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적 시각에서 본 의료인면허 취소법의 타당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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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적 시각에서 본 의료인면허 취소법의 타당성은?
  • 승인 2023.03.0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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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mjmedi@mjmedi.com


헌법재판소, 건설업 유사 사례 “입법 목적 달성 어려워” 판시

“타 직역 판례 따르면 면허취소 규정 위헌성 논란 피하기 어려울 것”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달 9일 표결을 거쳐 법사위에 의사면허취소법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부의해 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한의사 단체를 비롯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타 직군에서 이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헌재의 판결이 있었고 직업 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법률안은 의료인이 의료행위 외에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든 간에, 기소되어 선고유예를 포함한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본지가 법무법인 반우에 해당 입법 내용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결과 “개정안의 내용은 의료인의 직업 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여진다”는 답을 들었다.

타 직군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건설업 법인의 임원이 범죄의 종류 여부를 막론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법인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도록 한 건설산업기본법 조항에 “법인 및 그 임원으로 하여금 건설업에 관련된 규범을 준수하도록 하려면 건설업에 관련된 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록을 말소하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건설업과 관련 없는 죄로 형을 선고받은 자가 임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법인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부실시공을 방지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14. 4. 24. 2013헌바25)”고 판시한 바 있다.

현재 범죄의 종류 여부를 불문하고 면허자격의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직업이 변호사다. 변호사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만 받아도 해당 기간동안 변호사 등록이 거부되거나 기존 등록이 취소된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법률조항에 대해 직업 결정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여러 번 제기했는데, 해당 헌법소원을 제기한 변호사들은 모두 ‘의사와의 형평성’을 신청원인으로 들었다.

현행의 의료법은 특정한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 한해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함에 비해 변호사법은 그러한 제한 없이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으므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사와 변호사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의사, 약사, 관세사는 그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고 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도 그 직무 영역과 관련된 범위로 제한되어 있다. 반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치므로 공공성이 강조된다”며 변호사의 결격사유에 관한 헌법소원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의사는 그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므로 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도 그 직무 영역과 관련된 범위로 제한되어 있다”고 판시한 부분이다.

이 논리에 의하면 의료인은 변호사처럼 결격사유를 넓게 정할 이유가 없는 직종이 된다. 더욱이 의료법이 이같이 개정되면, 당장 헌재가 같은 범주로 넣어 판단한 약사와 형평성의 문제도 발생하게 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또 헌법재판소는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 행위를 한 경우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규정에 관해 “자동차 등을 이용해 범죄 행위를 하기만 하면 그 행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그러한 행위를 행함에 있어 자동차 등이 어느 정도로 기여했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어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2005. 11. 24. 선고 2004헌가28 전원재판부)”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면허취소 규정 역시 위헌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것.

의료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장덕규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는 “의료법이 본회의에 직권 부의절차를 거쳤으나, 상정되어 표결된 것은 아니다. 국회법 제96조는 30인 이상 의원의 연서를 받아 본회의에서 수정동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서는 협회 차원 등을 통해 위헌성을 주장하고, 수정통과를 유도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개정안 자체가 야당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발의한 법률이라는 점, 야당은 현재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수정 동의가 가능할지 속단하기 어려운데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법률을 가져가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법에 의해 면허취소 대상이 된 의료인이 보건복지부의 면허취소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같이 제기할 경우, 법원이 제청신청에 이유가 있으면 이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하게 된다. 혹은 법원이 제청신청을 기각한다 하더라도 해당 의료인이 당사자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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