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동림을 중심에 둔 날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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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동림을 중심에 둔 날선 대립
  • 승인 2022.10.28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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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헌트
감독 : 이정재출연 :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감독 : 이정재
출연 :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 된 후 처음으로 맞이했던 여름 성수기 개봉작들이 흥행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가장 늦게 개봉한 작품인 <헌트>에 많은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왜냐하면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이자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 함께 출연했던 이정재와 정우성이 23년 만에 재결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배우 출신 감독의 입봉작을 축하 하듯이 435만 명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았고, 작품 완성도 또한 높은 편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었다.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인 동림을 색출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날 선 대립과 경쟁 속에 해외팀과 국내팀은 서로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찾아내지 못하면 스파이로 지목이 될 위기의 상황에서 서로를 향해 맹렬한 추적을 펼치던 박평호와 김정도는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된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헌트>는 ‘청담부부’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이정재와 정우성이라는 두 배우의 케미를 앞세우며 이야기의 불필요한 요소들을 다 걷어낸 깔끔한 첩보 액션 영화이다. 사실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이 수많은 복선을 통해 마지막에 누가 스파이인지 밝혀내는 것으로 전개되지만 <헌트>는 보란 듯 관객들의 허를 찌르며 영화 중반부에 스파이의 정체를 밝히고, 또 다른 사건을 전개 시키며 과잉된 감정의 신파 요소 하나 없이 빠른 전개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그로인해 캐릭터와 이야기 면에서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광주 민주화운동과 아웅산 사건, 이웅평 대위 귀순 등 실제 1980년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중간중간 넣으며 우회적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칫 주관적인 해석으로 치우칠 수 있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풀어내며 이데올로기적으로 문제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로인해 그 시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모르는 사람들 모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도록 군더더기 없는 내용으로 오히려 좀 더 액션에 집중한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첩보 액션 영화답게 엄청난 물량의 총격씬과 카체이싱 장면은 극장에서 봤다면 완전 실감 났을 정도로 영화의 백미이며, 배우 출신 감독답게 여러 명의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헌트는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을 비롯하여 여러 영화제에서 초정되면서 이정재의 인지도에 비례해 영화 역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은 여전하다는 아이러니하지만 <헌트>는 변하는 시대에 맞춰 이데올로기가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며 앞으로 남과 북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중년의 매력을 멋지게 품어내고 있는 이정재와 정우성의 숨 막히는 액션을 즐기고 싶은 관객들이 있다면 한 번 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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