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소리가 커지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
상태바
[영화읽기] 소리가 커지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
  • 승인 2022.11.25 0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데시벨
감독 : 황인호출연 :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감독 : 황인호
출연 :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개인적으로 시력이 안 좋은 대신 청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수업 시간에 누군가 수군대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보다 노이즈 소음에 더 민감하여 매우 산만하고 시끄러운 곳에 있을 경우 마치 공황상태가 온 듯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고, 지하철 등 협소한 공간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필자의 참을성을 테스트하다가 결국 폭발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때도 있다. 그렇다보니 사운드 테러 액션이라고 불리는 영화 <데시벨>에 대한 호기심이 그 어떤 영화보다 높아져 있다.

물이 끓는 주전자 소리, 창문 여는 소리,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여느 오후, 갑자기 시한폭탄이 든 택배가 도착하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단독 주택이 폭발한다. 이 때,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김래원)에게 발신제한 표시의 전화가 걸려오며 소음이 100 데시벨을 넘기면 폭탄이 터질 거라고 이야기 한다. 강도영은 사태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관중들로 가득 찬 축구 경기장에서 폭탄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우연히 기자인 오대오(정상훈)를 만나게 된다. 계속 폭탄이 터질 다음 장소를 예고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강도영은 폭탄을 설계한 사람이 전태성(이종석)임을 알게 되고, 오대오와 함께 찾아 나선다.

지금까지 폭탄 테러 관련 영화들이 주로 시간이나 움직임 등을 제한하는 것으로 긴장감을 주었지만 <데시벨>은 제목처럼 소음이 100 데시벨을 넘을 경우 폭탄이 터진다는 매우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또한 김래원을 비롯하여 정상훈, 박병은, 이종석, 차은우 등의 비주얼 좋은 배우들이 함께 하면서 영화적 재미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데시벨>은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폭탄이라는 소재와 블록버스터급 촬영과 CG 등의 볼거리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결말로 진행되면서 사운드 테러 액션이라는 말이 무색함을 느끼게 해주며 아쉬움이 크다.

사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관객들과의 감정이입이 중요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데시벨> 속 이야기는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폭탄 설계자인 빌런 뿐만 아니라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주인공에게조차 감정이입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영화적 몰입도와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사건과 실제 사건이 엇비슷하게 겹쳐지면서 자칫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불편함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접근했더라면 관객들과의 감정이입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필자처럼 소음에 민감하여 관람을 기피하는 관객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감상하는데 큰 문제가 없으니 참고하길 바라며, 사운드 테러라는 특성상 사운드 시설이 월등히 뛰어난 극장에서 관람한다면 제 맛을 충분히 느끼게 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