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 사람의 주치의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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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사람의 주치의가 된다는 것
  • 승인 2022.12.3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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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이정훈

mjmedi@mjmedi.com


생기능의학, 한의계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15)
◇이정훈 한의사
◇이정훈 한의사

신규 한의원들이 오픈 할 때마다 보게 되는 광고 문구들이 있다. 자동차 사고, 다이어트, 비염, 추나 이 4가지 문구는 기본이고 거기에 주치의라는 표현이 붙는다. 저마다 양방진료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환자만을 위한 주치의라는 표현을 붙이곤 하지만 과연 환자를 위한 주치의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에서 간혹 보듯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각 대학병원 주치의를 두고 어떤 질병이 생길 때 마다 진료를 보는 개념일 수 있다. 갖고 있는 질환에 대해 최고 권의의 전문가와 수시로 연락하며 질병을 체크 한다면 주치의를 두는 의미가 충분하다.

그러면 한의계의 주치의는 어떤 개념일까. 사회적인 성공을 한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모두에게 주치의는 필요하다. 한의학이 대체의학 개념과 예방의학 인식이 있는 현재에는 환자 개인의 건강상태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유지하고 가벼운 질환에서부터 충분히 추적관찰을 해야하는 질환까지 나에게 최선의 진료계획을 세워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의료인이라면 환자에겐 충분히 인생 주치의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이 한의원에 가면 다 나아. 못 고치는 질병이 없어가 환자의 주치의가 아니라 의료진이 교과서적인 진료를 체계적으로 하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계획을 세워주고 알맞은 진료를 해주는 것이 의원급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주치의라고 생각한다.

 

XX F/73

C/C:

#1.허리의 통증과 무릎의 통증

-만성적인 증상이고 허리가 굽어지는게 힘들다. 간헐적으로 무릎이 붓곤 한다.

 

O/S:

P/H: HTN/DM/HL (-/-/+)

- Med. (+)

 

S: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며 집에서 시장 가는것도 숨이차고 힘들다 허리는 항상 무거운 느낌이 들고 간혹 무릎이 아프다. 부천 지역 한의원 정형외과 진료를 많이 받았다.

 

[수면]

-2~3시간마다 잠에서 깬다. 충분히 잠을 못잔는 듯하다.

O: Inbody970 체성분검사, 뇌파자율신경검사, LFT, CRP, 갑상선 호르몬 검사, 적외선 체열검사, 피부지질 검사

 

P: ATx, 보구쌍패탕 가미방 (보구한의원 원내 처방: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백지, 강활, 독활, 길경 ETC. )

 

◇그림1.환자의 LFT 검사결과

 

◇그림2.환자의 CRP 검사결과.
◇그림2.환자의 CRP 검사결과.
◇그림3.환자의 L-spine X-ray 상태.
◇그림3.환자의 L-spine X-ray 상태.
◇그림4. 환자의 진료 기록 29개월의 시간동안 한약처방을 하였고 환자분께서도 만족하시며 한약복용을 하였다.
◇그림4. 환자의 진료 기록 29개월의 시간동안 한약처방을 하였고 환자분께서도 만족하시며 한약복용을 하였다.

만성적인 허리 통증과 체력 저하로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다. 한의원의 환자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꾸준히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편이었는데 이 환자도 매주 월, , 금 몇 년간 빠지지 않고 29개월의 시간 동안 한약처방을 했고 환자도 만족하며 한약 복용을 했다. 척추 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허리와 무릎의 통증이 나타났고 탄수화물 식이의 편향으로 인해 고지혈증이 있었다. 70세가 넘었고 체형은 보통체형이었는데 기력저하가 나타나고 근육의 감소 속도가 빨라 관절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통증이 자주 발생하였다. 체성분 검사 결과와 혈액검사결과와 문진으로 탄수화물에 편중된 식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중에 혼자 사는 65세 이상의 환자는 식사를 간단히 하는 경우가 많고 단백질 식이를 균형있게 하지 못해 근육의 손실이 빠른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기혈을 보충해주는 쌍패탕 계열의 약을 처방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며 단백질 식이를 티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한의사들은 아직도 대중들은 양방의료진은 5분 진료를 하고 검사결과에 의존하는 환자를 보지 않는 진료를 하는 반면, 한의사들은 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많은 질문을 하며 세심한 진료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봤다. 양방의료진의 경우 우리에 비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진단 도구들이 있어 많은 문진을 할 필요가 적고 병원의 수련을 거치는 과정에서 환자의 삶을 밀접하게 접하는 경험을 하여 의료진의 개인 능력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진 개인 능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제도적인 차이와 경험의 차이가 한의진료와 양방진료의 간극을 더욱 벌리고 있다.

최근 한의사들이 주를 이루는 온라인 공간에서 의료진과 손발을 맞추는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에 대해 직원들에 대처하는 법이라는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용인술이란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한 사람의 주치의가 되고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마음가짐일 수는 없다. 많은 경험과 시간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잠깐의 말과 행동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좋은 사람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런 사람들 안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일상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직장을 만들면 한의원에 내원해주시는 환자들의 주치의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 그 가족의 주치의가 될 수 있다. 인사가 만사이다. 환자뿐 아니라 사람의 삶을 보는 한의사가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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