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34> - 『福壽全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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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34> - 『福壽全書』②    
  • 승인 2022.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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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巨儒碩學과 高僧大德의 공부비법

  오늘 이야기는 조선에서 선비들이 학업하는 여가나 심신수양에 귀감으로 삼았던 陳繼儒가 지은 수양서, 『복수전서』라는 책에 담겨진 것이다. 20여 항목에 달하는 주제별로 나눠 인생에 지침이 될 만한 내용을 다양한 고사를 인용해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위생편에는 요즘말로 건강관리를 위한 인체생리론이 전개되어 있다. 여기서 衛生이란 근대화시기에 서구로부터 이식된 개념 즉, 위험물질이나 전염성 발병요인으로부터 격리나 청결소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양생이나 섭생의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위생편에 담겨진 내용 몇 구절을 사례로 들어 인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 『복수전서』
◇ 『복수전서』

  “사람이 보고 듣고 숨을 쉬거나 말하고 움직이며 생각하는 것은 모두 陽火에 속하는 것이며, 몸 가운데 정수와 혈맥은 곧 陰精이다. 양기가 크게 움직이면 문득 음정을 태워버릴 수 있으니, 오로지 음정이 가득 차서 넘쳐나야만 족히 (양화가) 떨쳐 움직일 수 있게끔 이바지됨을 믿을 수 있다.”고 말해 음정의 보존, 즉 保精을 중요시하였다.

  몇 가지 선인들의 예화가 함께 실려 있다. 葉石林이란 사람은 세상과 동떨어진 吳興의 깊숙한 산골에 들어가 살았는데, 하루 종일 샘물이 바위틈 사이로 흘러내려 가는 소리를 들으며, 글 읽고 도를 얘기하며 지냈는데, 만년에 깨우친 바가 있어 다음과 같이 탄식하여 말했다. “無知로부터 앎을 구하기는 쉬우나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無知로 들어가기는 어렵구나.”라고 했으니 그 견해가 탁월하다고 칭송하였다.

  또 白石生이란 사람이 辟穀을 하면서 묵언으로 좌선하고 지내며, 다른 사람이 말을 건네도 대꾸하지 않았다. 구태여 물으면 겨우 대답하길 세간에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고 또한 한마디도 말할 것이 없도다. 구름을 모아 고약을 짓고(采雲膏) 눈 녹인 물(霰液)을 마시니 정신이 저절로 맑아져 건강할 뿐이라고 말하면서, 오직 黃庭方을 잘 읽어보면 이러한 이치를 모두 깨우칠 수 있다고만 알려주었다.

  또 이에 앞서 산수간에 지내는 것처럼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힘쓸 것을 권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연꽃 1만 자루 씨를 뿌리고 파초 半畝를 심어두고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사이에 온통 향기에 흠뻑 취하고 온몸이 초록빛에 물들게 할 수 있다면 연중 절반은 處暑를 생각하며, 문득 가만히 앉아서 이 광경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왕양명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요즘 배우는 사람들이 흔히 과도하게 기름진 음식을 먹고 술을 폭음하며, 장난스런 말이 멈추질 않거나 혹은 하루해가 다 가도록 쓰러져 엎드린 채로 지내니 이와 같이 살면 기운이 흔들리고 정신이 흐려져 자꾸만 게을러져서 질병을 불러들일 것이다. 어찌 정신을 攝養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하였다.

  나아가 “그러니 모름지기 술 마시기를 절제하고 맛좋은 음식을 줄이면(絶飮酒, 薄滋味) 기운이 저절로 생겨나고 걱정근심이 줄어들며, 즐기려는 욕심과도 거리를 두게 되어 의지가 굳어지고 조금만 잠을 자도 정신이 저절로 맑아지게 될 것이니, 군자가 이와 같이 하지 않고서는 학문에 힘을 쏟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대학자답게 공부하기 위한 건강관리의 요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하겠다.

  재미난 일화도 소개되어 있다. 엄격하게 계율을 지켜 고결한 스님이 있었다. 한 여인이 머무르길 청해 스스로 天女라 칭하며, “스님께서 공덕을 쌓아 하늘에서 나를 보내 격려하게 했다.”고 하였다. 그러자 스님이 “내 마음은 타버린 재와 같으니 가죽주머니를 시험하려 할 것 없다.”고 대꾸하였다. 高僧大德이 아니래도 한무제나 양무제, 송고종처럼 장수한 제왕들은 모두 服藥節食하고 여색을 멀리했다는 얘기들로 꾸며져 있다. 食色은 인간이 피하기 어려운 본능으로 주어진 것이지만 오직 탐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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