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딸아, 아빠가 널 꼭 데리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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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딸아, 아빠가 널 꼭 데리러 갈게
  • 승인 2022.07.1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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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아일라 Ayla: The Daughter of War
감독: 잔 울카이출연: 김설, 이스마일 하지오글루
감독: 잔 울카이
출연: 김설, 이스마일 하지오글루

코로나19의 여파로 막혔던 해외여행 길이 최근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 절차도 사라졌고, 유럽의 국가들도 입국 및 자가격리 요건이 간소화되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터키, 독일 등으로의 여행이 늘었다. 이 시류를 타고 필자도 5월 말 터키 여행을 다녀왔다. 가이드를 통해 그간 잘 몰랐던 터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터키와 한국의 관계에 대한 설명 중 한국전쟁 당시 파병 온 터키 군인과 한국 소녀의 실화를 담은 영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터키에 대한 잔상이 사라지기 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영화를 찾아보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터키는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로, 순서로는 두 번째로 병력을 파견했다. 총 2만 2천 명의 군인이 파병된 가운데 1950년 10월, 슐레이만 하사는 기술 지원을 위해 참전하게 된다. 파병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타고 가던 전차가 공격받고, 차를 버리고 숲을 지나가던 슐레이만 일행은 민간인들의 시체 더미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충격을 받은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불쌍히 여긴 슐레이만이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부대에서 보살피기로 한다.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무색하게 아일라는 밝고 건강하게 자라난다. 부모를 잃은 아이와 타국에서 외로웠던 군인은 급격하게 정이 쌓여 부녀의 감정이 형성되지만, 1951년 전쟁이 끝나갈 무렵 슐레이만은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떻게든 아일라를 데려가려 했지만 한국인 아이를 외국으로 데려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나중에 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만을 남긴 채 슐레이만은 고국으로 떠나게 된다.

1~2년의 짧은 만남이었고,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임에도 이산가족 상봉 사연을 방불케 하는 가슴 아픈 내용이었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모순적인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지만, 너무 설정된 내용 같아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영화의 구성이 굉장히 짜임새 있거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감명 깊다 보니 다른 부족한 부분들을 덮어준다. ‘이스마일 하지오글루’는 미남 배우에 연기력도 뛰어나고, 응답하라 1988에서 성진주 역으로 인기를 얻은 ‘김설’의 천진난만함은 슬픔을 배가시킨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MBC 다큐멘터리의 장면이 삽입되어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아일라 할머니의 내레이션으로 끝까지 눈물샘을 자극한다.

한국전쟁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로, 보통 한국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지는데,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참전국인 터키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터키인들의 성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감상 포인트가 된다. 터키 사람들은 모든 일이 신의 뜻대로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당황스러운 일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수긍도 빠르다고 한다. 슐레이만이 아이를 발견하고 데려가서 보살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도 그런 성향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터키 여행의 감흥이 생생한 가운데 영화를 보고 나니 터키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혹시 터키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영화를 통해 터키인의 따뜻함을 미리 느껴 보며 여행의 기대감을 키워보자.

 

* 현재 ‘터키’의 국호가 ‘튀르키예’로 변경되었으나 필자가 여행을 다녀올 당시 국호였던 ‘터키’ 그대로 표기하였습니다.

 

배효원 / 제주경희미르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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