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쇼 미 더 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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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쇼 미 더 굿판
  • 승인 2022.11.1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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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대무가
감독 : 이한종출연 : 박성웅, 양현민, 류경수, 서지유, 정경호
감독 : 이한종출연 : 박성웅, 양현민, 류경수, 서지유, 정경호

얼마 전, 고3 자녀를 둔 친구 덕에 대치동이라는 곳에 가봤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뉴스에서 너무나 많이 들어 마치 친숙한 동네 같았지만 막상 가보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순간 그들은 어떤 꿈들을 꾸고 있기에 여기에 모여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1월이면 떠오르는 단어 중에 하나인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노력한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기인데 이럴 때일수록 막연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에 각자 믿는 종교를 통해 기도하면서 무속인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기도 한다.

무당학원 출신의 신남(류경수)은 동기생인 청담도령(양현민)보다 먼저 신내림을 받았지만 신이 들어오지 않아 점사를 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윤희(서지유)가 찾아와 돌아가신 아버지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몰래 빼낸 개인 정보로 신남은 윤희의 환심을 사게 되고, 굿을 하게 된다. 신남은 굿을 하기 위해 무당학원 원장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원장은 ‘대무가’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고, 신남은 자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어 노래로 만들어 부르게 된다. 그러다가 굿을 하게 외고, 신남은 윤희 아버지에 빙의된다. 이를 본 윤희는 아버지에게 이주 계약서가 어디에 있는지 묻게 되지만 신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이주계약서의 행방은 아무도 모르게 된다. 이에 재개발 구역의 주민들을 이용해서 돈을 챙기려던 익수(정경호)는 마성준의 복귀를 기다리게 되고, 윤희 아버지와의 접신을 의뢰하게 된다.

<대무가>는 연출자인 이한종 감독의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으로 무속신앙과 프리스타일 랩이 콜라보한다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장르의 만남이지만 영화 속 대무가는 유명한 힙합 뮤지션들의 참여로 인해 의외로 조화를 잘 이루며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박수무당 역을 맡은 박성웅을 비롯하여 양현민, 류경수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참신한 기획과는 달리 장편영화로 이끌어나가기에는 부족한 면들이 많이 보여진다. 특히 3명의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이유 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들이 노래 속에 파묻히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다보니 관객들과의 감정이입에 실패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판만 벌이고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보니 결말 부분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 가지는 기억에 남는다. 바로 ‘대무가’라는 영화 속 소재가 단순히 영화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프리스타일 랩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인데 그 안에 담겨지는 내용이 바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면 어느 순간 접신에 이르게 된다는 것처럼 종교를 떠나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작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진짜 있는지 모르겠지만 동작역 근처에 있는 아무도 안 다니는 육교에 가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은 나만의 ‘대무가’를 불러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나의 간절함을 누군가가 들어주며 소원성취 되는 그날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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