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2> - 『又用方』③
상태바
<고의서산책/ 1022> - 『又用方』③
  • 승인 2022.08.20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居家必用, 가정백사에 필수 일용지식

  첫 회에 이미 이 책의 첫 머리에 실린 食治養老方이 宋代 陳直이 엮은 『養老奉親書』를 토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은 또 元나라 鄒鉉이 송대『양노봉친서』를 祖述하여 엮은 『수친양노서』에도 다시 반복해 수록되어 있다.

 ◇ 『우용방』
 ◇ 『우용방』

  여기에는 16장의 노인식치방 다음에 簡妙老人備急方이란 제목이 붙은 별편이 더 붙어있는데, 구급방으로 쓰이는 환산제 처방 15조문이 수록되어 있다. 다만 주안점인 노인식치방에 대한 것이 아니어서인지 이 책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하지만 같은 편 끄트머리 續添이라고 붙어 있는 내용에는 노인의 병리기제를 파악하여 치료한 사례 7조문이 들어있어 참조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식치양노방이 끝나는 부분에는 ‘養老奉親甘旨終’이라고 적은 문구가 있어 『양노봉친서』중 가장 중요한 내용을 옮겨 적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앞부분에 비해 다소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치료편이 전개된다. 첫 들머리에는 ‘治諸病經驗方竝用秦氏所載’라고 적은 문구가 보인다.

  무언가 다른 내용이 채록되었음을 직감하지만 그 유래를 곧바로 파악하긴 쉽지 않게 느껴진다. 제풍증, 상한증, 중서증, 적취증, 수종증의 차례로 각종 病證諸方이 열거되어 있는데, 병증부류별로 청주백환자, 오약순기산, 화해산, 향유산, 만병무우산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만한 대표방들이 수재되어 있다.

  한편 그 말미에 ‘壬集十七卷終’이란 문구가 보이고 다음 장 첫행에는 ‘居家必用事類全集’이란 서제와 함께 ‘壬集卷之十八’이란 권차가 기재되어 있어 비로소 후반부의 내용이 원대에 지어진 생활의학서『居家必用』에서 옮겨 적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거가필용』은 세종대 『의방유취』편찬시 引據書 가운데 하나로 들어있어 조선 전기에 널리 쓰인 의학서이며, 『식료찬요』나『동의보감』에서도 주요 참고서로 채택되었다. 다만 한 가지 조선에서 간행했던『醫家必用』과는 이름은 비슷하나, 明代 孫應奎 원작을 명종조 尹春年이 ‘新刊醫家必用’이란 서명으로 간행한 을해자본과는 서로 다른 책으로 구별해야 한다.

  참고로 『거가필용』은 조선 전기 의약분야 뿐만 아니라 음식, 원예, 농상, 축산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이용되었지만 분량이 적지 않았던 탓인지 간행되었던 흔적은 없고 필요한 내용만을 간추려 채록한 몇가지 사본이 드물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특히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도 『구황촬요』나 『산림경제』, 『농가집성』같은 구황서나 생활백과서에도 여전히 널리 이용되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거가필용’ 권18에 해당하는 내용에는 담음, 해수, 노채, 번위, 음독, 제학, 두풍, 안목, 인후, 비뉵, 풍간, 사리, 소장기, 각기, 치루, 허약, 창종, 부인, 개선, 傷折, 탕화창, 脚手諸瘡 같은 병증질환에 대한 치법치방이 망라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救自縊이나 구황벽곡방, 제잡방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雜方에는 염색약이나 머리 감는 약, 치아미백약, 안약, 뿐만 아니라 벼룩이나 빈대, 이, 혹은 모기나 파리와 같은 해충을 물리치는 방법도 적혀 있다. 게다가 쥐구멍을 막아 鼠害를 방지하는 법까지도 두루 실려 있어 제반 가정사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일용상식과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