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호계지건강탕 – 지연성 감염질환약에서 허약인의 심리상태 개선약으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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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호계지건강탕 – 지연성 감염질환약에서 허약인의 심리상태 개선약으로!①
  • 승인 2022.07.2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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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58)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시호계지건강탕(柴胡桂枝乾薑湯)이다. 시호계지건강탕은 중국 한대(漢代)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감염질환 발병 후 염증이 장기화되거나 잘못된 치료법 적용에 의해 괴병(壞病)이 발생하여 탈수경향을 보이게 되고,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찾지 못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상한잡병론』의 그 적응증이 그대로 유지되며 몇몇 의서에 기록되다가 여러 임상의사들의 경험이 축적되며 적응증이 보다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원 적응증인 지연성 감염상태 보다도 초조, 불안이 동반된 정신계 증후와 질환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시호계지건강탕 개요

구성약물: 시호, 계지, 건강, 괄루근, 황금, 모려, 감초

효능효과: 체력이 약하고 냉증, 빈혈경향이며, 두근거림과 숨참이 있고, 신경과민 상태에 놓인 다음 상황: 갱년기장애, 혈도증(血道症), 신경증, 불면증 (일본 내 허가사항)

 

시호계지건강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호계지건강탕은 중국 한대의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하며, 총 2개 조문에서 감염질환 발병 후 체액이 과도하게 소실될 수 있는 치료법을 부적절하게 사용했거나 염증이 장기화되며 탈수경향에 이른 상황의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상한론(傷寒論)』에서는 “傷寒五六日, 已發汗, 而腹下之, 胸脇滿微結, 小便不利, 渴而不嘔, 但頭汗多, 往來寒熱, 心煩者, 此爲微解也. 柴胡桂肢乾薑湯主之.”라 하여 상한(傷寒) 발생 후 5~6일간 땀을 내는 발한법, 설사를 시키는 사하법을 활용하여 체액소실이 된 상황에서 발생한 소변이상(소변불리), 갈증, 발열에 시호계지건강탕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 조문은 『금궤요략(金匱要略)』 “학병맥증병치제사(瘧病脈證幷治第四)”에 등장하는데,  “柴胡桂薑湯, 治瘧寒多微有熱, 或但寒不熱 服劑如神.”이라 하며 학병이 장기화되어 발열 보다는 오한 위주의 증상을 보일 때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해 두었다.

 이후에도 장기화된 염증으로 체액소실이 동반된 상태에 놓인 각종 감염질환에 시호계지건강탕은 활용되었다.『주해상한론』, 『편주금궤요략』, 『외대비요방』등의 서적에서는 원 출전의 조문을 답습하며 각각 상한, 학병에 대한 치료법으로 시호계지건강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고, 각기 나름의 추정 치료기전을 서술했다. 감염질환에 있어 구체적인 사용범위의 확장은 『유취방광의(類聚方廣義)』에서 처음 볼 수 있는데, 노채, 폐위, 폐옹, 옹저, 나력, 치루, 결독 등 다양한 신체부위의 염증이 낫지 않고 장기화되었을 때, 이 처방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상한잡병론』조문에 제시된 상한이나 학병 외의 감염상황에 시호계지건강탕을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한 첫번째 기록이다. 더 나아가 일본의 아사다 소하쿠는 자신의 저서  『물오약실방함구결(勿誤藥室方函口訣)』에서 시호계지건강탕에 별갑, 작약을 추가한 완현탕(緩痃湯)이라는 처방을 소개했는데, 이 처방은 허약한 사람의 결핵치료제로 한열왕래, 도한, 기침 등이 있을 때 일본에서 널리 활용했던 처방이다. 또 한 번 만성 염증상태에 이 처방이 활용될 수 있음이 기록된 것이다. 아사다 소하쿠는 시호계지건강탕을 결흉 유사 증상에 활용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는데, 이 서적 외에도 시호계지건강탕에 복령을 추가하여 각종 부종상황에 활용했던 기록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어쨌든 이 때까지도 시호계지건강탕의 주요 활용분야는 감염질환이었다.

 앞서 도입부에서는 시호계지건강탕이 현대에는 정신계 증후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그러한 시도는 현대에 이르러서야 진행된다. 일본의 오구라 시게나리는 “일본동양의학회지 제8권 제3호”에서 시호계지탕의 임상활용 포인트를 소개했는데, 이 때, 번민(煩悶), 초조, 잘 놀람 등의 증상을 보일 때 활용할 수 있음이 기존의 적응증과 함께 지적되었다. 이어 타츠노 카즈오는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 제16권 제11호”에서 시호계지건강탕 활용 시 문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신증상으로 불면, 다몽(꿈 많음), 초조, 자의식과잉, 정리벽을, 자율신경증상으로는 상열, 족부냉증, 입 또는 입술의 건조감을 언급하였는데, 이 내용은 최근 일본 한방임상에서 정신증상에 시호계지건강탕을 활용할 때 중요한 구결로서 활용되고 있다.

 정신증상에 대한 시호계지탕 활용의 화룡점정은 바로 ‘동일본 대지진 후 발생한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환자’에 대한 활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 도호쿠대학의 이와사키 코우 그룹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해일 생존자 43명을 대상으로 시호계지건강탕 복용군과 비복용군의 치료효과를 평가한 무작위대조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PTSD의 3대 증상인 재경험증상, 과각성증상, 회피증상에 시호계지건강탕이 유의한 개선을 보였으며, 그 효과가 복용초기인 1주째부터 나타나 비교적 속효를 보이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비교적 빠른 대처가 필요한 재해 피해자에 대한 관리 시에도 시호계지건강탕이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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