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궁금한 점 생기면 자연스럽게 의서 펴보는 습관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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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궁금한 점 생기면 자연스럽게 의서 펴보는 습관 생겨”
  • 승인 2023.01.0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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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mjmedi@mjmedi.com


▶인터뷰: 의서공부모임 참여 한의사.  

“의서의 반복적인 학습 임상 시야 넓혀주는 기본 중 기본”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는 의서공부모임에서는 다양한 의서를 스터디하며 논의를 하는 모임이다. 임상과 수련을 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참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공모에 참여하고 있는 김민정 한의사, 윤성수 한방내과 전문의, 황예채 한방내과 수련의, 신희연 한방내과 전문의, 이유정 침구과 전문의, 박소라 사상체질과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의서공부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민정 한의사.
◇김민정 한의사.

김민정(이하 김): 한의학 원문 공부는 손에서 놓지 않아야 멀어지지 않고 한의학적 관점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태해지기 쉬운 환경과 혼자 공부를 하지 않는 성격상 함께 공부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때에 인스타를 통해 동의보감 원문 공부 모임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윤성수(이하 윤): 학부생일 때 이태형 원장을 의사학교실 조교로 처음 만났고 한의학토론회 운영 멤버로 참여하면서 학술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현동학당을 통해 다시 교류하게 되며, 한의사로서 역량 강화를 위한 한 축으로서 전통한의학 공부가 필요함에 공감하여 참여하게 됐다.

황예채(이하 황): 현재 한방 내과에서 수련 중이다. 수련의를 하면 연구, 임상의 기회는 많지만 의서 교육의 기회는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는 한 비교적 적다. 한가지 약재 안에도 다양한 주치와 병증이 있다. 의서의 반복적인 학습은 임상의 시야를 넓혀주는 기본 중 기본 작업이라고 생각해 의공모에 참여하게 됐다.

◇윤성수 한방내과 전문의.
◇윤성수 한방내과 전문의.

신희연(이하 신): 학생 때부터 여러 스터디를 참여하면서 침, 한약 등을 공부해왔고 환자를 볼 때마다 그와 관련해 의서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독하면서 임상 경험을 같이 기록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왔다. 그러나 동의보감 등의 하나의 의서를 긴 호흡을 가지고 순서대로 읽어내려 간 경험은 없다보니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의서를 공부하면서 의문이 생길 때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갈증이 있기도 했다. 학생 때 김남일 교수님의 동의보감 스터디에 참여했었는데 의서를 유기적으로 읽는 방법을 배웠던 기억이 났다. 그때보다 임상 경험이 한층 더 많아진 지금 그러한 방식으로 의서를 읽는다면 훨씬 더 생생하고 풍부한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임상에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더 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에 참여하게 됐다. 

이유정(이하 이): 임상을 하면서 환자의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자 할 때, 한의학적으로 제대로 환자를 파악하려면 한의학 의서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하다고 느끼게 돼 참여하게 됐다.

박소라(이하 박): 의서를 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태형 원장께서 때마침 권유해주셔서 참여하게 됐다.

▶지난 1년간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오직 한의학에 대한 애정 하나로 자발적으로 모인 공부 모임이라는 점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고 계신 원장들께서도 임상에서의 경험과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주셔서 단순히 책만 읽는 공부가 아닌 원문과 임상을 연결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황예채 한방내과 수련의.
◇황예채 한방내과 수련의.

윤: 의서는 내용이 방대하고, 해설이 없으면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중요성을 인식해도 공부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의사학을 전공한 이 원장님이 스터디를 잘 이끌어 준 덕에 지속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또한, 정기적인 일정으로 강제성을 부여하여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게 만든다는 점도 하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웃음).

: 스스로 공부가 부족하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꾸준히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바쁘고 지친 날에는 모임 당일 아침부터 ‘오늘은 참여를 못하겠다, 하지 말까’하는 마음이 간혹 생긴 적이 있었지만 의공모에서 다루는 내용이 ‘혼자만의’ 공부로는 얻지 못할 내용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꾸준히 참석했다.

: 지난 9월부터 참석하기 시작해서 아직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주 스터디에서 공부했던 내용과 관련된 환자를 임상에서 만나 함께 살펴봤던 처방을 직접 쓰면서 ‘체득’하게 되는 것과, 반대로 내가 이미 임상에서 겪었던 케이스들을 의서에서 확인하고 다시 한 번 고찰하게 되는 경험들이 이론과 임상을 엮어주는 좋은 연결고리가 된다. 이러한 과정이 임상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스터디에 꾸준히 참석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신희연 한방내과 전문의.
◇신희연 한방내과 전문의.

이: 매주 스터디를 참여하면서 의서모임에서 공부한 내용의 환자들을 꼭 한 번쯤은 만나는 것 같다. 이런 상황들이 종종 발생해 더욱더 흥미가 생겼으며 혹시 내가 한의학적 의서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또 의서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증이 유발돼 더욱더 꾸준히 참석했다.  

박: 함께 공부하는 분들의 한의학에 대한 열정 덕분에 지속하게 되는 것 같다.

▶스터디를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김:
개인적으로 제일 크게 얻은 것은 미래 진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요양병원 근무 위주로 해와서 침치료를 위주로 하는 상황이었고, 한의학 관점의 공부와 치료를 계속해서 추구했지만 한약치료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한약치료를 접근해야 내가 떳떳하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함께 공부한 원문과 밀접한 임상 경험을 나눠주고, 치료 방향에 대한 생각도 나눠보고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방향성이 잡혔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유정 침구과 전문의.
◇이유정 침구과 전문의.

윤: 통독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기에, 예전에 공부할 때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조문들(의서 내용들) 위주로 봤었다면 스터디에서는 전체적으로 볼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중요한 관점과 내용은 서로 다른 조문들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중요내용을 학습하였다는 점. 스터디 참여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경험과 지혜를 얻기도 했다.

: 해당 처방의 치료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면서, 의사학 전공을 하신 원장님께서 관련 레퍼런스를 아낌없이 제공해주셔서 이해가 쉽고, 기억에 더 잘 남았다. 로컬 선생들께서 올려주는 케이스를 통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문진을 하는지 등 공유하는 기회를 통해 한의학적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 이전에는 임상의들을 위해 쉽게 저술된 책들이나 정리본들을 우선적으로 보게 되는 경향이 컸다면, 지금은 언제든 궁금한 점이 생기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의서를 펴보게 되는 경향이 생겼다. 또한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부여가 되다보니 꾸준히 의서를 읽는 습관이 형성된다는 점과 혼자서는 어려웠을 통독을 하게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한 의사학적으로 많은 공부를 하신 이태형 선배께서 가이드 해줘 의서를 더 풍부하게 읽고 고찰할 수 있다는 점, 공부하는 내용과 관련해 여러 스터디원들의 임상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이 스터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박소라 사상체질과 전문의.
◇박소라 사상체질과 전문의.

 

: 예전에는 환자가 오면 그저 질환에 대해 집중해 생각했다면, 스터디를 하면서 그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몸 상태를 우선 생각해 접근하게 된다. 환자가 허한 상태인지, 실한 상태인지 전반적 증상, 맥 등을 통해 더욱더 생각해보려 하게 됐다.

박: 지금 당장 필요한 내용이 아닌 것 같으면 대충 넘겨버리는 편이었는데,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조문 하나하나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향후 스터디 모임 방향성에 대해 건의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달라. 
윤:
지속적인 공부와 반복을 통해 10년이 지났을 때 발전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스터디가 지속되길 희망한다.

황: 동의보감 기반 진료기록공유시스템에서 환자 정보 파악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신: 의서를 읽는 가장 큰 이유가 임상에서 환자를 보는 데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므로 실용적인 공부가 중요하고, 의서에서 현재까지도 가치가 있고 활용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의서의 내용들을 현대의 환자들과 매치하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해당 조문들은 현대에서는 어떤 질환이나 증상과 관련되어 있는지, 서양의학에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한계가 있으며, 한의학적 치료가 더 의미가 있거나 우세한 분야인지 등에 대한 고찰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반대로 과거에는 한의학적으로 접근했으나 현대에는 서양의학적 접근이 훨씬 유리한 질환들과 관련된 내용들은 힘을 좀 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스터디원들이 임상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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