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유한성을 앞에 두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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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유한성을 앞에 두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
  • 승인 2023.02.0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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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효

이현효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몽테뉴의 수상록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 살아간다. 재정적인 무게, 직장에서 지위에 대한 무게, 가정에서 부모의 책임에 대한 무게, 자식으로서 기대감에 대한 무게들로 한없는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 별거 없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수상록을 통해서 우리에게 삶의 무게를 줄여주고, 휴식 같은 삶을 가질 수 있게 이야기 한다. 몽테뉴는 말했다.

안해린 옮김, 미셸 몽테뉴 지음, 정영훈 엮음
안해린 옮김, 미셸 몽테뉴 지음, 정영훈 엮음

우리는 삶을 사는 동시에 죽음을 사는 존재다. 모든 건 다 망하고, 우리는 어차피 죽는다. 인간에 모든 일은 끝이 있다. 힘든 회사생활에도 분명 내가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은 잠시 접어두고 잠 못 자면서 힘들게 키웠던 자식들도 어느새 훌쩍 커서 내 곁을 떠나게 된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끝이 온다. 죽음은 인생의 결론이라고 이미 정해져 있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죽음 아래에서 평등하다. 죽음은 자연의 섭리이고, 우리는 그 자연의 미세한 조각중 하나이다. 부자도 가난한자도 죽고, 직장인이든 의사든 누구든 간에 결론은 죽음이다. 오래 살았는지 짧게 살았는지도 상관없다. 죽음 앞에서는 다 똑같다. 사라지고 난 후에는 길고 짧음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의 관점에서 행복하거나 불행한 인생을 나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죽음은 우리가 유한한 존재인 것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태어나서 삶을 살지만 동시에 죽음으로 한발씩 다가가게 된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내가 죽는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끝이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언젠가 반드시 끝이 있으며 결국 나는 죽는다는 결론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며 사는 것이다. 죽음에서 도망가는 것은 삶에서 도망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이라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죽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며, 인생의 끝을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이 삶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 삶의 본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내가 죽기 직전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기억들이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생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행동하고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한 호주 여성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영국에 있는 양로원에서 노인들의 병간호를 했다. 노인들은 죽기직전에 평생 사는 동안 후회되는 일들을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후회되는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공통적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내가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둘째, 그렇게 열심히 살 필요가 없었다. 대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셋째, 자신의 감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행복은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남들과 비교하여 나의 행복을 판단한 것을 후회한다고 이야기했다. ‘돈을 더 벌어야 했었다.’ ‘더 큰집에서 살았어야 했었다.’와 같이 재물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삶이 별거 없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된다. 지금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재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보니 청춘은 허무하게 짧았다. 한의대를 들어오면 나는 내 삶이 조금은 특별히 질줄 알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다 나이만 들었다. 언젠가 고려대 졸업식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일갈. 삶은 쌓는 게 아니라 덜 중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이다 라고. 단순하게 살며, 끈기와 반복 속에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삶. 메멘토 모리. 남은 시간들을 그런 곳에 쏟으며 살리라.

 

이현효 /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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