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38> -『婦人諸科』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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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38> -『婦人諸科』 ①
  • 승인 2022.1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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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인구감소를 막을 방책, 妊娠求嗣

부인과 산과를 주제로 치법, 치방을 모아 편집한 의서를 살펴보기로 한다. 제목은 표지에는 그저 ‘婦人科’라고만 되어 있고 권수제에는 ‘부인제과’란 명칭이 부여되어 있다. 아울러 속표지에는 본문 내용과는 다소 상이하게 ‘三攷藥性詩’란 이름의 서명이 적혀있으나 이것은 아마도 다른 사본의 파지를 배접지로 재활용했기에 남아있게 된 것으로 여겨져, 고찰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한다.

◇ 『부인제과』
◇ 『부인제과』

본문에 앞서 목록이 붙어있고 표지에도 전체목록이 모두 기재되어 있어 간단하게 찾으려는 항목에 접근하기에 용이하다. 또 판심에 해당하는 접지부에 주제별 소제목이 장마다 기재되어 있어 책장을 넘겨가며 원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게 고안되어 있다.

본문 구성에 있어서는 맨 먼저 調理(調經), 붕루, 대하, 경폐, 화혈, 조혈, 대하, 허로로 이어지며, 여자의 생리적 특성과 월경질환 및 이상증상과 치료법을 거론하였다. 이어 求嗣, 임신, 驗胎, 胎漏, 胎動, 내상으로부터 子煩, 子腫, 子癎, 子淋, 子懸, 子嗽, 子痢, 子瘧, 子瘖, 兒哭 등 각종 임신 중 발생하는 질환증상을 수록하였고 또 護胎, 小産, 過月不産, 半産, 保産, 臨産, 催生과 같이 출산에 임박해서 야기된 갖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 산후에 발병할 수 있는 제반 증상으로 乳癰과 通乳, 陰脫(陰戶突出, 生腸不收), 鬱冒, 風痓, 虛煩, 산후구역, 산후임력유뇨, 산후설리, 산후허로, 산후부종 등 각종 산후병이 망라되어 있으며, 산후 잡증으로서 징하, 臟燥, 陰痒증이 다뤄지고 있다. 더욱이 斷産이나 寡婦師尼 항목은 부인과만의 특징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첫 들머리 조경조에는 “부인의 여러 가지 병은 대부분 기는 성하지만 혈은 허한데 있다.”고 전제한다. 부인과 室女(처녀)의 혈기가 조화롭지 못한 것과 임신전이나 혹은 모든 산후질환을 치료하는 조기양혈탕조에는 “부녀를 치료할 때에는 혈을 위주로 치료해야 하는데, 모든 병이 혈기가 조화를 잃은 뒤에 혈맥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어 생긴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탄식했다.

본문은 대개 치료처방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몹시 간략하게만 병리기전을 언급하고 처방과 용법을 중점적으로 기술하였다. 또 2행에 걸쳐 처방명을 본문 글자보다 두 배 가까이 크게 적어 한눈에 찾아보기 편하게 편집하였는데, 특히 방제명 우측에 ㄱ자와 같이 꺽은 청선을 둘러 강조해 놓았다. 아울러 본문 상단의 여백에도 각 장별 주요 대상 증상명을 가려 뽑아 대두시킴으로써 다각도로 색인이 용이하도록 본문을 구성했음을 볼 수 있다.

조혈조에는 斷經復行 항목이 눈에 띈다. 부인의 49세 이후로 월경이 단절된 이후에 다시 나타나거나 당연히 멈추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매월 월경이 보이거나 혹은 과도하여 그치지 않는 경우이다. 수치 법제한 條芩을 주재료로 삼아 환을 빚어 만든 芩心丸이나 역시 조금을 醋浸하여 종이로 싸서 구운 다음 당귀와 香附米를 합해 가루 내어 환으로 빚은 子芩丸을 대표방으로 제시했다.

구사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求嗣의 맥진은 오로지 척부맥에 매어있으니 우측 척맥이 지나치게 왕성하면 화기가 망동하여 색정을 탐한 것이요, 좌측 척맥만이 지나치게 왕성하다면 陰虛증이니 자식 복을 바랠 수 없다.”라고 하였다. 불임과 난임, 인구감소가 사회이슈가 된 요즘, 경고문처럼 받아들여진다.

나아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오직 맥상이 沉滑하고 고르게 뛰어야 생산하기에 용이하다. 맥상이 微濇하면 精淸하고 遲冷이 극심한 것이요, … 부인에게 자식이 없는 것은 기혈이 모두 허하여 精氣를 섭양하지 못한 탓이다.”라고 했으니 되새겨볼 만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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