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신분으로 연구 배울 기회 드물어…리서치캠프로 학문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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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신분으로 연구 배울 기회 드물어…리서치캠프로 학문 도약했다”
  • 승인 2022.07.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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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원광대 리서치캠프 참가한 신진영, 고예림, 김영진, 박하임 학생.

OSCE‧CPX 국내연구동향 주제범위 문헌고찰 및 비만치료 침법 네트워크 메타분석 등 계획

연구과정에서 리뷰방식 및 필요성 등 인식 전환…짧은 캠프 기간 및 난이도 등 아쉬워
◇(왼쪽부터) 배기상 교수, 신진영, 고예림, 박하임, 김영진, 권오상 교수.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원광한의대는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학부생들에게 연구 방법론과 과정 등을 가르치고, 각자 주제에 맞는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도록 돕는 ‘리서치캠프’를 운영했다.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캠프에서 학생들은 팀별로 연구계획서를 완성했으며, 향후 이에 따라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리서치캠프에 참가했던 신진영, 고예림, 김영진, 박하임 학생에게 캠프 전후로 연구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서치 캠프에 참가한 계기는 무엇인가.

신진영(이하 신): 나는 본과 3학년이지만 학교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적 없고, 논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리감이 느껴지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연구와 조금 가까워지고 학술적인 문서 작성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어서 ‘리서치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고예림(이하 고): 연구에 참여하거나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로 미루다가 어느새 본과 3학년이 되었다. 그러던 중 리서치 캠프를 알게 되었고, 논문 작성뿐만 아니라 관련 강의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동기들과 조를 만들어 참가했다.

김영진(이하 김): 본과 3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며 과제와 공부를 위해 다양한 논문을 읽어왔지만 한 번도 연구나 논문 작성 활동을 한 적은 없었다. 내 주변 친구들은 간혹 어느 교수님의 연구실 인턴으로 활동하며 연구를 하기도 했지만 이는 소수였고, 나를 포함한 한의대생들은 대부분 연구나 논문 작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한 번쯤 연구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기가 리서치캠프에 같이 참여하자고 했고, 배경 지식이 없는 학생들도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아 연구와 논문 작성을 공부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가하게 되었다.

박하임(이하 박): 원광대학교 50주년 기념 학부생 리서치 캠프에 참가한 이유는 다소 단순했다. 학생 신분으로 논문을 쓸 수 있고, 이런 활동을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께 지도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생 신분으로 논문은 쉽게 접할 수 있고, 공부하면서 많이 읽어보았지만, 이러한 연구나 논문을 주체가 되어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평소 학교생활에 충실히 임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임상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쓰는 일은 매우 어려울 뿐더러 저와 아무 상관없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리서치 캠프 공고를 보았다.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연구 및 논문 작성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

 

▶각자 지원했던 연구주제는 무엇이며,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소개 해 달라.

신, 고: 우리는 주제범위 문헌고찰(scoping review) 방식으로 한의 임상실습교육 중 OSCE와 CPX의 국내연구동향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제범위 문헌고찰이란 체계적 문헌고찰을 위해 배경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특정 주제에 관한 문헌을 다양한 자료를 제공해 질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이 방법론을 활용하여 한의학 임상실습교육에서 OSCE와 CPX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선행문헌을 조사 및 요약하고, 연구공백(research gap)을 파악하여 향후 연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올 하반기에 관련 문헌들을 선별하고 데이터를 추출한 뒤, 이후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결과를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할 계획이다.

김, 박: 우리 팀은 ‘비만 한의치료의 네트워크 메타분석’이란 주제에 지원하였고, 해당 주제의 세부 내용으로 다양한 침법의 한의치료에 대해 조사해보기로 했다. 단순히 ‘어느 치료법이 효과가 있거나 없다’에서 더 나아가 이미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침 치료 간의 차이점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네트워크 메타분석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리서치캠프를 참가하고 난 뒤, 연구에 관해 기존에 예상한 것과 달랐던 점이 있었나.

신: 원래 구상했던 연구는 문헌리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문헌리뷰를 ‘지금까지 연구의 통합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주제에 맞는 연구들을 찾고 분석하여, 그 연구들을 요약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연구를 진행해보니 문헌리뷰 역시 저자의 주관이 반영되는 학술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문헌리뷰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검색할 데이터베이스를 선정하는 기준을 정해야 하고, 연구들을 검색할 검색식을 설정하고, 논문을 선정하는 방법을 택하기까지 다양한 과정에서 저자의 주관에 따른 기준선정이 필요하고, 이 기준선정의 방향성에 따라 문헌리뷰 전체의 방향성도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준 높은 문헌리뷰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고: 리뷰논문에도 일정한 방법과 정해진 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rksey와 O’Malley에 따른 scoping review의 프로토콜 5단계에 따라 진행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서, 이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데이터베이스를 선정하고, 검색어를 상세하게 설정한 후 관련 연구를 검색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김: 나는 리서치캠프에 참가하기 전까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발견하고 증명하는 것이 연구의 주된 목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서치캠프에 참가해 교수님들에게 연구의 시작과 진행에 대해 배운 뒤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창의성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의 필요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 계획과 과정은 그 연구 목표의 필요성에 의해 성립된다는 것을 배웠다. 따라서 우리의 연구주제와 과정을 설정할 때도 이것이 실제로 필요한 연구인지, 쓰임이 있는 연구인지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박: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몸소 실감했다. 우리가 궁금했고 연구하고자 했던 방향성을 바탕으로 연구의 필요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이를 설득하는 것까지 연구의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배웠다.

그리고 연구 방법론이나 연구 체계가 매우 잘 짜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를 처음 경험하다 보니 연구 방법론이나 연구의 체계적인 측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적지 않은 논문을 읽어 왔다고 생각했지만, 논문을 찾는 방법과 읽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난 뒤 다시 읽어보니 그동안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유익했다.

 

▶리서치 캠프를 통해 얻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 지금 생각해보면 초안으로 작성한 연구계획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교수님과 선생님들이 초안에서 보충할 점, 아쉬운 점 등을 짚어주면서 연구계획서를 세세하게 분석해주셨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리서치 캠프에 참가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학교에서는 고학년에 속하는 본과 3학년이지만, 아직 연구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학생이었기에 고쳐야 할 점이 많았고, 리서치 캠프에 참가한 결과로 큰 학문적 도약을 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조언 없이 혼자 연구를 진행했다면 어쩌면 맨 땅에 헤딩만 하다 그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주일이 비록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리서치 캠프를 계기로 연구에 대한 두려움을 덜었고, 연구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며, 보람차고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앞으로 진행될 11월 학술제와 나의 첫 논문 발간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고: 리서치 캠프를 통해 논문계획서에 대해 알게 되었고, 특히 강의시간에 교수님들의 연구계획서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떻게 쓸지만 설명해주셨다면 담당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더라도 막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예시를 본 덕분에 초안부터 수정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직접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세세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선생님 옆에서 많이 질문하고 배울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리서치 캠프를 수료한 모든 팀에게 논문 쓸 기회를 주고자 배려해주셔서 논문을 작성할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캠프가 끝난 후 현재까지 관련 연구를 검색하고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데, 모든 단계가 낯설고 어렵지만 동시에 새롭고 흥미롭다.

김: 리서치캠프를 하며 새로 배운 지식도 많고, 느낀 것도 많지만, 캠프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은 연구와 논문 작성에 대한 첫 경험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이나 특정 학회, 연구실 등을 제외하면 일반 학생들은 연구에 대해 배우고, 직접 연구할 기회가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통해 연구에 대해 배우고, 교수님들과 함께 첫걸음을 뗄 수 있다면, 리서치캠프가 끝난 이후에도 좀 더 연구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기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 평소 연구나 연구 방법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리서치 캠프에서 배운 내용은 나에겐 너무나 낯설고 어려웠다. 연구주제를 정하고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막다른 길의 연속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막다른 길을 마주칠 때마다 팀원과 함께 머릴 싸매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꼈고, 마침내 작성을 끝냈을 땐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에 휩싸여 뿌듯하기도 했다.

이렇게 리서치 캠프를 통해 연구와 논문 작성 과정을 겪어보는 것 자체가 나에겐 무척이나 유익한 경험이다. 리서치 캠프 기간 내내 연구 경험 유무에서 비롯된 차이가 뼈저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비록 처음이라 낯설고 어려운 것투성이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배우고 익숙해졌기 때문에 나중에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생겼을 때 더 수월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리서치 캠프를 기점으로 연구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연구는 나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미래에 한의사가 되어 한의계에 뛰어들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모두 ‘한의 연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의계 발전은 수많은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또 앞으로의 발전 역시 무수한 연구가 있어야 함을 실감했다.

 

▶반대로 이번 캠프에서 아쉽거나 보완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무엇인가.

신: 아쉬웠던 점은 잘 생각나질 않는다. 굳이 뽑아보자면 기간이 짧은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일주일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져서 그런지 촉박한 느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리서치 캠프에서 일주일동안 알차게 배워온 것 같아 크게 아쉬운 점은 없다.

김: 리서치캠프의 기간과 취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용이 다소 어려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나처럼 사전지식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네트워크 메타분석 등 연구 방법론에 대한 내용이 어렵게 느껴졌다. 나중에 리서치캠프를 다시 할 때는,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연구주제를 일반적인 문헌고찰처럼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하거나, 캠프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박: 이렇게 좋은 기회를 이제야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 약간 아쉽다. 본과 3학년이 되어서야 이런 행사를 알게 되었는데, 조금 더 일찍 경험해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캠프였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더 찾아보자면 기간이 좀 더 길면 좋을 것 같다. 기존에 연구나 논문 작성 경험이 있는 숙련된 연구자라면 상관없겠지만 나처럼 연구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5일이라는 기간이 다소 짧게 느껴졌다.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 교수님들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학생들에게 참여기회를 열어준 것이 매우 감사하다. 보통 한의대를 졸업하고 나면 병원 인턴이나 부원장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번 기회에 한의학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리서치캠프라는 실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연구자가 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고: 학부생이 논문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서치 캠프에 참가하고 난 뒤, 하고자 하는 마음과 끈기를 가지고 담당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모든 학문이 그렇듯 한의학 역시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그 주제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리서치 캠프처럼 좋은 기회가 계속 만들어졌으면 한다. 나 역시 한의학 연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학기 중에도 리서치 캠프를 기획하며 강의를 준비하고, 종강 후 바쁜 와중에도 리서치 캠프를 진행하여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교수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김: 참여하는 학생 입장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쉽지 않았지만, 캠프를 기획하고 내용을 구성한 교수님들의 노력이 컸을 것 같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임정태 교수님 등 교수님들과 학교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이번 리서치캠프처럼 다양한 내용을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박: 학생에게 이런 드문 기회를 제공해주신 학장님과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가장 먼저 드리고 싶다. 이번 리서치 캠프를 계기로 연구와 논문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학생으로서, 미래엔 한의사로서, 한의학에 대해 계속 궁금해 하고 연구해나가면서 언젠가는 한의계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큰 소망을 조심스레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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