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우리의 소원은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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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우리의 소원은 로또
  • 승인 2022.08.2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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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육사오(6/45)
감독 : 박규태출연 :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김민호
감독 : 박규태
출연 :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김민호

필자를 포함한 누구나 정월대보름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달을 보고 한 번쯤 빌었음직한 소원 중에 하나가 로또 1등 당첨일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1등이 된다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쉽진 않지만 최근 들어 1등 당첨자의 수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나도 언젠가는 1등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꿈까지도 꾸게 된다. 그러나 1등 당첨자의 수가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떨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1등보다 더 좋은 로또 1등에 대한 열망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는 심장이 터질 듯한 설렘도 잠시, 로또는 실수로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간다. 이에 천우는 복권을 다시 찾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수색한다. 이 때 남쪽에서 넘어온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북한 병사 용호(이이경)는 이 복권의 당첨금이 57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첨금을 눈앞에서 놓칠 위기에 처한 천우와 북에선 한낱 종이쪼가리일 뿐일 로또를 당첨금으로 바꿔야 하는 용호는 결국 57억을 사수하기 위해 3:3팀을 결성하게 된다.

일단 <육사오>라는 제목이 좀 낯설게 다가오지만 로또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45개의 숫자 중 6개가 맞으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로또복권을 일컫는 말로써 이 영화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남북한 군인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이 대다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 속에서 결국 한민족임을 확인하며 통일을 염원하는 내용으로 귀결되었지만 <육사오>는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날아라 허동구>를 연출하고, <달마야 놀자>와 <박수건달>의 각본을 쓴 박규태 감독의 작품답게 시종일관 진지함보다는 로또를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남북한 군인들이 코믹적인 모습을 해프닝 중심으로 그리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발하지만 황당한 설정으로 인해 개연성이 파괴되고, 중간중간 툭툭 끊어지는 매끄럽지 못한 편집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작품 완성도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고경표와 이이경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B급 무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로인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우리의 소원은 로또’라는 새로운 명제 속에 그간 이데올로기의 틀에 갇혀 남북한의 문화를 다뤘던 영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이 땅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그려내는 영화로 변모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전하고 있다. 그로인해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다소 진지한 주제로 무거운 느낌을 전했던 것과 달리 <육사오>는 아무 생각 없이 누구나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에 큰 한방은 없어도 소소한 웃음 속에 막판 늦더위를 떨쳐내고 싶은 관객들이 있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만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번 주 독자분들에게도 로또의 행운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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