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서울 자가에 한의원 다니는 정 원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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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서울 자가에 한의원 다니는 정 원장 이야기
  • 승인 2022.12.0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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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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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2, 3

알람이 울린다. 새벽 5시 30분. 정원장은 앱을 열어서 새벽 미국 증시를 확인한다.

‘이런 오늘도 떨어졌군.’

코로나 이후 시작한 처음에는 용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하락장에 물타기를 거듭한

서삼독‧송희구 지음, 서삼독
서삼독‧송희구 지음, 서삼독

나머지 지금은 전 재산이 다 들어가 있다. 주 종목은 테슬라인데 지금은 반 토막이다.

주식 창을 보고 잠이 깬 정원장은 옷을 입고 골프 연습장으로 간다. 체력은 국력! 주식으로 인한 마이너스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몸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 정원장의 생각이다.

‘오늘 더럽게 안 맞네!’

구력 20년이지만 정원장은 지금도 백돌이다. 정원장은 그래도 감사하다. 워낙 운동신경이 없어서 학창시절 농구팀과 축구팀에 낀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골프 하자고 부르기 때문이다. 내기만 하면 잃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정원장의 부인은 벌써 출근하고 없다. 출근 시간이 늦기 때문에 아이들 아침 등교는 정원장의 몫이다.

아이들을 보내고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출근을 한다.

아침에 한의원에 와보니 이미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벌써 누워서 정원장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허리는 어떠세요?”

차트를 보며 환자들과 상담한다.

“어제 여기서 치료받고 아파 죽을 뻔했어. 정말 어젠 또 오고 싶었다니까~ 오늘도 아프면 내일은 안 올 거야.”

“정말 아팠네요, 맥이 안 좋아요. 오늘은 다르게 치료할 테니 내일 꼭 오셔서 이야기 해주세요~”

17년째 같은 자리에서 한의원을 하는 정원장은 아침마다 기다리는 환자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한때는 한의원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로 환자에게 인기 많은 정원장이었다.

한명 한명씩 적을 무찌르듯 치료를 하다 보면 벌써 점심시간이다.

“맛있게 점심 드세요!” 간호사에게 인사를 하고 정원장은 베드에 눕는다.

30분 정도 자다 보니 눈이 떠진다. 너무 깊게 자서 아침인지 저녁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다. 피로가 완전 풀린 정원장은 집에서 챙겨온 과일 도시락을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신다. 오후에도 환자들은 보고 나면 6시.. 슬슬 퇴근을 준비한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차를 몰고 이촌동 중국집에 도착하니 친구들은 이미 만취 상태이다. 정원장은 퇴근이 늦어 7시 정도 도착했지만, 친구들은 6시부터 먹고 있었다. 요리 몇 개를 더 시켜준 덕분에 정원장도 취한다.

40대 중반 정원장 친구들은 요즘 경제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파트, 주식, 사업 등등. 이태원에서 식당을 하는 전 사장은 이태원 참사로 매출이 70프로가 줄었다고 한다. 보일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의 이사인 최 전무는 날씨가 안 추워 보일러 매출이 안 나온다고 울상이다. 친구 최 전무 덕분에 보일러 공장에 박스를 납품하는 조 사장도 힘들다고 거들고 있다. 외국계 택배 회사를 다니는 성 부장은 얼마 전 낳은 아이를 돌보느라고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다. 친구들을 만나서 욕도 섞어서 이야기하다 보면 재미가 있다. 고등학교 추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웃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정원장의 꿈은 한방 병원을 세우는 것이다.

테슬라 주식이 빨리 바닥을 찍고 오르기만 바라면서 주식 창을 확인하다 잠이 든다.

이 글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2,3』을 읽고 비슷한 문체로 써본 소설입니다. 저자의 필력이 너무 좋아서 단숨에 세 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일하는 저자는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매일 1시간씩 회사원들의 삶과 꿈을 소설로 썼다고 합니다. 우리 한의사 선생님 중에서도 이런 일상적인 글을 많이 쓰셔서 웹툰이나 소설로 출판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습니다. 한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정유옹
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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