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수양체질과 토양체질
상태바
[이강재의 임상8체질] 수양체질과 토양체질
  • 승인 2022.09.03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58


흑백논리

퇴근길에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데, 중간 광고시간에 나오는 꼭지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떤 심리학자의 말이라고 하는데,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매사(每事)를 자기 위주로 판단해서, 자신의 생각은 선(善)이고 자기의 생각과 맞지 않는 상대는 악(惡)이라고 판단하는 흑백논리로, 선과 악의 이분법적 태도를 주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듣는 순간 내가 알고 있는 수양체질(Ren.)인 한 사람이 문득 떠올랐다. 그가 평소에, ‘모든 문제를 선과 악, 득(得)과 실(失)의 양 극단으로만 나누려고 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편중된 논리와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을 했던 심리학자는 아마도 수양체질인 한 사람을 만났고 그를 관찰했던 결과를 보고했던 것이라고 짐작한다. 지금까지 8체질론과 관련한 자료에서 수양체질과 흑백논리를 연결해서 설명했던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것은 수양체질에 관한 새롭고 중요한 판단 자료라고 본다.

그런데 강아지에게도 고양이에게도 곰에게도 호기심은 있는데, 호기심이 없는 사람이라니 너무 하지 않은가. 그럼 수양체질은 정말 호기심이 없는 사람일까.

 

호기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새로운 것이고,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것이 보통의 것과는 다른 특색이 있고, 또 기존의 것과는 몹시 달라서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데, 그런 것을 좋아하거나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호기심인 셈이다. 즉 호기심은 새롭고 낯선 미지(未知)의 세계에 대한 태도의 성향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돌다리

권도원 선생은 1996년 3월에, 『빛과 소금』 〈135호〉에 실은 [체질과 직업]에서 수양체질을 설명하면서, “그야말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성격”이라고 했다. 길을 걸어가던 길손 앞에 돌다리가 나타났다. 충북 진천에 가면 고려시대에 축조되었다는 ‘농(籠)다리’가 있는데, 그런 돌다리라고 하자. 그런데 그 나그네는 그런 돌다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바로 수양체질이라면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돌다리를 처음 만났다. 그러니 그 돌다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것이 어떻게 쌓아졌는지 특히 안전한지 건너갈 만한지 외관만 보아서는 확인할 수가 없다. 옆에서 누가 그 다리 괜찮으니 건너가라고 권한다고 해도 그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가 혼자 오래도록 깊게 생각한 후에 행한 것이 ‘돌다리에 가까이 다가가서 자신의 한 발을 들어 그것의 바닥을 두드려 본 것’이다. 그러면서 돌다리 위에서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한 발씩 한 발씩 안전을 확인한 후에 전진했을 것이다.

만약에 이 나그네가 토양체질(Pan.)이라면 어땠을까. ‘아 신기하고 멋진 다리네.’ 하면서 한달음에 그 다리를 즐기면서 경쾌하게 건너갔을 것이다. 앞에 닥친 돌다리라는 낯선 세계를 대하는 태도가 두 체질이 서로 다른 것이다.

 

특성

체질적인 특성이란 개성이며 다른 체질에는 없는 특별한 성질이다. 그런데 이런 체질적인 특성을 말할 때 항상 고려해야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특징과 가치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항상 상대적이다. 그래서 정반대인 대상을 두고서 비교해보면 그 특성이 더 도드라지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8체질에서 토양체질과 수양체질은 내장구조가 정반대이고 공통점은 전혀 없는 마주 보는 방향1)에 놓인 체질이다.

토양체질은 급(急)하다. 그렇다면 수양체질은 느린가. 여기에선 느림보다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이때 토양체질의 급함에는 경솔하다는 의미가 항상 수반된다. 그래서 이와 반대되는 특성으로 수양체질에게는 차분함과 침착이다. 차분하면서 침착하게 하려면 판단과 실행이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확인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게 된다면 ‘이 사람은 평소 행동이 느려’ 이런 평가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정반대

토양체질은 호기심이 많고 급하고 사교적이며 낙천적이고 변화에 민감하고 헌신적이며 솔직한 사람이다. 그런데 급한 언행은 자주 경솔해지고, 일을 잘 벌이나 뒷마무리가 부실해진다.

수양체질은 호기심이 부족하고 차분하고 침착하며 신중하고 회의적이고 비관적이며 또 비판적이다. 변화가 많은 것은 즐기지 않고 진실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깊고 오래도록 생각해서 행동하고 절차와 순서를 중요하게 여기며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신기하고 허황한 것은 믿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는 불안을 느끼며 지극히 현실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의심

 수양체질은 세상의 모든 일에 의심을 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앞에 놓인 돌다리’처럼 확인되지 않은 모든 대상과 사실에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롭고 신기하고 놀라운 것보다는 기존의 체계 속에서 검증된 객관적인 사실과 논리적인 질서를 중시한다.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행동이 수양체질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솔직

토양체질은 낙천적이며 표현이 직설적이고 솔직한 편이다. 남과 세상을 향해 베풀고 봉사하고 헌신하려는 태도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과 성품이 조화를 이룬다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성자(聖者)가 될 수 있는 조건이다. 「울지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처럼 말이다. 이때는 다른 어떤 특징보다 솔직함이 필수적일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양체질과 정반대인 수양체질의 태도는 거짓일까. 그렇지 않다. 토양체질의 솔직은 자기표출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이와 반대로 수양체질은 자기표출적이지 않다. 스스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이 가진 본디 의도와는 다르게 마치 고의로 숨기는 것 같게 된다. 그는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그런 그를 보고 그와 늦게 알게 된 다른 사람들이 본디 그에게 쌍꺼풀이 있던 것처럼 느낀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너 그 쌍꺼풀 진짜야.’ 하고 직접 물어오지 않는다면, 구태여 ‘나 쌍꺼풀 수술 했어.’ 라고 먼저 말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가 스스로 드러내 고백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거짓을 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토양체질은 하고 싶은 얘기를 제일 처음에 하고, 수양체질은 하고 싶은 얘기를 제일 마지막에 꺼낸다. 또는 마지막까지도 감추거나 애매하게 흐린다.

 

관심

토양체질이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관심의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2) 그리고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처럼 다재다능하기도 하다. 그런데 관심의 범위가 넓고 다양한 반면에 변화에 민감하기도 하다. 그러니 한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길게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일을 잘 벌이기는 하지만 뒷마무리는 부실하므로, 그의 생활환경에 그가 거쳐 온 관심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운동에 관심이 많은 토양체질이라면 지금은 쓰지 않고 별 관심도 끌지 못하는, 스키장비 골프장비 볼링장비 싸이클장비 인라인스케이트장비 등등이 집안의 창고와 구석구석에 처박히듯 남겨져 있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쉽게 별 고민 없이 다른 이에게 거저 주기도 하는 사람 말이다.

수양체질은 세상에 대한 관심의 영역이 좁다. 그러니 호기심이 좀 부족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호기심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수양체질에게 호기심이 없다면 학계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중에 수양체질은 없어야 할 것이다. 수양체질에게 호기심은 실리적인 이익과 연관된다. 그것이 명확하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주기보다는 자신에게 맞고 어울리는 것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얼리어답터

토양체질은 대표적인 얼리어답터(earlyadopter)이다. 얼리어답터는 새롭고 신기하며 고급이고 고가이면서 고성능인 제품에 대한 즉각적이며 신속한 추종(구매)이 특징이다. 이것은 우선 호기심과 급함, 변화에 민감함의 반영이다. 그리고 그들은 신속하게 제품에 대한 소개와 구매후기를 올린다. 이것은 토양체질의 자기 표출 욕구이다. 즉 자랑질이다. ‘나는 새롭고 멋있고 비싼 것을 샀어, 이것 좀 봐줘.’ 제품도 즐기고 덩달아 그에게 오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즐긴다. 인터넷에서 관종이라고 극단적인 평가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체질일 것이다. 외부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자기에 대한 호기심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양체질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도 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토양체질의 호기심은 색상이 화려한 것, 디자인이 특별한 것처럼 시각적인 것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 물건들은 자신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일부가 된다. 낸시 랭3)의 고양이처럼 말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토양체질은 남동(南東)이고, 수양체질은 북서(北西)이다.

2)만약에 금양체질의 호기심을 말한다면 그건 아주 특별하고 고유한 영역에 대한 독특한 호기심일 것이다.

3)미국에서 출생해서 이중국적이다가 22세 이후에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한국이름은 박혜령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