건강한 정신특성을 의미하는 지표인데 SC 역시 hS→HS→hs→Hs 순으로 더 적음을 알 수 있었다.

TCI가 임상에 유용한 이유는 이 도구가 단순히 개인의 인성을 ‘평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격적 수양을 통해 타고난 기질을 보완하고, 성격을 성숙시킴으로써, 심신에서의 보다 건강한 삶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 그래프를 보면 똑같이 위험회피가 높은(H) 사람이라도, 자율성이 높고(S), 낮음(s)에 따라 삶의 만족도, 정서, 우울 수준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임상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약성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며, 자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취약성을 보완하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하는 치료전략(또는 상담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임상 진료시 위험회피와 자율성이라는 축으로 환자의 인성 프로파일을 이해하고 치료에 반영해도 유용하겠지만,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TCI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면, 관련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TCI를 임상에서 사용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주)마음사랑에서 교육 수료 및 검사지 구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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