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압력과 한의학에 대한 小考 -네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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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압력과 한의학에 대한 小考 -네 번째 이야기-
  • 승인 2022.12.1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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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ㄹ어 쓴 한의학 이야기 (46)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심포와 소양경락

소양상화는 높은 압력을 의미한다고 하였는데, 소양상화에 해당하는 장부인 심포, 삼초와 소양상화에 해당하는 경락인 소양경락(삼초경락+담경락)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 조금 더 명확하게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심포와 소양경락의 차이점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심포와 삼초는 ‘심장과 소장을 높은 압력으로 감싸고 있으면서 심장과 소장의 활발한 운동성을 제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무엇’이라고 설명하였다. 여기서 심포를 의미하는 현대적인 개념은 심근수축력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교감신경의 β수용체가 흥분하면 더 강해진다. 반면에 소양경락은 말초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고, 나이가 들어서 딱딱해지기도 하고 교감신경의 α수용체가 흥분하면서 딱딱해지기도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양경락은 말초혈관의 저항 즉 후부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고혈압과 소양상화

소양경락이 딱딱한 것을 의미하고 저항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면 고혈압 역시 소양경락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혈관이 딱딱해지고 저항이 커지면 압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양경락 뿐만 아니라 양경락이 활성화되고 차가워지는 것은 혈압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혈압 약 중에서 칼슘채널 차단제는 딱딱해진 혈관에서 칼슘의 유입을 막아 혈관이 덜 딱딱해지도록 만들기 때문에 소양경락이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고혈압 약 중에서 베타 차단제는 심박수나 심근수축력을 억제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심포의 소양지기를 억제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고혈압을 모두 소양상화와 연결지울 수 없는 이유는 고혈압이 심근수축력이나 후부하 뿐만 아니라 혈류량 즉 전부하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사증후군으로 인한 고혈압은 전부하와 더 큰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식에 보면 혈압은 저항에 비례하기도 하지만 혈류량에 비례하기도 한다. 즉 혈류량이 많아지면 혈압 역시 올라가게 된다. 심장의 우심방으로 돌아오는 정맥환류량(venous return) 역시 혈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심근수축력과 저항만으로 고혈압을 단정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후부하 역시 혈압에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말초혈류의 저항이 커지고 소양경락이 활성화된다는 점은 혈압을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화로 인한 혈압 상승은 후부하의 증가로 인한 고혈압의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날씨와 피부혈류량

신체는 체온분포상 중심체온이 유지되는 내부핵심(internal core)과 유지되지 못하는 외부(outer shell)로 나눌 수 있는데, 내부핵심에서 외부로의 열전달은 주로 혈류량과 조직-혈액 간 온도경사에 좌우된다(그림 1). 추운 날씨에서는 피부혈류량이 적어지므로 대류보다는 전도를 통해 내부에서 외부로 열이 전달되고, 한편 외부가 커지면서 열전도도가 진피나 근육보다 낮은 피하지방층이 외부에 포함되면서 단열능력이 향상되어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더운 날씨에는 혈류를 통한 대류가 주된 열전달 방식으로 바뀌며, 외부가 얇아지기 때문에 단열능력도 감소되어 체온을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림1. 외부환경에 따른 중심체온의 분포 차이

온도가 어느 정도 상승할 때까지는 외부가 얇아지면서 전도도가 향상되어 열손실이 증가되면서 열평형이 유지되지만, 더운 환경에 있거나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되면 피부혈류량이 증가하여 피부로의 열전달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음경락과 양경락 그리고 열생산과 말초저항

한의학이야기 18편에서 “생명체의 껍질은 내부에 비해서 딱딱하고 차갑고 건조하다. 그런데 딱딱하고 차갑고 건조한 껍질이 내부의 따뜻하고 습하고 말랑말랑한 상태를 보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차가운 것은 太陽에 해당하고 딱딱한 것은 少陽 그리고 건조한 것은 陽明에 해당한다고 하였으며, 따뜻한 것은 少陰에 해당하며 말랑말랑한 것은 厥陰 그리고 습한 것은 太陰에 해당하기 때문에 생명체를 껍질과 내부로만 나눈다면 껍질에는 三陽의 기운이 흐르고 내부에는 三陰의 기운이 흐르게 된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인체도 내부는 따뜻하고 표면은 차가운 것이 본질이 된다. 인체 내부가 따뜻하다는 것은 대사를 통해서 생산된 열이 심박출을 통해서 중심체온을 유지시켜주고 인체 구석구석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대사량은 심박출량에 비례하고 이는 열생산을 의미한다. 반면에 표면이 차갑다는 것은 피부혈류량이 적어지면서 열발산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초 혈관이 좁아지고 저항이 커지면 피부혈류량이 줄어들고 열발산이 억제된다. 이때 손발도 차가워지고 피부온도 역시 감소할 것이다.

그러므로 음경락과 열생산 그리고 인체 내부와 熱은 서로 연결되는 개념들이며, 양경락과 말초저항 그리고 인체 표면과 寒은 서로 연결되는 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 내부에서 생산되는 熱은 음경락에서 상승기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며 인체 표면에서 만들어지는 寒은 양경락에서 하강기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날씨와 내부요인

말초저항이 증가하면 열발산이 억제되고 말초저항이 감소하면 열발산이 증가되는데, 열생산과 열발산에 있어서는 날씨 즉 외부요인으로 인한 경우와 내부요인으로 인한 경우를 조금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즉 날씨가 더워지면 열생산이 억제되고 열발산이 증가한다. 반대로 날씨가 추워지면 열생산이 증가하고 열발산은 억제된다. 반면에 운동이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이유로 인체 내부의 열생산이 증가하는 경우는 열발산이 증가하고, 거꾸로 활동량 감소 등으로 인해 열생산이 감소하는 경우는 열발산이 억제된다.

다만 여기에는 두 가지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발열과 같이 인체가 필요에 의해서 체온을 증가시키려고 할 경우에는 열생산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열발산을 억제하게 된다. 둘째 기온이 상승해서 땀이 날 경우에는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열생산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때 대사가 증가하는 것은 열을 체외로 퍼내기 위한 에너지 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온상승 → 열생산 감소 + 열발산 증가

○ 기온하강 → 열생산 증가 + 열발산 감소

○ 인체 내부 열생산 증가 → 열발산 증가

○ 인체 내부 열생산 감소 → 열발산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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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을 검토해준 경희대학교 침구학교실 이승훈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대한피부과학회 교과서 편찬위원회, 피부과학 제 7판, 정우의학서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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