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4) 한의원들의 보릿고개, 한여름의 일희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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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4) 한의원들의 보릿고개, 한여름의 일희일비
  • 승인 2022.08.2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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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

남지영

mjmedi@mjmedi.com


 

대다수 한의원들을 절간으로 만들었던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고 있다. 해마다 여름휴가철이면 한의원을 내원하는 환자숫자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원장도 직원들도 휴가를 가야 하니 비용은 늘어나고 수익은 줄어드는, 한의계의 보릿고개라고 해야 할 수도 있겠다. 특히 올해는 중부지방을 강타한 심각한 폭우와 남부지방을 불태웠던 폭염으로 인해 더 힘든 여름이었던 것 같다. 물폭탄과 더위로 인한 한의원 시설물의 피해도 있었고, 그로 인해 휴가와 별개로 한의원을 정비하는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수라장이 된 한의원에 내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터이며, 환자분들도 집이나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복구에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다. 올해 같은 여름이 또 있을까. 정말 기나긴 시간이 지나고 있다.

어디나 어려움은 매한가지겠지만, 관광지로서의 제주는 조금 더 특수한 상황인 것 같다. 코로나 이후 해외보다는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늘어났기에 관광관련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무척 바빠 건강을 챙길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들이 만약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그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한 인력도 동원이 되기에 도미노현상으로 한의원에 내방할 수 있는 고객숫자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비관광산업분야에서 일하는 분들도 이 여름에는 휴가를 떠나 일상을 잠시 중단하게 되므로 제주에 있는 한의원들은 어쩌면 육지의 한의원들보다 더 한가하고 심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가한 원내 사정을 걱정하고 있는 원장이라니...비의료인이라면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의료인들은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 의료기관은 거의 대부분 자영업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보니 경영상황을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건물임대료, 직원월급, 퇴직연금적립분, 공과금 등의 고정경비는 매 월마다 따박따박 지출된다. 침 환자, 약 환자가 오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침 치료를 하면 소모품비용, 한약치료를 하면 약재비와 탕전비 등이 필요하다. 기본경비를 채워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고 그 때부터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생겨나기에 개원의들은 하루 하루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적인 부분과 별개로, 질병이 찾아왔을 때 조기에 치료하지 못해 나중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길까봐도 걱정이 된다. 이러한 마음은 의료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이다.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의료의 길을 선택했기에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생업 때문에 바빠서, 아이를 돌봐야 하니 여유가 안 나서, 가족들의 휴가를 즐겁게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 때문에, 등등등의 이유로 본인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 의료기관을 찾았을 때는 간단한 치료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성질환상태가 된 경우가 참 많아 안타깝다. 의료인이야 환자의 그 상태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계획해서 시행하면 되지만, 몸이 상해서 온 분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속상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환자가 적으면 운영과 생활이 걱정이고... 환자가 많으면 많은 대로, 아픈 사람이 많은 상황이 마음아파 힘든 것이 의료인의 숙명인 듯 하다. 바쁘지 않아 생각할 시간이 많은 휴가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여유시간을 삶의 철학으로 물들여보자.

 

남지영 / 경희미르애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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