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뇌파자율신경검사를 통한 환자 치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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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뇌파자율신경검사를 통한 환자 치험례
  • 승인 2022.12.0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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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이정훈

mjmedi@mjmedi.com


생기능의학, 한의계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13)
이정훈한의사
이정훈
한의사

올해 경희대학교 침구경락의과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고 교수님과 임상을 잘하는 한의사에 대해 말씀을 들은 시간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환자를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셨고 그에 임상의가 갖춰야 할 덕목 중에 직관력을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임상을 하면서 환자를 잘 진료할 수 있는 필요 조건 중에 한의사의 직관이란 대답에 대해 깊이 공감하시며 어떻게 해야 직관력을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을 들은 시간이었다. 필자는 2016년 한의사를 시작하고 이제 2만명의 환자를 만나게 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환자와 같이 했던 시간에 자연스럽게 직관력이 길러졌고 분명 타고난 면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임상강의를 하면서 원장님들께 하는 얘기가 있다. 한의원 벽에서 물이 샌다면 우선 물이 새는 부위가 보이는 위치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흘러와 보이는 곳에 새는 것인지부터 찾아야 하고 물이 새는 부위를 잘 찾았다면 적절한 수리를 했는지도 중요하다. 물이 새는 위치를 찾았고 적절한 수리를 했는데도 물이 샐 수도 있는데 건물이 너무 노후 돼서 건물이 기울거나 계속 손상이 된다면 물이 계속 샐 수밖에 없다. 환자분의 질환에 대한 접근도 이와 마찬가지다.

환자분이 오신다면 10년 전의 넘어져 아팠다는 히스토리부터 시작해 많은 환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될 때 직관력이 있다면 환자분의 많은 정보 속에 악화요인과 완화요인을 판단 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치료의 계획을 세워야 환자분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부산대한의전 김기왕 교수님이 쓰신 변증학 자료를 이용할 수 있고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질환의 포트폴리오와 플로우차트가 있다면 환자분들의 질환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다.

 

서XX M/14

C/C:

#1.성장치료

-중학교 1학년 기준

-호르몬 치료도 하고 있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2.

-수면장애

-입면에 시간이 걸린다. 잠을 잘 때 불을 켜고 자거나 부모님과 같이 자는 경우가 많다.

O/S:

#1.

P/H: HTN/DM/HL (-/-/+)

- Med. (-)

S:

-성장치료후에 키가 갑자기 커서 10cm이상 성장했다.

-이제는 불을 끄고 잘잔다.

[수면]

-

O: Inbody970 체성분검사, 뇌파자율신경검사, LFT, 갑상선 호르몬 검사

P: ATx, 보구보아탕 가미방(보구한의원 원내 처방: 황기(밀구), 용안육, 당귀(신), 진피, 청궁,조구등, 녹용, 오가피 ETC.)

<그림1. 교우관계로 PTSD를 겪은 후 치료전의 뇌파자율신경 검사 결과. 뇌파가 간헐적으로 상승되어있어 불을 켜거나 외부자극이 없다면 입면이 힘든상태다.>

<그림2. 교우관계로 PTSD를 겪은 후 치료중의 뇌파자율신경 검사 결과. 뇌파가 간헐적인 상승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뇌파양상을 보이고 있다.>

환자분은 1년간 녹용 성장 한약을 복용하며 성장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분이다. 성장치료가 잘되어 1년 동안 한약 복용 후에 키가 많이 컸다며 다시 6개월 이상의 한약 치료를 하였다. 치료를 위한 검사 중 뇌파 자율신경검사에서 특이점이 보였는데 뇌파의 양상이 일반적인 양상이 아니라 Hz별로 간헐적으로 뜨는 양상을 보였다. 이럴경우 입면 시에 지속적인 외부자극이 들어가야 입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에게 자녀분이 잠을 잘 때 불을 켜거나 외부자극이 있어야 잠을 자는지 물어봤고 보호자께서 다른 히스토리를 얘기해주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 교우관계로 몇몇 사건이 있은 후에 PTSD 증상을 보였는데 사건 이후 잠을 잘 때 불을 켜고 자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끔 부모님과 같이 자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말을 하셨다. 그 이후 성장치료와 더불어 입면과 뇌파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치료를 같이하였고 이후 증상이 개선되어 입면시에 불을 다끄고 자며 수면의 질이 매우 좋아졌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림3. 교우관계로 PTSD를 겪은 후 치료가 된 뇌파자율신경 검사 결과. 뇌파가 간헐적인 상승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뇌파양상을 보이며 외부자극이 없이 수면을 취하고 있다.>

고수 한의사분들이 한의원 들어오는 발소리만 들어도 환자의 질환을 알 수 있다는 무용담 같은 얘기는 많은 경험과 타고난 직관력이 더해져 환자의 증상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 것 같다. 경험상 한의사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일지 아닐지는 타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한의사로서 훌륭한 역량을 발휘하는것도 아니고 사회에서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달리기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하는 것과 같은 것일 뿐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데는 타고난 기질과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 경험을 쌓기 힘들고 직관이 부족하면 여러 진단기기를 적극 이용하고 많은 데이터를 쌓아 경향성과 패턴을 분석하고 진료에 응용해야한다. 많은 전문직들이 면허 하나만으로 삶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 한의사로서 자존감을 지키며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시대이다.

<그림4. 18개월동안 한약치료를 한 환자분의 처방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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