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약침요법이란 침치료와 약물요법을 결합한 독특한 한의요법으로, 인태반 추출물인 자하거(紫河車)는 약침요법의 주요 약물이다. 자하거는 보통 보제(補劑)로 다용되어, 허로(虛勞), 만성피로증후군, 신경쇠약, 빈혈 등에 사용되나, 항-스트레스, 항산화, 항염증, 조직에서의 세포증식 촉진 효과 등을 인정받아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치료용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치주의 재생에 있어서도 그 활용 가능성이 제안되고 있다 (Cureus. 2022 Jun 17;14(6):e26042.))
정신과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도 자하거 약침은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필자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된 환자(과민성, 심리적 소진 등)나 불면장애 환자에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신경정신과적 상태에 자하거 약침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최근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3권 2호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자하거 약침의 신경정신과 임상 응용에 관한 체계적 문헌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신경정신과적 상태에 대한 자하거 약침의 임상연구 결과들을 정리하고 분석하여 참고해볼 만하다.
이 연구에서는 국내 데이터베이스 뿐 아니라, 영어권과 중국어권 데이터베이스 등 총 12개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을 시행하였고, 포함하는 연구의 유형 역시 단일 증례보고, 케이스시리즈, 단일군 임상시험, 비무작위대조시험, 무작위대조시험 등 다양한 임상연구들을 허용함으로써, 매우 포괄적인 고찰을 시행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문헌고찰에서는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하여 자하거 약침을 1차 주요 중재(또는 치료)로 한 임상연구들을 수집했는데, 최종적으로 포함된 연구의 수는 21편이었고, 이 중 한국에서 발표된 연구가 12편,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가 9편이었다. 또, 대부분은 단일 증례보고 (10편)였지만, 무작위대조시험도 5편 포함되었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주요 결과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수면장애, 우울증, 유뇨증, 치매, 화병, 길랑바레 증후군, 뇌졸중 후유증, 다발성 경화증, 현훈에 대한 연구가 존재했으며, 단일 질환으로는 불면증에 대한 연구가 6건으로 가장 흔했다.
2)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하여 자하거 약침을 사용한 임상연구들에서, 빈용 혈위는 족삼리(7건)와 삼음교(4건)였다.
3) 혈위별 자하거 약침의 주입량은 평균 1.16cc 였으나, 최대 4cc까지 사용한 연구도 있었다.
4) 자하거 약침의 시술 빈도는 1일 1회(9건) 또는 2일 1회(5건)가 대부분이었다.
5) 자하거 약침의 평균 시술 횟수는 16.45회 였으나, 최대 45회까지 시행한 연구도 있었다.
6) 화병, 우울증, 불면증 등 주요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하여 자하거 약침치료의 개선 효과가 보고되었으며, 이 치료로 인한 이상반응은 보고된 바 없었다.
이 체계적 문헌고찰은 연구의 유형이나 조사된 상태, 개별 상태에 대한 연구의 수 부족 등의 이유로, 특정 질환에 대한 자하거 약침치료의 효능(또는 효과)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이처럼 포괄적인 조사를 통해 다양한 신경정신과적 상태에 대하여 자하거 약침을 사용한 임상연구의 내용과 결과를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이미 한의계 임상에서 자하거 약침이 빈용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금번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의 내용은 임상 한의사들이 신경정신과 질환에서 자하거 약침을 사용하는데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한 자하거 약침의 효능과 관련 기저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더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하거의 항-스트레스 효과 (연구에 따르면 항산화 효과와 HPA 축의 조절 활성을 통한 것으로 생각됨 (BMC Complement Altern Med. 2018 May 8;18(1):149.))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경정신과 질환에의 적용가능성을 시사하는 주요한 기저 메커니즘이지만, 아직까지 다른 상태에 비하여 신경정신과적 상태에 대한 자하거 약침의 메커니즘은 상대적으로 덜 연구된 편으로, 향후 그 메커니즘과 임상적 효능을 밝히는 양질의 연구가 수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