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회의와 의문 많았던 과거…닥치는 대로 책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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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회의와 의문 많았던 과거…닥치는 대로 책 읽었다”
  • 승인 2022.12.0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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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책, 사람을 잇다(23) 김만제 감문보건지소 공중보건한의사

인생의 책, 그림으로 이해하는 통증의 원인 및 진단과 치료-한방과 의료, 그 사이 등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플랫폼 메디스트림에는 ‘MZ가 읽는 한의학’이라는 책 추천 기고가 정기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지난달 22일까지 6권의 책과 2편의 추천도서 시리즈를 소개한 이 글의 필자는 현재 경상북도 김천시 감문면 감문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김만제 공중보건한의사다. 2년차 한의사인 그는 오래 전부터 SNS에 자신이 읽은 책이나 일상을 정리해왔다.

김만제 한의사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본과 2학년부터였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상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글이 쌓여갔고, 대부분 전공서적 위주의 글을 쓰다 보니 가끔 나를 알아보는 동기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 메디스트림의 김종훈 선생님에게 필진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 훈련소 끝나고 나온 지 이틀째였던 것 같다”며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자신이 없었다. 글을 쓰는 법을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학문의 깊이도 얕은 내가, 남들에게 이야기할 만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의계에 의미 있는 책들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추천하는 책은 한의학 치료법에 관한 서적보다도 한의사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했다.

그는 “치료에 관해서는 좋은 서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의사로서 인문학적인 소양을 높여줄 서적은 과거보다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학에 대한 회의와 의문이 많았기에 닥치듯 책을 읽었다. 한의학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한의학의 시선에서 본 한의학과 다른 전공의 시선에서 본 한의학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학교에서 다 알려주지 못하는 한약분쟁, 천연물 신약을 비롯해 근대 전통의학의 다양한 변천사를 소개해보고 싶었다. 한의학에 대한 자신만의 관(觀)을 잡는 과정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한의학을 맹목적으로 높이 평가하거나 불신을 가지면서 학교생활을 이어나가는 선후배나 동기를 종종 봐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질문거리를 던져줄만한 책을 소개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만제 한의사가 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재수생 시절이었다. 헛헛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재수학원 근처 도서관에 들르면서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때를 계기로 한의사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김만제 한의사는 “학창시절에는 수험생활이 급하다보니 참고서만 보며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살아왔다. 나는 문과였고, 당시에는 경영학과가 문과의 최고의 위치였기 때문에 경영, 경제학과를 목표로 수능을 준비했다. 그러나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며 “주말 공부를 하기 싫다는 핑계로 처음으로 재수학원 인근의 도서관을 들어갔는데, 헛헛해진 마음을 채워줬던 책이 고병권 교수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처음으로 밤새 정독해가며 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즐거울 수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니체'라는 철학자를 만나게 되었고,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가 없음을 배울 수 있었다”며 “철학에 관심을 가지다가 우연히 한의대를 알게 되면서 한의사가 되었다”고 전했다.

철학이 흥미로웠지만 한의대에서 배운 동양철학은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수업이 실망스럽게만 느껴지던 한의예과 시절, 그가 혼란을 다스리고자 택한 곳은 도서관이었다.

그는 “답답함을 느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을 찾아가 십진분류법 500~510번 대의 의학, 100번 대의 철학 책을 많이 빌려보았다. 매주 집에 가는 버스에서 1시간 가량 책을 읽던 습관이 지금의 책 읽는 습관에 이르렀다”며 “그렇게 계속 책을 읽다보니 한의학을 비롯해 나라는 사람, 사회 등에 나름의 기준이 생기게 되었다. 그 때 부터는 관심 가는 분야가 생기면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 학기 수업을 들을 때, 과목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 관련 서적을 읽곤 했다. 한의학의 역사, 침, 한약 및 추나 등에 대한 내 나름의 관(환자를 설득 시킬 수 있는 관)을 만드는데 책이 늘 내 바탕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엔 브랜딩, 개원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 역시 독서가 내 방향결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만제 한의사에게 인생의 책을 묻자, 그는 자신의 인생에 롤모델이 되거나 진료에 영향을 끼친 책을 추천해주었다. 그가 소개해준 책은 ‘그림으로 이해하는 통증의 원인 및 진단과 치료’, ‘운곡본초학’, ‘한방과 의료, 그 사이’,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였다.

이토 카즈나리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통증의 원인 및 진단과 치료’는 통증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론서다. 이에 대해 김만제 한의사는 “학창시절부터 침에 관심이 많아서 사암침법, 총통침법 같은 오수혈 침법부터 mps나 해부학적 구조물을 바탕으로 하는 치료 등을 다양하게 접했다”며 “이 책은 침이 인체에 어떤 역할을 하며, 침 치료가 양방의 진통제나 주사, 기타 치료법과는 어떤 점에서 장‧단점이 있는지 기준을 제시해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주영승 우석한의대 교수의 ‘운곡본초학’은 국내에서 실용되는 542품목의 한약재에 대한 기원·감별·약리·약성·임상응용·성분 등 모든 내용을 망라하는 책이다. 이 책에 대해 김만제 한의사는 “본초학 시간 이후 잊고 있던 약재의 성미, 귀경과 효능 그리고 임상활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볼 수 있는 바이블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며 “올해 5월부터 이 책을 보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스터디를 시작했다. 11월이면 하권까지 일독을 하며, 전자화를 마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방제학 서적들을 읽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치료를 잘하는 훌륭한 원장님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들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한 걸음씩 걸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남겼다.

아울러 의학서적이 아닌 일반서적으로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치과의사인 저자 이성오가 쓴 ‘한방과 의료, 그 사이’를 소개했다. 이 책에 대해 “한의학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전하며 “한의학과 한의사를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한의학을 좀 더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어떤 포지션인지 고민해보게 해준 책”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건강수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형찬의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를 추천했다. 김만제 한의사는 “아직 공중보건의 신분이지만, 점점 개원의의 삶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라며 “한의사로 일평생을 살아간다는 건 한편으로는 뿌듯한 일이지만, 고된 일이기도 하다. 한의사이기 이전에 나라는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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