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21> - 『又用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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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21> - 『又用方』②
  • 승인 2022.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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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노령사회에 대비할 건강장수식

  경제규모에 있어서 10대 강국에 이른 대한민국이지만 이에 반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 노인인구의 증대와 출산률의 급격한 저하로 인한 인구구조의 비대칭을 들 수 있다. 통계숫자만 보아서는 장수를 염원하는 인간의 꿈이 한껏 부풀려진 기분이지만, 사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늘어난 평균수명 가운데 10여년을 병원신세를 지거나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약봉투를 끼고 여생을 지내야만 한다니 사정이 매우 딱하게 된 셈이다.

◇ 『우용방』
◇ 『우용방』

 노령사회는 이제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으며, 이에 대처할 노인의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중요성 또한 한층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노인을 위한 건강식이로 손꼽는 것 가운데 하나로 우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장 식치양노익기방의 益氣牛乳方을 보니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우유는 노인에게 가장 마땅하니 성질이 평온하고 혈맥을 보하고 심기를 더해주며, 기육을 길러주어 신체가 강건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낯빛이 윤택하고 눈빛이 환해지며, 기쁜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노인을 모시는 사람은 항상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하며, 혹 乳餠을 만들거나 젖 떼고 남은 젖을 간수해 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우유는 노인들에게 고기보다 못하지 않은 뛰어난 영양식이임을 한층 강조하였다.

  이제 굶주리며 끼니를 잇지 못하는 노인을 걱정할 세상이 아니라 여기겠지만 뜻밖에도 노인들이 섭식할 수 있는 음식물은 매우 제한적이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영양결핍에 빠지기 쉽다. 특히 70대 이상 한국의 노인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우유를 음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화장애로 인해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노인용우유나 유제품, 식단 개발이 시급하다.

  조선왕조 역대 임금 가운데 유독 영조만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천수를 누리며 52년간이나 재위에 머무를 수 있었던 비결로 평소 우유죽과 인삼차를 즐겨 음용한 것을 꼽는다. 어떤 약이나 음식 1~2가지만으로 건강을 보장받고 장수할 특권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전통한의서에 기재된 장수식이나 노인보양방에서 안전하고 효과 좋은 노인식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보양식치방의 주재료를 죽 훑어보니, 양고기, 돼지고기, 사슴고기 등 각종 육고기나 내장 등속과 함께, 우유나 계란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밖에 잉어, 붕어, 메기 같은 물고기, 枸杞根, 胡麻, 馬齒實, 蓮實, 蔥白, 神麴, 冬瓜, 大棗 같은 재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니 유념해 둘 만하다.

  특히 黃雌鷄나 烏鷄 같은 닭고기 종류도 자주 쓰이고 있는데, 全循義가 남긴 『食療纂要』에서도 주재료로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것들이다. 飛禽類 재료들은 흔히 요즘처럼 죽이나 국으로 끓여먹기도 하지만 특별히 구이나 만두속으로 넣어 먹기도 한다.

  한 가지 문제점은 문헌에 수치법을 그저 ‘治如常法’이라고만 적고 자세한 조리법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에 통상적으로 여겨지던 방법이 요즘과 어떻게 달랐을 지를 감안해서 새로운 조리법을 고안해야만 한다. 노인식치, 건강장수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선결 요건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만 할 시점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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