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9> - 『새家庭寶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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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29> - 『새家庭寶鑑』②   
  • 승인 2022.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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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변모된 세상風情이 투영된 가정상식

  지난 연휴에는 감염병으로 인한 위험이 줄어들고 일기도 좋아 완연히 높고 푸른 하늘에 청량한 가을 날씨 속에 참으로 오랜만에 심신이 건강해 지는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다. 때맞춰 지역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가을축제가 한창이었는데, 산청 동의보감촌 약초축제에 맞춰 하반기 의사학 학술대회를 앞당겨 개최하였다.

  표지의 제호 아래 길다란 족자처럼 좌우로 펼쳐진 박스 안에 내용 목차가 내려쓰기로 적혀있다. 종서로 적어내린 목차는 우측으로부터 서간문에서 시작하여 이력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편리하게 쓰일 수 있는 갖가지 지식 20여 조목이 망라되어 있다.

 ◇ 『새가정보감』
 ◇ 『새가정보감』

 그 내역을 적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서간문, 자타칭호, 혼장예식, 초종범절로부터 시작해서, 축문서식, 민원서식, 토정비결, 생기복단, 북두주, 축학경, 환희조왕경, 명당신주경, 불설살왕경, 금실칠살경, 불살삼재경, 가정치료법, 성씨일람표, 명성고적표, 행정구역표, 천세력, 삼부팔모, 출행법, 꿈해몽, 사주법, 이력서 등.

  한눈에 살펴보아도 전통예법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서간문 작성법, 즉 편지 쓰는 방법으로부터 내외간에 서로 부르는 호칭, 혼례나 장례 의식에 따르는 예법과 절차, 그리고 상제례에 필수적인 축문을 작성하는 방법, 일반 행정 민원서식, 이력서 등 생활상식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골고루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사교와 방문, 거래, 출입, 여행 등에 필요한 것으로 성씨일람표, 명승고적표, 행정구역표 등 항목이 보인다. 이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 따라 대인교제와 응접, 여러 지역의 명승과 고적 뿐 만 아니라 지역별 행정구역과 일반개황 등 사회지리적인 지식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의약과 관련한 항목은 가정치료법이란 제목으로 수렴되었는데, 본문에서는 만병가정치료법이란 부제가 달려있다. 내외분과와 양방병명으로 구분된 질환증상에 대한 간단한 처치법들이 적혀 있다. 치료법은 대개 기존에 전해오던 한방치료법이나 간단한 민간 단방요법들로서 요즘 시각으로 보아서는 매우 소략한 내용이지만 책에 따라서는 제법 자세한 분류체계를 갖추고 질병증상을 세분한 것들도 있어 주안점에 따라 수록내용도 달라짐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제목만 보아서는 어떤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조목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명성고적표, 삼부팔모 같은 것들인데, 어려운 한자말 문투에서 비롯되었거나 지방에서 출판했기에 사투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표기한 탓이 아닌가 싶어 당시 시대상과 지방색을 반영한 이 책의 특색 가운데 하나로 보아도 좋을 듯싶다.

  한편 전통적으로 일반 대중들이 애용해 온 점복서 토정비결로부터 시작해, 생기복단, 북두주, 축학경, 환희조왕경, 명당신주경, 불설살왕경, 금실칠살경, 불살삼재경 등 기복신앙적인 요소가 다분히 배어있는 축문독경들이 들어 있다. 출행법, 꿈해몽, 사주법 등도 역시 민간에서 길흉을 가늠하고 화복을 점치고자 즐겨 의존했던 방법으로 전근대적 요소로 비추는 면모가 그대로 남아있다.

  또 천세력은 만세력 혹은 백중력이라고도 불리는데, 조선시대 觀象監에서 매년 제작해 관아와 문무백관, 사대부들에게 배포하던 曆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일력으로서의 용도보다는 역시 점복이나 명리를 헤아려보기 위한 보조용구로서 독자들의 수요가 많았기에 당대인들의 필요에 따라 추가하여 수록된 것으로 여겨진다.

  본격적인 산업화시대의 도래를 앞에 두고 세상물정은 바뀌고 급격하게 변모해 가는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도 급증하였지만 기존인식이나 사고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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