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제주 4.3사건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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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제주 4.3사건을 아시나요?
  • 승인 2022.12.30 07: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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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수프와 이데올로기
감독: 양영희출연: 양영희, 강정희, 아라이 카오루
감독: 양영희
출연: 양영희, 강정희, 아라이 카오루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환자들은 본인의 조건에 따라 진료비를 일부 지원받게 된다. 가장 흔한 그룹은 건강보험을 적용 받는 그룹이고, 자동차 사고의 경우 보험회사에서 진료비를 지원해주고, 의료보호 그룹도 소액만으로 진료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에서 진료하다 보면 환자 구분에 해녀, 4.3 유족이라는 카테고리를 보게 된다. 해녀는 알겠고, 4.3 유족은 잘 몰랐다. 4.3사건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자세히 몰랐는데, 생각보다 4.3 유족이 많았다. 마음 한켠에 4.3사건에 대한 희미함을 가지고 있다가, 관련해서 재밌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집 근처 영화관에서 단 하루만 상영한다기에 피곤함을 참고 극장을 찾았다. 4.3사건은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촬영 배경이 일본이다. 양영희 감독은 재일교포 3세로 그 어머니가 4.3사건을 겪은 당사자로 출연한다. 4.3사건은 남북 분단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역사로, 당시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의 봉기를 미군과 이승만 정부가 무력으로 제압하면서 제주의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는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서 민족 차별적인 삶을 살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15세의 나이에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로 거처를 옮기게 되고 처음으로 차별 없는 자유로운 삶을 누리며 정인도 만나고 평생의 삶을 이곳에서 보내리라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3년 뒤 4.3사건이 발생하고 눈앞에서 민간인이 총에 맞고 죽어가는 모습, 냇물이 핏물이 되어 흘러가고 시체가 쌓인 들판을 보며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일본에서 조선 사람은 남한과 북한 중 국적을 택해야 했는데, 4.3사건의 공포로 남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뒤 북한을 택해 조총련 활동을 하게 된다. 조총련 간부인 남편과의 슬하에 세 명의 아들과 딸(양영희 감독)을 두었으나 김일성의 매력적인 연설을 듣고 세 명의 아들을 모두 북한으로 보내게 된다. 이후 부모는 가족을 위해 북으로 끊임없이 자금을 보내고, 양영희 감독은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사고를 하며 북한에 충성하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감독의 생각과 영화에 나오지 않은 내용들까지 들을 수 있었다. 결혼은 누구와 해도 좋으나 미국 놈과 일본 놈은 안된다고 강조하시던 부모님께 일본인 남자친구가 인사를 가겠다고 해서 이 순간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하며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코미디 영화를 예상했으나 생각과 달리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하는 두 사람(카오루와 어머니)에게 놀랐다는 양영희 감독. 영화를 보면 삼계탕이 계속 등장하는데 어머니께서 항상 국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삼계탕이 가족의 소울푸드이기에 영화의 제목도 ‘수프와 이데올로기’로 지었다고 한다. 영화는 10년에 가까운 촬영 기간이 소요되었고, 촬영을 통해 4.3사건을 자세히 알게 되며 50년 만에 부모님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양영희 감독은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까지 총 3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고, 다큐멘터리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영화 <가족의 나라>를 통해 보여주었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남과 북, 일본과 한국, 세대 갈등 등 다방면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복잡한 심경이었으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상영관이 거의 없어 찾아보기 힘들지만, 기회가 되면 꼭 관람해보길 권한다.

 

배효원 / 제주경희미르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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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22-12-30 08:42:02
빤스먹사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유튜버들과 극우단체들은 이딴거를 저주하며 피해자들을 죽이기를 바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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