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그 시절 ‘미인’을 찾아 ‘부산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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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그 시절 ‘미인’을 찾아 ‘부산에 가면’
  • 승인 2022.09.3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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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인생은 아름다워
감독 : 최국희출연 : 류승룡, 염정아, 옹성우, 박세완
감독 : 최국희
출연 : 류승룡, 염정아, 옹성우, 박세완

아직 낮에는 강한 햇빛이 내리 쬐지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며칠 동안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로인해 화창한 가을 날씨에 하루 종일 골골거리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또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구나라는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센티멘탈하면서 멜랑꼴리한 주말을 보내야 했다. 아마 봄보다는 가을을 타는 성격이기에 더욱 그럴 수도 있지만 때마침 영화 속에서 들었던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라는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의 가사가 확 마음에 와 닿았다.

아들, 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염정아)은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 서글퍼진 세연은 남편인 진봉(류승룡)에게 마지막 생일선물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막무가내로 우기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여행길에 따라나선 진봉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름 석 자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그 와중에 시도 때도 없이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투며 자신들의 찬란했던 지난날 소중한 기억을 하나 둘 떠올리게 된다.

대다수의 뮤지컬 영화들은 오리지널 스코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코로나로 인해 2년 만에 개봉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기존에 있던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신중현의 <미인>부터 이문세의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에코브릿지 &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등 요즘 젊은 세대들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어 세대불문 모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대의 중장년 관객들이라면 예전 <보헤미안 랩소디> 때와 마찬가지로 싱어롱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오며 흥을 높이고 있어 더욱더 영화에 몰입하며 감정이입 할 수 있다.

그러나 시한부 인생과 첫사랑 찾기라는 영화의 내용이 약간 식상하고, 신파적인 요소가 있다보니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해 직접 춤과 노래를 배우며 소화한 류승룡과 염정아의 안정적인 연기를 비롯하여 투박하지만 레트로적인 정서를 담뿍 담은 한국형 뮤지컬 영화라는 색다른 맛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얼마 전 영업을 종료한 서울극장과 청계천 헌책방 거리, 덕수궁 돌담길 등 추억의 서울 거리와 함께 목포, 부산, 청주, 보길도 등에서 이루어진 로케이션 촬영은 마치 영화와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이라고 할 수도 있어 여타의 사정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어딘가 허전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인 가을, 흥과 함께 따뜻한 감동을 전해줄 <인생은 아름다워>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행복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팍팍한 현실을 이겨내길 바란다. 왜냐하면 인생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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