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43> - 『(智竗措鍼)經驗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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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3> - 『(智竗措鍼)經驗方』①
  • 승인 2023.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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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사암침법으로 치료한 臨症醫案

  지루하게 이어진 역질 유행을 끝마치고 장생불사약을 만든다는 토끼해를 반기는 마음에서 신발굴 자료로 침구의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표지에는 그저 『경험방』이라고만 적혀있어 서명만 보아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쉽지 않고 일반명사로서 쓰인 경험방과 구별도 어렵겠다는 생각에 고유서명 앞에 지은이로 보이는 작자의 필명과 서문에 보이는 의미어를 부가어로 덧붙여 구분코자 하였다.

 ◇ 『지묘조침경험방』

 

  눈썰미 좋은 독자라면 단번에 감을 잡았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허임『침구경험방』과 아울러 한국전통 침법을 다룬 책으로 첫 손 꼽히는 사암침법 운용법과 경험 의안을 수록한 책이다. 따라서 진즉 이 글에 앞서 소개한 『經濟要訣』편(353회 五行의 門庭에서 노니는 補瀉鍼法/2007.10.1.일자, 354회 舍巖鍼法 활용한 東國 鍼灸醫案/2007.10.8.일자)을 반드시 먼저 읽어보아야 한다.

  이전 글을 읽었던 독자들은 잘 기억하고 계시리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우선 사암침법을 조선 고유침법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결정적인 경험의안을 제공한 것이 『경제요결』안에 들어있는 ‘芝山要訣’이라 명명된 침구의안이라는 사실을. 오늘 살펴볼 자료는 바로 이 지산요결에 해당하는 침구의안집의 필사본 별책인 셈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그간 단본으로 된 이 책이 나타난 적이 없었고 『경제요결』에 합편된 사본으로만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상기해 보자면 『경제요결』에는 사암침법의 원전이라 할 ‘사암정오행’과 허임 ‘침구경험방’(河陽要訣)이 앞뒤로 붙어 있고 가운데 토막에 바로 이 ‘지산의안’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 ‘芝山醫案’이라 명명된 사암침구 의안은 별도의 서문이 붙어 있어 대략 그 저술 동기와 전해진 경위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았고 다만 서문에서 밝힌 ‘禍家餘生’이란 표현과 智竗病夫라는 호로 미루어 신분을 밝히기 꺼려하는 은둔지사의 경험침구의안이라는 사실만 짐작할 뿐이다.

  특히 저자는 자서 안에서 스스로 밝히기를 “穴法에 대해서는 『동의보감』을 따르고 補瀉법에는 『의학입문』을 적용했으며, 또 方文은『舍岩正五行』을 썼고 察症에는『靈樞』와 여러 의방서를 참조했다고 적혀 있어 그 연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곧 경혈정위에 관해서는 『동의보감』침구편 소재 12경맥유주수혈법을 준용하고 보사수기법은 『의학입문』에 수재된 영수, 호흡, 원방보사법을 기본으로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침구처방을 선혈하는 수법(方文)에 대해서는 『舍岩正五行』치료법을 따랐다고 명시한 점이다. 즉 이 침구의안은 오롯이 사암침법을 위주로 운용하며 얻은 경험과 지견을 실어놓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암이라는 법명만 알려져 있는『舍岩正五行』과 마찬가지로 사암침법의 운용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지묘조침)경험방』(속칭 芝山醫案)도 역시 저자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침법이론과 이것의 응용방법을 파악할 수 있는 후속편으로 이런 책이 전해진다는 사실이 후학들에겐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앞표지에는 제첨과 함께 ‘補瀉進退’라고 쓴 글귀가 적혀 있고 이면에는 “手之三陰從臟走至手, 足之三陰從足走至腹, 手之三陽從手走至頭, 足之三陽從頭走至足.”이라고 쓴 명문이 있다. 곧 수삼음경맥은 오장으로부터 나와 손목까지 유주하고 족삼음경맥은 발에서부터 시작해 복부로 흘러가며, 수삼양경맥은 손에서부터 시작해 머리로 주행하고 족삼양경은 두부에서 시작해 발까지 이르게 되니, 수족음양12경맥이 온몸을 주류순행하는 대체를 4구로 요약해 설명해 놓은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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