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33> - 『福壽全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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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33> - 『福壽全書』①
  • 승인 2022.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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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福德과 延壽, 성자가 되는 길

 명대 학자 陳繼儒가 펴낸 수양서로 조선 후기 조선의 학자들에게 적지 않게 읽혀졌던 책 가운데 하나이다. 정통 의약서는 아니지만 상당량 의약관련 내용이 포함되어있고 전통양생사상을 밑바탕으로 두고 있어 한의학을 이해하는데 한번쯤 참고해 볼 만하다.

 ◇ 『복수전서』

  특히 필자가 입수한 필사본은 단권으로 등사한 節草本으로 본문 앞뒤로 의약 필기가 다수 채록되었기에 대상으로 삼았다. 진계유는 명나라 말엽의 학자로 호가 眉公이기에 대개 陳眉公이라고 불린다.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뛰어났고, 고상한 아취를 숭상했다. 젊어서 董其昌, 王衡과 함께 명성이 드높았으나, 29살에 儒冠을 불태우고 관로를 포기한 뒤, 병을 핑계로 산속에 숨어살며, 82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풍류와 자유로운 문필생활로 일생을 보냈다.

  앞쪽에는『동의보감』탕액편의 곡류에서 발췌한 다양한 곡물류 식재료와 술과 누룩, 장, 초, 이당, 두부와 같은 식이성 종류가 나열되어 있다. 한편 권미에는 복약할 때 가려야할 음식금기나 음식 상호간의 배합금기에 해당하는 服藥食忌와 탕액편의 水品, 그리고 胡麻와 麻子 등 油種이 기재되어 있기에 이 책을 초사한 작자의 관심사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전서는 惜福, 衛生, 方便, 調和, 種德, 雅量, 悔過, 心穴, 口德, 內省, 守雌, 靜觀, 坦遊, 閒逸 등 주로 심신수양이나 自省, 처세법에 관한 항목 2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내용을 일일이 소개하기에는 지면도 모자라고 여력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 가운데 특히 위생편은 의약과 밀접한 내용이므로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서문을 살펴보니 시작부터 『동의보감』사대성형편에 나오는 인체관과 매우 흡사한 전개양상을 띠고 있다. “地水火風이 聚合하여 사람이 만들어지니, 눈코귀입과 사지백절, 동작과 머물러 쉼이 모두 거의 비슷하다. 한 마을이나 도시 뿐만 아니라 사해, 구주 온 세상 사람들 또한 비슷하다. … 까마득한 옛날이나 아득히 먼 훗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도 역시 모두 비슷할 것이다.”라고 전제하고 있다.

  여기서 “釋氏論, 曰地水火風, 和合成人. 筋骨肌肉, 皆屬乎地, …”라고 한 대목에 보이는 인체관을 인식의 기저로 삼아 입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물질적 존재로서 인간이 대동소이한 조건 아래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인품에 높낮이가 있고 성인이나 현자에게도 여러 층위가 있는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이나 극악하고 흉폭한 악질과 같이 용렬한 뭇사람들에게도 또한 층차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골이나 도회지, 나라 안과 밖, 나아가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가리지 않고 한집안에 모여 사는 것은 같아도 그 마음씨와 인정은 사뭇 다르다. 바꿔 말해 요순 같은 성인으로부터 걸주 같은 폭군이나 하찮은 좀도둑에 이르기까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근본은 비슷하지만 인간이 살다간 족적과 부류는 한결같지 않고 천차만별이다.

  이 모든 것은 모두 한마디 마음(寸心) 안에서 작용하는 사이에 현격하게 벌어지는 것이니, 동서남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차이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마음이란 문지도리 같아서 움직이면 열고 닫는 것이 이어지며, 수레바퀴와 같아 바퀴가 굴러가면 어디고 달려갈 수 있다. 따라서 도를 익히는 선비는 마음을 수양하는 것만큼 중한 일이 없다.

  그리하여 쉼 없이 수양하고 세간사에 매몰되지 않게 할 것이니, 마음을 닦으면 복덕이 옮겨와 수명이 늘어나게(延壽) 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진리를 증험하게 되어 因果로부터 훌쩍 벗어나 미혹함에 빠져들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여기 실린 말씀은 복록과 수명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범속함을 초월하여 성자가 되는 길이라 천명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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