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건사업] 환자교육 전문가,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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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보건사업] 환자교육 전문가, 한의사
  • 승인 2022.09.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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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은경

mjmedi@mjmedi.com


닥터(doctor)의 라틴어 어원은 ‘docere’로서 ‘가르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환자들로부터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의사는 말하고 교육하는 것보다는 술기를 시행하는 사람으로 비쳐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지역 보건사업 기획에 참여하였을 때, 한 관계자분께서 웃으며 “선생님들은 가운 입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PPT 아니겠어요.”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요. 별도의 교육·상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를 치료술기 시간으로 할애해 달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가 시행하는 치료로 충분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일반적인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법 합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시행하는 교육·상담을 포함한 정부 시범사업이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의사 선생님들 또한, 이제 환자교육의 의미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환자교육의 전문가로서 스스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주제로, 진료실에서 한의사만큼 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 온 의료인 직군이 있을까요?

환자교육이란 환자와의 모든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단순 문진(問診)과도 구분됩니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 상태와 건강증진에 대한 지식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1)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어떠한 내용을 알아야 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전달되는 것이 좋은지 결정할 만한 적임자는 역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양육자, 보호자, 가족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까지도 그 대상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 개발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바탕으로 임상현장 활용을 위한 도구인 ‘한의표준임상경로(Clinical Pathway)’를 살펴보면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된 요추추간판탈출증2)을 비롯한 다수의 임상경로에서 환자교육 단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환자안전에 관한 교육, 질환의 예후 설명 및 한의치료 과정 안내, 복약지도 및 운동과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관리 방법 교육 등으로 다양합니다. 임상경로의 개발 과정은 임상현장에서의 실제 사례 조사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한방의료기관에서 한의사에 의해 시행되어 왔던 부분이 표현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교육·상담은 한의약 보건사업에서도 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되어 왔습니다. 건강증진개발원에서 2015년 이래 개발하여 온 ‘생애주기별 한의약건강증진 표준프로그램’에도 프로그램별로 교육 파트가 포함되어 있고요. 양생법이라는 이름으로 생활 습관 관리와 식이요법 등을 티칭하는 것은 이미 친숙한 부분입니다. 한의약 보건사업에서 시행해 온 대상자 한의약 교육 및 상담도 한의사에 의해 시행되어 왔고, 한의의료기관 내에서 시행되어 온 주제와 내용 면에서 도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한의약건강증진사업에서는 모유수유시의 주의점 등, 산전산후에 엄마가 알아야 할 건강 지식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룹니다. 교육 주제는 한의약건강증진사업 다빈도 주제를 따라가는데 산전산후 관리 외에도 중풍, 통증, 갱년기, 치매, 대사증후군, 월경통, 심뇌혈관질환, 금연, 정신보건 등으로 만성질환의 여러 부분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시행하는 교육·상담은 급여화 동향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펴낸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3)이라는 책자에 수록되어 있는데, 2021년판 기준, 여기에서 보이는 교육 관련 급여는 기본진료료 중 ‘가-14 만성질환관리료’와 ‘가-23 교육ㆍ상담료’입니다. 가-14 만성질환관리료의 설명을 잠깐 볼까요, ‘의원급 의료기관(보건의료원 포함)에서 고혈압, 당뇨병 등의 상병으로 당해 의료기관에 지속적으로 내원하는 재진환자에 대하여 교육·상담 등을 통하여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이해하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수립한 경우’로 설명합니다. 대상 상병명은 KCD 분류상 고혈압, 당뇨병, 정신 및 행동장애, 호흡기결핵, 심장질환, 대뇌혈관질환, 신경계질환, 악성신생물, 갑상선 장애, 간 질환, 만성신부전증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편 가-23 교육ㆍ상담료는 ‘환자가 자신의 질환 및 치료과정을 이해하여 합병증 예방 등 자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수립한 경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항목은 세부 요건을 살펴보면 병원급에 해당됨을 알 수 있고요, 대상 환자군은 암환자, 심장질환자, 지속적인 장루ㆍ요루 유지가 필요한 환자, 만성신부전증 환자입니다.

교육·상담료 급여 수가를 포함한 복수의 시범사업이 진행중이며 신규 시범사업도 계속 건의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인데, 눈여겨볼 것은 현재 시범사업은 대개 의원급을 포함한 교육·상담료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교육·상담료 급여화 동향 중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출처([1]~[8])는 아래 표를 참고해 주세요.

 

현재, 한의사(일반의)가 시행하는 만성질환 교육ㆍ상담에 대한 급여화 논의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만 한의계에서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위해 지금까지 시행해 온 한의약건강증진사업에는 교육ㆍ상담 시간과 횟수, 담당자, 내용 및 배포된 자료에 대한 기록이 비교적 많이 있습니다. 기존 실적을 바탕으로 급여화 논의에 참여하기 위한 양질의 근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에 의한 환자교육의 본디 취지와, 환자 교육·상담료가 포함된 정부 시범사업 동향, 그리고 지금까지 한의사에 의해 수행되어 온 환자교육 내역을 파악하여 준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한은경/ 호영보건의료연구소

 

각주

1) https://www.aafp.org/pubs/afp/issues/2000/1001/p1712.html

2) 김정현 외. 요추 추간판 탈출증의 4종 한의표준임상경로(CP) 개발 및 시범적용 연구. J Korean Med. 2021;42(3):1-8. http://dx.doi.org/10.13048/jkm.21021
   https://www.jkom.org/upload/jkm-42-3-1.pdf

3)https://repository.hira.or.kr/bitstream/2019.oak/2540/2/%ea%b1%b4%ea%b0%95%eb%b3%b4%ed%97%98%ec%9a%94%ec%96%91%ea%b8%89%ec%97%ac%eb%b9%84%ec%9a%a9%20%282021%eb%85%84%202%ec%9b%94%ed%8c%90%2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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