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35> - 『新醫學要鑑』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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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35> - 『新醫學要鑑』①
  • 승인 2022.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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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解剖생리를 앞세운 新醫學교육

  일제강점기 의생신분으로 격하된 채 의사가 아닌 의료보조인력으로 지내야 했던 조선의원들, 그들이 참고했던 의학교재 1종을 살펴보고자 한다. 책 이름에는 새롭다는 의미에서『신의학요감』이라는 서명이 붙어 있지만, 이 명칭과 대비해 은근히 조선의학은 구의학이라는 상반된 설정이 내재되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 『신의학요감』
◇ 『신의학요감』

  표지에는 미의학박사 崔永在선생 교열이라고 적혀있다. 이어 ‘警察官暑 醫生講習會 교과서지정, 東西醫學硏究會 京城醫學院 교과서지정, 平壤 私立箕城醫學院 교과서지정’이라고 표방해 각 전문교육기관에서 교과서로 지정된 정평 있는 교재임을 내세우고 있다. 의생은 경찰위생제 아래서 엄격한 통제를 받았고 동서의학연구회를 비롯한 전통의학교육은 관의 공인을 받아야만 하는 사설교육기관에 머물렀다.

  이제면에 이어 천연색 해부장기도가 등장한다. 人體內臟諸器位置圖, 초등교육 인체생리에서 기본상식에 불과한 정도지만 선묘로 단순하게 그린 장부도만 보던 이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그림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어 동맥과 정맥을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구별하여 그린 순환계, 인체입상을 전면, 후면으로 나누어 근육의 형상을 그리고 근육계란 제목을 붙인 인체도가 연달아 수록하였다.

  전문을 상하권으로 구분하여 권별목차까지 별개로 실어놓았으나 두툼한 양장본으로 합책되어 있다. 본문은 세로쓰기로 국한문을 혼용하였으나 아직 순한문 투에 겨우 한글로 토씨나 붙여놓은 정도이고 띄어쓰기도 단락을 나눈 것 이외에는 시행하지 않아서 한글세대에게는 몹시 까다로운 글 읽기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본문 앞에 아주 상세하게 작성한 목차가 달려 있지만 지면관계상 우선 대편의 구성만을 들춰보기로 한다. 전서는 먼저 상권(혹은 상편목차로 표기)에 제1편 해부급생리, 약물학, 약국방편람, 진단학, 전염병학으로 이뤄져있고 이어 하권(혹 하편목차)에는 내과, 외과, 안과학, 간호법, 구급법, 소독법등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권미에는 부록으로 의학법규와 신구병명대조표란 항목이 실려 있다. 일제강점기 들어서 의생규칙이 제정됨에 따라 당시 출간된 허다한 의서의 말미에 으레 이와 유사한 항목들이 마치 후렴구처럼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당대 의생들에게 반드시 구비할 각종 서식류가 곁들여지기도 하였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의학법규라 명명한 부록편에는 의생규칙을 필두로 醫師規則摘要, 藥品及藥品營業取締令, 약업급약품영업취체령 시행규칙, 주요 藥名略名表, 그리고 서식이 들어 있다.

  판권부에는 소화2년2월20일 초판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니 1927년에 처음 발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듬해 증정판이 발간되었으며, 불과 2~3년 사이에 여러 차례에 걸쳐 다시 간행되었기에 독자들로부터 상당히 호평을 받은 책임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대상으로 삼은 판에는 소화7년 곧 1932년에 나온 대증보제9판이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년차 발행하면서 관련 법규나 시행령이 변경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내용을 증보해 발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편집겸발행에 이태호, 발행처는 경성부 관훈동 112번지 행림서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앞서 서두에 미국의학박사 최영재가 교열했다고만 적고 따로 저자를 밝히지 않은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책은 출판사에서 자체 기획 편집한 수험서 같은 성격의 교재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견해는 권미에 붙은 광고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기소개한『鮮漢藥物學』(169회, 2003.8.25.일자)이 대서특필되어 있고 ‘漢藥種商試驗講本’이 부록되어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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