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49> - 『痘編要覽』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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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9> - 『痘編要覽』③
  • 승인 2023.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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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時種通編 성립과정 밝혀줄 근거문헌

  ‘두편요람’이란 제명이 붙여진 이 책은 1817년 李鍾仁이 『時種通編』을 간행하기 이전에 작성된 사본 ‘時種統編’을 본문으로 삼아 작성되어 있다. 이 등사본에는 현전 유포본(刊本)에 비해 3가지 의론(기혈혈열보사론, 허실상사론, 변허실차제용약법)이 들어있지 않다. 아마도 이 부분은 간행할 때 추가해서 보완된 병론일 가능성이 농후해 문헌가치가 크고 향후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 책과 관련해 三木榮 『朝鮮醫書誌』에는 『時種通編』항목에 부가해서 ‘付 時種統編’(1권, 사본 1책, 田間恭作氏藏)이란 구절의 기록이 실려 있다. 여기에서 일인학자 田間恭作에게 소장된 『時種統編』이란 사본에 대해 전하면서 간본과는 별도의 稿本으로 저자가 초사한 이본이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정작 미키 사카에는 이 책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으며, 아마도 널리 알려진 간행본 『시종통편』과는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더욱이 『조선의서지』에서 언급한 사본 ‘時種統編’의 內題에는 ‘時種通論, 李鍾仁編, 李復延參考’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로보아 접종도입 시기 이들이 각기 두창 치료경험을 적어둔 원고가 여러 차례 퇴고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몇몇 유사서명이 등장했다가 바뀌는 과정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에 담겨진 내용의 골격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책의 서명이 시종일관 ‘시종통편’이라는 한 가지만으로 변함없이 쓰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時種統編→ 時種統篇→ 時種通論→ 時種通編’ 등으로 연거푸 개변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결국 1817년(순조17) 목판본으로 정식 간행될 때에 이르러서야 ‘時種通編’으로 귀착해서 고정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서명 가운데 앞 2자 ‘時種’은 변함없이 적용되나 뒤의 2자만 약간씩 변화되었음을 볼 수 있다. 즉 시종이란 표현에는 내내 이견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다른 책 서명에선 볼 수 없는 이 ‘時種’이란 말은 어떤 뜻인가? 김두종『한국의학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時는 時痘, 즉 두창을 말한 것이고 종은 종두법을 가리킨 것이므로 양자를 종합하여 편성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해 종두와 두창치료법의 통칭으로 보았다.

  필자도 대략 이 같은 해설에 동의한다. 다만 약간 부연설명이 필요한데, 시두는 그냥 두창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현재 유행하고 있는 두창을 특정하는 말이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두창 역시 유행할 때마다 변종이 생기고 지역마다 변이가 있었을 것이므로 이를 時痘라 칭하여 구분한 것이며, 치료법 또한 이미 알려진 치료법 보다는 유행 때마다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권두의 편자서문 이외에 원작에 나타난 이종인의 서문과 이종원의 발문, 그리고 종두시종범례 등이 다소 문자 출입이 있으나 모두 똑같이 실려 있어 모본이 같은 동일 계통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종인 자서에 “종두법을 施治한지 20여 년 동안 주변으로부터 갖은 비방과 잡술이라는 폄훼를 받았지만 온전하게 살린 것이 수천 명으로 부지기수니 진실로 保嬰神方이라.”고 했다.

  아마도 등사자가 이 책의 표지에 적어 놓은 ‘保嬰方’이란 서명은 이종인 서문에 적힌 바로 이런 표현(‘보영신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이종원 발문에서는 수없이 많은 두창 치료경험에서 우러나온 농익은 견해가 밝혀져 있다.

  곧 종두법의 의미가 ‘上醫治病, 治未病’이란 고전명구에서 발병되기 이전인 未病을 다스리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종두야말로 치명적인 소아두창을 예방하는 최상치료법임을 강조한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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