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너만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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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너만 알고 있어
  • 승인 2022.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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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62

톱스타인 A군과 B양은 같은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다. 이 두 사람은 이전에도 각각 누구와 사귀고 있다혹은 열애 중이라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던, 그야말로 시시콜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이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동갑이고 친하다고도 하는데, 이상스럽게도 서로 사귄다는 소문은 별로 없었다.

어느날 그 기획사에서 일하는 직원 한 사람이 결정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둘이 사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무척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B양과 단둘이 남게 된 때가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이 사귀고 있는 것인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B양은 크게 놀라면서 그에게 두 사람의 비밀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면 그것을 지켜주기 위해서 병적으로 노력하는 유형이다. 긴장이 풀려서 순간적으로 발설하게 될까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기획사 동료들 사이에 한 사람 두 사람 서서히 A군과 B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나갈 때도, 그것을 전하는 사람에게 마치 처음 접하는 소식인 양 대처했다. 단 한 번도 맞장구를 치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더 흘러 두 사람의 열애 소식은 공개되었고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지만, 그는 아무리 친한 주변 사람에게도 그들의 비밀을 먼저 털어놓지 않았다. 그 비밀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밀의 공유

같은 회사에 소속된 톱스타끼리 사귀는데 그들의 비밀이 길게 유지된다는 것은 아마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목격자는 자꾸 생기게 된다. 직접 보았든 전해 들었든 두 사람의 비밀은 일단 기획사의 이곳저곳을 굴러다닌다. 그러다가 또 파파라치의 카메라에도 잡히게 된다. 두 사람의 밀회 사진이 찍히기 전에 이미 파파라치의 귀에 소문이 먼저 흘러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

이 소문의 마디마디에는 수많은 너만 알고 있어.’가 고리처럼 이어져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와 정반대의 유형도 있다. 그는 귀도 얇고 입도 가벼운 사람이다. 그의 몸에서는 항상 모든 회로가 아주 순발력 있게 움직인다. 그는 사교적이고 호기심도 많기 때문에 여러 다른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마치 그런 레이더를 곧추 세우고 있는 사람 같다. 흔히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정보의 수용도 빠르지만 방출도 몹시 빠르다. 그는 비밀을 도저히 감추어 두지 못하는 사람이다. 인터넷 환경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으로 보면 이 사람이 어떤 비밀을 알게 된 그 순간 그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고 해야만 할 것이다. 그는 도저히 못 참겠어. 너한테 말해서라도 풀어야겠어.’ 이렇게 핑계를 대겠지만 그는 원래 비밀의 무게를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너만 알고 있어.’ 이렇게 발설되는 순간 그 비밀은 철저하게 해제되고 마는 것이다. 그가 너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이 비밀의 무게는 네가 감당해.’라고 덧붙였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람에게 또 말하지 않으리라고 순진하게 믿어 줄 필요는 없다. 그는 첫 발설로 이미 비밀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그것을 전해들은 사람의 태도 여하를 불문하고 그 비밀은 이미 비밀이 아닌 것이다.

사람들이 비밀을 공유하는 것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반론일 뿐이다. 비밀의 공유는 그것을 처음 발설하는 사람이 평소에 가진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이다. 체질적인 특성이라는 것이다. ‘비밀의 공유에는 별 관심도 없고, 비밀 그 자체의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김민재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인 김민재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세리에 A에 속한 SSC 나폴리(Società Sportiva Calcio Napoli)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민재 선수는 2022~23 시즌을 앞두고 나폴리에 합류했다. 팀은 현재 13라운드까지 무패(112)로 달리며 승점 35점으로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A조 선두로 16강에 올랐다.

김민재 선수는 EA스포츠 세리에 A ‘9월의 선수에 선정되었고, 이탈리아 선수협회가 선정한 ‘10월의 선수에도 뽑혔다. 나폴리가 처음 그를 영입했을 때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빅리그에서도 많은 의구심이 있었지만, 김민재 선수는 빠른 시간에 나폴리의 벽이라고 칭송받게 된 실력을 통해서 유럽 축구계에 자신을 확실하게 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언론 레 푸블리카(le Repubblica)’1)에서 김민재 선수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 내용을 읽다가2)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이탈리아는 올해 1120일부터 1218일까지(현지 기준)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 역대의 월드컵에서 세 번이나 우승했던 이탈리아가 유럽 예선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이번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김민재 선수는, ‘이탈리아의 탈락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이탈리아는 불운을 겪었지만 그 정도로 유럽 예선의 경쟁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그리고 변화하는 건 축구가 아니라 상황이라면서, 그는 세리에 A에서 이탈리아의 축구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계속 경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모든 경기에는 함정이 있다.’고 해당 답변을 마무리했는데 나는 이 대목에서 김민재 선수가 축구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놀라운 안목을 발견했다. 그는 199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스물일곱이다. 하지만 이런 통찰은 예사롭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경기에서 주의력과 집중력에 관련한 언급이었다고 짐작한다. 모든 함정은 드러나지 않고 감춰져 있다. 그러니 잠시라도 한눈을 판다면 바로 함정에 빠지고 만다.

함정

! 너만 알고 있어.

앞에 !’이 붙어 있다면 이것의 출발은 분명코 거짓이다. 이 비밀은 실체가 없고 근거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아주 은밀하고 아주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다. 그런데 그 포장은 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이다. 그리고 너에게만 알려주는이라는 특별한 장식이 붙었다. 너는 내게 특별한 존재이다. 그러니 너에게만 알려준다. 이 비밀에 동참하면 놀라운 보상이 따라온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제쳐 두고 반드시 너에게만 알려주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거짓이 제일 쉽게 결탁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욕심이다. ‘!’은 바로 그 욕심을 부추기는 부싯돌이다.

욕심이 없는 상태하면 그 마음은 지극히 차분하다. 욕심이 솟아나는 때부터 그의 심장은 점점 흥분상태로 올라간다. 욕심의 크기와 깜냥도 흥분의 속도와 정도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모든 거짓은 배신을 내포한다. 배신할 배()자는 원래 배()자로부터 출발했다. 두 사람이 등을 대고 앉은 모양이다. 마치 스포츠 브랜드 Kappa의 로고처럼 말이다. 등을 대고 앉은 두 사람은 원래는 시선을 마주 보며 두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이다. 나를 배신하는 사람은 나랑 아주 가까웠던 사람이라는 뜻이 배신할 배자 속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김민재 선수의 말을 이렇게 변주하고 싶다. ‘모든 비밀에는 함정이 있다.’ 그렇지만 욕심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함정은 철저하게 은폐된다. 그리고 주의와 집중을 방해한다. 나를 특별한 존재라고 부추겨주었던 그가 떠난 다음에 남은 것은, 오로지 비밀이라는 거짓의 함정에 빠진 나다. 그리고 거짓의 끝에는 늘 배신이 함께 따라서 온다. 욕심에 눈이 멀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눈멀게 되는 것도 동일한 현상이다.

 

비밀

비밀은 나 아닌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가 스스로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 이상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할머니와 아버지에게는 공통적인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할머니의 남편이며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이고 나에게는 핏줄로 할아버지가 되는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내 나이 마흔 다섯일 때 돌아가셨다. 두 분은 나와 함께 살아계시던 동안, 마치 두 분이서 굳게 맹세라도 한 것처럼 그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할아버지라는 개념은 내 삶에서 거의 공백이었다.

그 할아버지라는 사람은 우리 할머니와 어린 우리 아버지를 버렸다. 그러니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남에게 한다고 하면 아주 창피하고 부끄러운 내용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연을 조금, 지금 여기에 쓴다. 내가 친척들을 통해서 조각보를 맞추듯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거의 평생 술독에 빠진 듯 술을 즐겼다. 적당히 취하면 집에 들어와서 나를 앉혀 놓고 똑같은 얘기를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하지만 취중에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말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서운했다면 혹시 몹시 무서웠다면 술을 빌어서 그런 하소연이라도 할 법한데 말이다.

할머니는 금음체질이셨던 것 같고, 아버지는 목양체질이 확실하다. 자신과 관련한 비밀이라면, 내게서 두 분의 경우로 보면 이 두 체질은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조금이나마 발설하고 있는 나는 목음체질이다. 솔직함이라면 아마도 토음체질, 토양체질, 목음체질, 금양체질이 그런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간의 꺼리

그 비밀이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그런 비밀을 믿고 맡길 사람은, 아마도 글머리에 나온 B양의 비밀을 간직해 준 그 기획사 직원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그 비밀을 맡을 그에게 비밀을 가진 상대에 대한 존중과 호의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혹여라도 그 상대에게 나쁜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이간(離間)의 꺼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히 그는 토양체질일 것이다. 오지랖이 넓어서 남의 비밀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https://www.repubblica.it/
2) [출처] “나폴리 새 역사 쓰고 싶다” 김민재 현지 단독 인터뷰 전문 / 작성자 박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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