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읽기] 이토록 기괴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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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읽기] 이토록 기괴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라니
  • 승인 2023.01.1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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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드라마읽기┃웬즈데이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단히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기는 힘들지만 꾸준한 마니아층이 있는 장르 중 하나를 뽑자면 바로 하이틴물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 하이틴물은 흔히 잘생긴 미남(주로 미식축구 쿼터백), 모종의 문제상황을 겪게 된 약간은 아웃사이더인 여자 주인공, 여자주인공의 개성 넘치고 의리로 뭉친 친구, 학교의 여왕으로 불릴법한 ‘프롬퀸’빌런 등은 가장 기본적인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가 많았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여자주인공이 한국계라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기본 구조를 잘 따라가는 작품이다.

감독: 팀 버튼, 제임스 마샬, 간디아 몬테이로출연: 제나 오르테가, 헌터 두한, 퍼시 하인즈 화이트, 엠마 마이어스 등
감독: 팀 버튼, 제임스 마샬, 간디아 몬테이로
출연: 제나 오르테가, 헌터 두한, 퍼시 하인즈 화이트, 엠마 마이어스 등

사실 ‘웬즈데이’도 기본적인 이런 인물구도는 따르고 있는 편이다. 다만 밝고, 명랑하고, 풋풋하고, 사랑이 가득한 것이 기본인 하이틴물과 다르게 어둡고, 기괴하고, 삐딱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웬즈데이’는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늘 울적하다’는 가사에서 이름을 따왔을 만큼 태생부터 범상치가 않다. 늘 무표정하고 뚱한 눈빛, 검은색과 흰색 옷, 독설로만 가득한 말투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힘들다.

그런데 ‘웬즈데이’는 이 어려운 것을 해냈다. 음침하지만 귀엽고, 기괴하지만 유쾌하고, 삐딱하지만 사랑스럽다. 다른 아무것도 없이 손만 존재하는 ‘씽’을 자신의 충직한 조수로 활용하고, “내 동생은 나만 괴롭힐 수 있다”며 피라냐를 수영장에 풀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소녀이지만, 사춘기의 풋풋하고 고민 많은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 매력이다.

여기에 이 드라마는 탐정물을 끼얹었다. 동생을 괴롭힌 무리에게 피라냐를 풀어서 퇴학당한 웬즈데이가 자신처럼 별종들 투성이인 기숙학교 ‘네버모어’에 편입하게 되는 시작 자체는 하이틴물의 정석인데, 학교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죽이는 미지의 괴물을 찾아 나서는 소녀의 이야기가 들어가자 다소 으스스하면서도 흥미로워진다.

이 작품은 오래전부터 인기가 많았던 만화 ‘아담스패밀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만화 원작인 만큼 세계관 속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강하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손이 덜렁거리며 돌아다니고, 학교 파티에 가짜 피가 스프링클러로 퍼지는 연출, 어둠의 숲을 돌아다니는 징그러운 괴물의 모습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법하다.

또한 인물의 개성이 확실하고 세계관이 독특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줄거리와 네러티브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에서는 100점 만점에 대략 80점 정도를 수행해냈다. 웬즈데이의 경우 하이틴물에 판타지 한 스푼, 범죄추리물을 두 스푼 집어넣어 서사적으로 이야기가 심심하지 않고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다만, 시리즈물을 염두해두었는지 중간 중간에 궁금증을 자아냈던 떡밥을 해결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나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마지막에 범인이 붙잡혀가기는 하지만 언제든 다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해보이는 엔딩을 보고나면 어쩐지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은 듯한 찝찝함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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