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39> - 『婦人諸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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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39> - 『婦人諸科』②   
  • 승인 2022.1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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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독특한 부인병, 과부사니증과 血風瘡

  지난 호에 부인과 영역에서 임신구사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현재 전통 출산법은 잊혀져버린 영역이 되고 말았고 현대의학 시스템에서도 갈수록 산과 전공을 기피하는 경향인지라 이제는 지역에서 개인 산부인과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니 동서양 의학을 막론하고 산과임상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임신출산이 아니라도 여성에게만 발현되는 독특한 질환증상이 몇 가지 있으니, 그 가운데 하나로 寡婦師尼(寡婦寺尼)증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혼자 사는 과부와 여승은 가정부인과 달리 별도의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대개 2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 『부인제과』
◇ 『부인제과』

  과부는 혼자 지내니 홀로 음기만 있고 양기가 채워지지 않아 마음속에 욕정이 싹터도 쉽게 풀 수가 없는지라 이 때문에 음양이 서로 부딪히고 다투어 한열이 오락가락(乍寒乍熱)하고 전신이 온병이나 학질에 걸린 듯하다. 오래 되면 곧 勞心證이 되고 만다.

  과부나 비구니(여승)가 억울한 일을 당해 병이 생기면 그 증상이 바람 쐬기를 꺼려하고 몸이 나른하게 늘어지며, 한기와 신열이 교대로 일어나고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또한 가슴이 번잡해지거나 혹은 때때로 땀이 저절로 흘러내리며, 간맥이 弦長하여 촌구부로 내미는데, 시호억간탕, 부용산, 억음지황환 등이 좋다고 했다.

  다른 한편, 매번 오전에는 정신이 아득하고 볕이 환한 곳을 꺼려하며, 사람소리를 싫어한다. 오후가 되면 바야흐로 머리가 띵하고 배가 아프며, 깜짝깜짝 놀래고 맥상이 조금 澁하며, 힘든 일 한 것처럼 몸이 아픈데, 월경이 왔을 때 더욱 극심해진다. 이것은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병으로 淸神養榮해야하니 사물탕에 인삼, 복신, 진피, 시호, 강활, 향부자 등을 더 넣어 먹인다.

  이와 연관된 병증으로 부인의 血風瘡증은 온몸에 丹毒같이 붉은 두드러기(㾦㿔)가 돋아 때론 가렵고 때론 통증이 있으며, 긁어서 창종이 생긴 것이다. 이는 風濕血燥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니 마땅히 가미소요산에 황련과 생지황을 넣어 쓰면 좋다고 하였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필자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웃에 젊어서 홀로 되어 오직 외아들만 의지해 살아온 과수댁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가슴앓이와 협통, 그리고 안면홍조, 한열왕래증으로 고생해 온 걸 호소했다. 아픈 것이 일상화되어 나을 것이라 기대하질 않았지만, 단지 소요산만으로 평생 고질이 사라졌다.

  또 하나 향토색 짙은 향약방이 보인다. 驗蛔蟲上衝조문인데, 생율즙을 냉기를 가셔 먹이는 방법인데, 여러 번 효험을 보았다 하였다. 감주에 명태를 넣고 술로 달여 먹여도 효험이 있다고 했는데, 감주를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했다. 또 眞茸가루를 먹이면 매우 좋다고 했는데, 여기서 진용이란 곧 뽕나무싹(桑茸)이라고 한다. 또한 玉水水(옥수수)와 茄子(가지)껍질을 달여 먹이기도 한다.

  아울러 산부가 출산한 지 7일 이내 홍진을 앓게 된 경우, 치료법은 落胎한 것처럼 보해야지 열을 다스려서는 안 된다. 또 잉부가 홍진으로 처음 아프기 시작할 때, 경수가 마침 찾아온 경우는 순증이다. 만약 4~5일이 지나서도 그치지 않는 경우, 현삼, 생지황, 목단피, 치자, 포황 등속에다 황련해독탕을 합해 달여 먹인다.

  만약 경도가 끊기고 나자마자 홍진을 앓게 된 경우에는 사물탕에 승갈탕을 합방해 발산시킨 뒤 사물탕을 자주 복용케 한다. 임신부 홍역을 잘 치료하지 않으면, 반드시 낙태하게 되는데, 낙태한 뒤에는 꼭 십전대보탕을 써야만 죽음을 면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 20살 이전에 조혼하는 풍속이 있었기에 임신부 홍역은 태아와 산모를 모두 위태롭게 하는 적신호가 되었던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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