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사기 열전의 알기 쉽고 충실한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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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사기 열전의 알기 쉽고 충실한 완역본
  • 승인 2022.08.2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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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사기 열전(史記 列傳)1‧2(개정 2판)

그동안 『사기 열전』은 여러 역자의 손을 거쳐 다양한 번역본이 출판되었었다. 제대로 된 번역본이 하나만 있어도 될 텐데 왜 그래야 했을까? 우선 그만큼 번역의 어려움이 있었다. 사마천이 살던 시대의 문장과 현대의 한문이 가지는 차이가 있어서, 언어의 표현이 당연히 시대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또한 중국과 조선의 한문 자체가 체계를 달리하기 때문에 지역적 차이도 있다. 하지만, 저술된 시대와 현재라는 시점의 독자와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언어의 변화만큼 감동의 크기도 달라 그 일치감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한의사들이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황제내경(黃帝內經)』의 번역본이 다양함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자와 호흡할 수 있는 좋은 번역본을 보는 것은 그만큼 귀한 감동을 준다.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민음사 출간

이미 옮긴이의 기존 번역서인 『사기 열전』이 있지만, 다시금 이를 내놓는 데는 이와 같은 뜻에서 오랫동안 연구하여, 사마천 당시의 환경과 현대 독자의 언어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여 원전을 하나하나 재확인하고, 기존 번역을 철저히 재검토하여 오류를 점검하고 놓친 부분을 보완하였다. 그리하여 더욱 새롭고 맛깔스러워진 『사기 열전』을 대하는 필자의 감동은 남다르다. 처음 김원중 교수의 『허사사전(虛辭詞典)』을 통하여 대학원 시절에 사서(四書)와 삼경(三經)을 제대로 보게 되었던 필자의 경험은 『황제내경』을 재해석하는 바탕이 되었으며, 근래에 『사기(史記)』의 「오제본기(五帝本紀)」를 읽고 해석하는 근간이 되었다. 특히 의사학(醫史學)을 전공하는 필자로서는 원전(原典)을 국역해야 할 일이 많아 더욱 그러하다.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접하면서 사마천의 생각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며, 그동안 소홀히 했던 고대의 의학 인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언젠가는 이를 정리하게 될 테지만 「오제본기」를 통해 사마천의 의식구조가 궁금해졌던 필자에게 이 책은 앞으로 그 해답을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겐 『열전』을 통하여 어떻게 살아야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것인가란 지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열전』은 주로 통치자의 주변 인물을 다루고 있으므로, 권력을 쥐고 있는 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 또한 도덕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들을 이 『열전』에 우선으로 담고 있기에,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얻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마천이 궁형(宮刑)을 받아야 했던 원인을 생각해본다면, 사마천의 생각을 좀 더 제대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보병 겨우 5천으로 흉노의 8만 군에게 포위당하여 항복한 장군 이릉(李陵)을 변호했다가 결국 궁형을 받음으로써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로 놓고 볼 때, 그의 변호는 정당했지만 처참한 일생을 마쳐야 했음을 잊지 않고서야 과연 올곧은 생각과 행동이 참된 것일까 하는 사고가 뼈에 박혔을 것이다. 해서 오제(五帝)의 첫 인물로 등장하는 황제(黃帝)에 대해서 사마천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최고의 극찬을 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내경』에 인용된 첫머리다. 즉, 황제에 대한 사마천의 극찬은 뼈아픔 속에 나온 그의 아부이자 거짓이며 비겁함을 보여주는 대목에 불과하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김홍균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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