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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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의학 
  • 승인 2023.0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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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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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67

다름

체질론(體質論)은 인간에게서 다름을 보려는 이론이다. 사람의 다름에 대한 인식은 동양과 서양의 의학 성립시기부터 있었다. 영추(靈樞)72편인 통천(通天)에는 오태인(五態人)이 나온다. 태양지인(太陽之人), 태음지인(太陰之人), 소양지인(少陽之人), 소음지인(少陰之人),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이다. 그리고 64편인 음양이십오인(陰陽二十五人)에서는 목형지인(木型之人), 화형지인(火型之人), 토형지인(土型之人), 금형지인(金型之人), 수형지인(水型之人)으로 나눈 후에 이것을 오음(五音)인 궁상각치우(....)로 세분했다.

서양의학의 시조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1)는 혈액(血液), 점액(粘液), 황담즙(黃膽汁), 흑담즙(黑膽汁)4체액설(體液說)을 주장했고, 로마시대에 갈렌(Cladius Galen)2)은 다혈질(多血質), 담즙질(膽汁質), 우울질(憂鬱質), 점액질(粘液質)4대 기질설을 내세웠다.

동무 이제마 공은 통천에서 사상인론의 아이디어를 가져왔고, 상한론을 설명의 도구로 삼아서 사상인 병증론을 전개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해내려고 했다. 동의수세보원이 세상에 나온 20여년쯤 후부터 후인들은 동무 공의 의학체계를 사상의학이라고 불렀다.

 

사상의학

사상의학이란 용어의 기록으로 가장 앞서는 것은 1924년에 도은규에 의해서다.3) 도은규4)는 함경남도 출신으로 사상의학 연구에 힘을 썼던 인물이다. 동서의학연구회(東西醫學硏究會)에서 활동하면서 함경남도 지부장을 지냈다. 그는 1924년부터 동서의학연구회월보를 통해서 사상의학의 해설이라는 글을 연재하였다.

그러다가 동무 공의 사상의학을 체질의학5)이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한 사람이 있다. 사상의학회 부회장이던 권항전(權巷全)은 동무 공의 123회 탄일(誕日)을 맞아 1959426일에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6)에서, ‘사상의학을 체질의학으로 바꿔 말할 때 가장 간명한 설명이 된다.’고 하였다.

동무 공의 탄일을 기념한 신문 기고는 보통은, 1945년에 사상의약보급회를 창설했고, 이를 이어 1957년에 출범한 사상의학회에서도 회장을 맡았던 이현재7) 선생의 몫이었다. 그런데 1959년에는 부회장인 권항전이 기고를 맡았다. 특별히 이 해에 권항전이 글을 기고한 배경에는 체질침(體質鍼)의 창안8)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나는 짐작한다. 권항전은 바로 권도원이다.

 

체질의학

체질의학은 인간이 가진 체질적 조건과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개인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이러한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부조화(不調和)를 조정(調整)하는 적합한 치료법의 체계를 궁리하고 규명하는 학문이다.9)

동호 권도원 선생의 8체질론은 사상인론이 뿌리이다. 권도원 선생은 한증과 열증으로 나뉘는 사상인 병증론으로부터 여덟 가지의 병근(病根)을 도출했고, 이 병근 이론이 결과적으로 사람의 8체질로 확립되었다. 8체질론10)이라는 용어는 체질침의 2차 논문11)에 처음 등장한다.

8체질의학

8체질의학12)8체질론에 의거하여 생리와 병리, 진단(감별)과 치료법이 조직된 의학체계이다. 8체질론의 씨앗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싹 텄고, 19651018일부터 2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침구학회(國際鍼灸學會)에서, 생리에서 병리 진단과 치료까지 망라한 논문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13)를 통해 국제적으로 공표되었으며, 1974년에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체질침 치료에 관한 연구14)로 체질영양법이 추가적으로 공식 발표됨으로써 8체질의학의 전 체계를 완성하였다.

8체질의학은 뚜렷한 체질감별법인 체질맥진(體質脈診), 체질별 질환별로 분류된 치료법인 체질침, 각 체질에게 유익한 음식과 해로운 음식을 세세히 분류한 영양법인 체질영양법(體質營養法) 등 특수한 이론체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의학(New Medicine)이다.

팔의 주관절과 손끝 사이, 그리고 다리의 슬관절과 발끝 사이의 경락에서 각 장기간의 생기(生氣)의 불균형과 부조화를 계산 조절하여 만병을 치료하는 8체질의학은 생명 화리를 원리로 하는 생명의학15)이고, 이론과 초과학(超科學)이 합치된 생명과학이다. 또한 완전한 감별법을 가진 실용의학이다.16)

 

체질맥의 의의

의학체계라면 모름지기 생리와 병리, 그리고 진단과 치료의 체계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체질의학에서는 진단에 앞서 감별이 선행된다. 체질감별이 안 되면 치료의 절차를 진행할 수가 없다. 그러니 반드시 정교한 감별도구가 필요하다. 1962년에, 첫 체질침 논문이 준비되던 시기에는 정형화된 감별도구가 없었다. 한의학의 전통적인 변증과 진단 방식에서 차용하여 체질을 감별했다.

그러다가 1964년말 쯤에 체질맥(體質脈)이 발견되었다(고 추정한다). 권도원 선생은 체질맥의 발견자인데, 발견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발언하거나 기록으로 남긴 것이 없다. 나는 이 부분이 무척 의아하다.17)

권도원 선생은 체질맥을 ‘8체질 8개성의 증명18)이고, ‘8체질의 선천적인 증표19)라고 평가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요골동맥 안에 자신의 맥상을 가지고 있고, 병약하거나 저혈압인 경우에 좀 약할 수 있으나 평생 어떠한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다20)고 했다. , 8체질의 8가지 개성이 특별하게 표출되는 것이 바로 8체질에 고유한 8종류의 체질맥상(體質脈相)21)이다. 체질맥은 8개성의 증명 같은 것이다.

누구든지 일정한 맥진 훈련을 받으면 체질맥을 느끼고 체질을 감별할 수 있게 된다.

 

체질의 유전

지난 글(1363)에서, 수세보원사상인이 유전된다는 시사점은 발견할 수 있으나 명확한 개념규정은 없다.’고 썼다. 사실 역대로 사상의학 임상의들의 유전에 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물론 유전이 된다와 안 된다로 크게 갈린다. 그렇다면 전공자들은 유전을 어떻게 보는가. 19974월에 나온, 전국 한의과대학의 사상의학 공통교재인 사상의학에는 태소음양의 유전에 관한 독립적인 챕터나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공식적인 규정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유전이 학회 차원에서 공론화된 적도 없는 것 같다. 무슨 속사정이 있는가. 나는 바로 사단론10조에 기반을 둔 사상인 장국(臟局)의 형성 원리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사상의학에서는 성정의 작용이 사상인의 장부대소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하였다. , 성정의 작용이 사상인의 장부대소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의 핵심은 애노희락(哀怒喜樂)이 폐비간신(肺脾肝腎)에 선행(先行)한다.’이다.

나는 이에 대해서 사상인 장국의 형성 원리자체가 아주 의미 없는 개념이라는 것을 여러차례 주장해 왔다. 내 주장의 핵심은 선천적인 폐비간신의 구조로부터 애노희락이 발현되는 것이며, 사상인의 장기대소는 천품(天稟)이므로 그 원리를 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22) 즉 사상의학계와 나의 주장이 상충되는 것은 사단론10조와 확충론1조를 보는 해석의 차이인 것이다. 그런데 사상인이 유전된다고 상정하면 그런 논쟁은 싱겁게 변한다. 사상의학계가 태소음양의 유전을 인정한다면, 1970년에 학회를 출범시킨 이후로 거의 50년 이상을 내세웠던 사상인 장국의 형성 원리를 용도 폐기할 수밖에는 없게 되는 것이다. 사상의학계에서는 그런 고민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수세보원사상인변증론조문 5에 태양빈우마가 선능생산(鮮能生産)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두정(韓斗正)1941년에 상교현토 동의수세보원을 펴내면서 이 부분을 불능생산(不能生産)으로 바꾸었다. 우리말에는 둘암소나 둘암말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때 새끼나 알을 낳지 못하는의 뜻을 지닌 접두사이다. 한두정은 이 조문에 나오는 암소나 암말은 둘암소와 둘암말이라고 본 것이다. 그럼 왜 한두정은 생산하지 못한다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는 사상인변증론조문 1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조문 1태양인의 수는 지극히 적다는 체질이 유전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동무 공이 사상인론의 바탕에 만약 유전과 유사한 개념을 상정하지 않았다면 굳이 조문 5에서 태양인의 생산 문제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한두정은 그런 스승의 생각을 충실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따르고자 했다. 즉 불능생산이야말로 유전개념에 대한 강력한 시사인 것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460~377 B.C
2) 130~200 A.D
3) 김남일,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67) 『한의신문』 2019. 10. 10. 
4) 都殷珪(1869∼1939) 號 稚槐
5) 體質醫學(Constitution Medicine)
6) 사상의학의 창시자
7) 李賢在(1903.4.6. ~ ?)
8) 1958년 말(末)로 추정
9) 기존 자료에서 체질의학을 규정한 곳이 없어서, 2009년에 『학습 8체질의학』의 원고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정의했다. 이 정의에서 키워드는 조건, 관계, 조화이다.  
10) Eight-Constitution Theory
11) Dowon Kuan,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中央醫學』 1973. 9.
12) Eight-Constitution Medicine(ECM)
13) 이것을 「1차 논문」(1st paper)이라고 부른다. 
14) 이것은 「명대 논문」이라고 부른다. 
15)「화리」1983. 10. 24. 
16) “지구상에 완전한 감별법을 가진 체질론은 8체질론 뿐이며, 감별법 없는 체질론은 실용의학이 될 수 없다.” 
체질은 왜 여덟인가, 『빛과 소금』 〈122호〉 두란노서원 1995. 5.
17) 이강재, 『체질맥진』 행림서원 2017. 4. 10. p.40~51
18) 체질은 왜 여덟인가, 『빛과 소금』 〈122호〉 두란노서원 1995. 5.
19) inherent sign of each constitution
20) 8체질의학론 개요, 『동방학지』 제106집 연세대학교 출판국 1999. 12.
21) “8 Pulse formation for 8 Constitution”
22) 내 주장이 뭐 새롭고 특별한 것도 아니고, 「사단론」 23조에 분명하게 ‘천품으로 이미 정해진 것은 진실로 가히 논할 바가 없다(天禀之已定固無可論).’고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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